연극 [엘렉트라] 정의란 무엇인가?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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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복수, 막장드라마, 결핍, 엘렉트라 콤플렉스

그리스 3대 비극시인중 한명이라는 소포클레스의 작품 [엘렉트라]를 한태숙 연출가가 현대적으로 각색하였습니다.

게릴라 여전사로 변한 엘렉트라의 모습과 끝까지 당당함을 잃지 않는 엘렉트라의 원수이자 어머니인 클리탐네스트라의 모습이 인상적이였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지만, 제가 가진 의문은 해소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은 정리가 되면 다시 이어서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어디까지가 원작이고 어디까지가 각색인건가?
    (캐릭터들의 막장 드라마스런 관계는 어디까지가 원작인가?)

  2. 게릴라 사령관은 처음부터 아이기스토스편이였나? 나중에 마음이 바뀐것인가?

  3. 게릴라 사령관이 적을 해치운 뒤에 머리에 아가멤논을 상징하던 소머리를 씌우는 행위의 의미는 무엇인가?
    단순히 적을 해치운뒤에 희생양을 만든것인가? 아가멤논을 배신하는 복선인가?

고전극이다 보니 인물들 간의 대립이나 대화, 그리고 상황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을 현재 우리 상황에 대입하여 고찰해보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여겨집니다.

정의를 부르짖는 여전사 엘렉트라는 자신의 어머니이지만 아버지를 살해한 클리탐네스트라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피는 피로써 갚아야 하는 거야" - 엘렉트라

" 강한 존재에는 순종을 해야 한다고 배웠어" - 크리소테미스

"당신의 정의 때문에 우리 모두가 위험합니다." - 사령관

" 난 자비로운 신으로부터 벌써 죄를 용서 받았단다" - 클리탐네스트라

" 난 좋은 왕이였어. 누구보다 열심히 나라를 위해 일했다" - 아이기스토스

엘렉트라가 자신의 친어머니이지만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클리탐네스트라를 용서할 수 없듯이
클리탐네스트라도 남편이였던 아가멤논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엘렉트라의 누이인 이피게네이아가 트로이 전쟁의 승리를 위한 제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클리탐네스트라를 꼬드긴 애인이자 아가멤논 사후에 왕이된 아이기스토스 역시 자신의 부모들간의 원한에 따른 복수를 한 것이였습니다.

자신의 정의를 위해 다른 이의 정의는 무시해도 되는가?
바로 엘렉트라가 말하는 정의와 클리탐네스트라가 말하는 정의는 뭐가 다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엘렉트라가 말하는 정의의 실현은 한편으론 세상이 바라볼때는 존속살해라는 부정의 실현이기도 했으니까요.

현대극으로 옮긴 공연은 시작부터 엘렉트라가 클리탐네스트라를 납치하여 감금하고 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원작과는 다른 파격입니다.
아울러 총과 칼을 들고 있는 여전사 이미지.
장영남 배우가 열연한 엘렉트라는 그렇지만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죽을때까지 엘렉트라에게 저주를 퍼부으면서 당당함을 잃지 않는 클리탐네스타라(서이숙 분)에 비해 엘렉트라(장영남 분)의 목소리나 외모는 어딘지 유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외형에서부터 키가 큰 서이숙 배우와 키가 작은 장영남 배우의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한태숙 연출가는 그 부분을 일부러 그렇게 연출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클리탐네스트라만 부각시키는 꼴이 되어 버려서
캐릭터의 균형이 조금 맞지 않는다고 여겨졌습니다. 강인한 여전사가 아니라 햄릿같은 고뇌하는 여전사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였을까요?

대결구도로 따져서 팀을 나눈다면 크게 아래와 같이 볼 수도 있습니다.

A팀 (엘렉트라, 오레스테스) VS B팀 (클리탐네스트라, 아이기스토스)
오레스테스는 엘렉트라의 남동생으로 오랜 망명끝에 돌아와서 게릴라군의 선봉이 됩니다.
아이기스토스를 몰아내면 차기 왕으로 등극할 수 있는 적통이기도 합니다.
오레스테스는 하지만 엘렉트라처럼 확신이 없었습니다. 엘렉트라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용기를 내고 게릴라군을 이끌게 됩니다.

A팀은 모잘 것 없는 게릴라 군에 젊은 애송이들, B팀은 정부군에 연륜과 경험이 있는 기성세대.
A팀이 B팀을 상대로 승리하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군은 극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도 게릴라군을 연기한 배우들이 복면을 쓰고 의상을 바꿔 입으면서 조금 더 풍성하게 연출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연출가는 가족과 혈통간에 피로 얼룩진 복수와 결핍에 따른 투쟁에 덧 씌워서 신과 인간,

그리고 내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 큰 강대국의 간섭에 의한 상황정리 등

어쩌면 현재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코드들을 버무렸습니다.

하지만, 극이 끝나고 나서 의문이 듭니다. 굳이 제목을 엘렉트라라고 할 필요가 있었을까?
고전의 형식과 뼈대를 가져왔지만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차라리 배우들의 이름도 조금 더 쉽게
바꾸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면 극에 더 잘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배경은 현대 배경인데, 배우들의 이름은 너무 고전적이라 극의 전개에 방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엘렉트라는 알렉스, 클리탐네스트라는 클리네, 아이기스토스는 아기스, 오레스테스는 빅토르 등
캐릭터에 걸맞는 외우기 쉬운 이름으로 부여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죠.

그리고, 현대적으로 연출된 무대에서 불꽃이나 화약이 터지는 시각효과나 생생한 전투장면이 없는 부분도 아쉬웠습니다.
게릴라 사령관이 격투를 벌일때도 칼날이 부딪칠때 모조로 된 나무칼이라 액션장면이 생생하지 않고 밋밋했습니다.
뮤지컬 삼총사에서 삼총사가 음악에 맞춰 타악기를 연주하듯 칼날을 부딪치는 신나는 활극까지는 아니라도
비극적인 전체 분위기에서 조금은 동적인 액션 장면들을 밝게 가져가는 것도 신선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연극 엘렉트라 정리하겠습니다.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연출한 연극 엘렉트라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정의와 신에 대한 도전등 흥미로운 코드들을 섞어서
다양한 철학적인 고민들을 세련된 무대와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공연이였다고 생각됩니다.

인문학 고전의 미덕이 스스로 생각해 보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듯이
아래에 대한 답을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으로 공연 후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1. 엘렉트라의 복수는 정의의 실현인가? 아니면 연적을 제거하는 개인적인 복수인가?
  2. 신에게 용서를 받은 클리탐네스트라를 심판하는 엘렉트라는 신에 도전한 것인가?
  3. 극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방독면을 쓴 사람들은 누구인가?

[참고]
아버지에 대한 엘렉트라의 집착과 어머니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심리학 용어를 낳았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증오와 어머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말하고 있다면,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딸이 어머니에 대한 과도한 적개심과 아버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드러내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출처: 엘렉트라 [Electra] (고전해설ZIP, 2009. 5. 10., 지만지))

엘렉트라 콤플렉스(독일어: Elektrakomplex) 또는 일렉트라 컴플렉스(영어: Electra complex)는 소녀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리키며, 1913년 칼 융에 의해 제창된 명칭이다.

이 개념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에 근거하며, 그는 ‘동화’를 가리키는 핵심 원리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용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1913년에 칼 융에 의해 소개되었다.[1]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여아에게 일어난 경우를 말하며, 여아가 아버지에 대해 강한 소유욕적인 애정을 품고, 어머니에 대한 강한 경쟁의식을 가지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이론에서 볼 수 있는 근친상간적인 욕망을 융은 그리스 비극의 하나인 '엘렉트라'(엘렉트라 여왕)에 빗대어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엘렉트라'는 부왕을 죽인 어머니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제창자인 프로이트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개념과 명칭을 불필요한 것으로 보고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프로이트 심리학에서는 여아에게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명칭을 사용한다.(출처 위키백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독일어: Oedipuskomplex) 또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영어: Oedipus complex)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시한 개념이다. 남근기에 생기기 시작하는 무의식적인 갈등으로 제시되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서는 남녀 모두에 적용되는 용어이며, 정신 발달의 중요한 전환점이자 신경증의 발병 단계로 주목 받고 있다 (출처 위키백과)

그리스 3대 비극시인인 소포클레스의 대표 작품: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엘렉트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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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이 가득한 글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일단 좀 전문적인데다가
낯선 용어가 많이 나오네요.

저 같으면
연극을 잘 모르는 분을 위해서
나누고 싶은 주제 핵심을 잡아
조금 쉽게 그리고 짧게 쓸 거 같아요.

이와 관련해서 제가 포스팅을 했으니 참고바람니다.

글쓰기 교실은 신청자가 많지 않으니
형편껏 같이 나누면 어떨까 싶습니다.

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