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2/6, 상실의 시대 서평)

in kr •  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kangsukin 입니다.

<이상형에 대하여>
우리는 흔히 친구들에게 이상형이 누구냐고 묻곤 한다. 어떠한 사람들은 김태희, 한가인처럼 얼굴이 예쁜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전지현, 이효리처럼 몸매가 좋은 사람을 꼽을 것이다. 지적인 이미지를 좋아한다면 아나운서를, 목소리가 매력적인 사람을 좋아한다면 감미로운 목소리의 가수를 좋아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각각의 다양한 개성과 매력을 지닌 사람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인지 나에게 있어 이상형은 ‘미도리 같은 여자’이다. 어머니 같은 여자도 아니고, 어린 시절 첫사랑도 아니고, 존경했던 선생님도 아니다. 지인들에 이렇게 말을 하면 미도리가 일본 배우냐, 모델이냐, 아니면 영화 속 인물이냐고 되묻곤 한다. 언제부터 였을까? 나에게 이상형이 이렇게 된건 정말 우연히 봤던 책 속에서부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상실의 시대’를 처음 접한 것 초등학교 6학년 때다. 그 당시 13살이었던 내가 상실의 시대를 봤다는게 믿어지지 않겠지만, 처음 읽게 된건 바로 그때였다. 물론 500페이지에 달하는 그림하나 없는 두꺼운 책에 흥미가 있을 리 없었고,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 당시 그 책을 사고 읽게된건 중학생이 되면서 뭔가 성장했다는 것을 표출하고 싶은 마음에 서점에서 눈에 보이는 가장 두껍고 멋스러워 보이는 제목의 책을 산 것 같다.

20살이 되던해, 먼지가 쌓인 책장에서 다시 상실의 시대를 보았다. 이상하리만큼 읽기가 쉬웠으며, 하루만에 책을 다 읽게 되었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의 상황을 생각하고, 거기에서 등장했던 비틀즈의 음악을 비롯한 많은 곡들을 일일이 찾아 들어보는 적극적인 모습도 발휘했었다. 대학시절의 ‘상실의 시대’는 정말로 슬프고, 감미롭고, 황홀한 사랑이야기였다.

상실의 시대에서 나오는 미도리는 매우 활발한 아가씨다. 부모님의 죽음에도 꿎꿎하게 삶을 이어가며, 봄을 맞아 바깥세계로 막 뛰쳐나온 아기 강아지처럼 생명감이 넘치는 사랑스런 여자이다. 책 속에서 미도리는 자신을 ‘피가 흐르는 살아있는 여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슬픔으로 자폐적 공간에 빠진 주인공을 끌어내는 어른스런 모습도 보여준다.

주인공의 여자로 나오는 나오코와 미도리는 상반대는 인물이다. 책 속에서 나오코는 뭔가 가녀린 모습을 한 청순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 떠올랐고, 미도리는 이와는 반대로 뭔가 활기차면서 당당한 신여성의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가 상상하는 모습이며, 이러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영화를 찾아봤지만, 전혀 상관없는 2001년 캐나다 영화만 검색되었고 내용도 전혀 달랐다. 차라리 내 상상속의 인물을 그리는게 오히려 나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영화속에서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전혀 다른 인물들이 연기했다면 나의 이상형은 미도리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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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하루키, 문학사상사, 1989
아름다운 가짜, 대중문화와 센티멘털리즘, 김혜련, 책세상, 2005
하루키 문학수첩, 정해종, 문학사상사, 1996
하루키 문학은 언어의 음악이다, 제이 루빈, 문학사상사, 2003
하루키를 읽는 법, 윤성원, 문학사상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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