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학파 철학 마지막] 한스 헤르만 호페(Hans Herman Hoppe), 민주주의 그 성역을 건드리다.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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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A와 B가 함께 C라는 사람의 재산을 훔치는 것이다.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극악무도한 일이다. "-한스 헤르만 호페

안녕하세요. @rothbardianism 입니다. 오늘 이 글을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 학파에 대한 '설명'은 끝을 낼까 합니다. 마지막 연재이니 만큼, 좀 강력한 사람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라스바드의 적자라고 평가받는 한스 헤르만 호페(Hans Herman Hoppe)입니다.

사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민주주의(Democracy)는 성역이라 평가받는데요. 특히 한국은 80년대 일어났던 민주화운동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더 성역으로 여겨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스 헤르만 호페(Hans Herman Hoppe)의 글이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비판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한스 헤르만 호페의 <민주주의는 실패한 신인가?>를 참조했음을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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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민주주의

사실 민주주의가 미국의 가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호페에 의하면 이는 전혀 틀린 주장입니다. 사실 미국의 사상적 기초라고 볼 수 있는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의 독립선언문(Declaration of Independence)엔 '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독립선언문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생명(Life), 자유(Liberty), 그리고 행복추구권(Pursuit of Happiness)였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건국 이념이 담긴 페더럴리스트 페이퍼를 볼까요? 이미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에선 미국 헌법의 아버지인 제임스 메디슨(James Madison) 이 민주정을 다수의 폭정(Tyranny of Majority) 이라 비유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 철저하게 분리된 권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메디슨은 나중에 헌법을 만들 때 행정, 입법, 사법을 분리했던 몽테스키외의 삼권 분립을 채택하고, 그 정부를 또 연방, 주, 시로 분리한 연방제를 채택했죠.

미국 건국의 아버지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최대한 실현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자유와 민주주의가 공존할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즉 미국은 최대한 다수의 직접적인 통치를 최대한 제한하고 견제했다고 봐야 맞다는 것이죠.

익명에 가려진 이기심.

사실 국민이라는 말 만큼 애매모호한 말이 없지 않습니까? 너무 포괄적이죠. 국민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니까요. 국민이라는 포괄적인 집단에 숨어있을 때 사람들은 서서히 이기적인 모습을 표출하기 시작합니다. 호페는 그의 책 <민주주의는 실패한 신인가?>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합니다:

민주주의하에서 정부로의 자유로운 진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타인의 재산에 대한 자신들의 욕망을 마음껏 발산하도록 허용하는 셈이다. 전에는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지고 따라서 억압되었던 것이 이제는 정정당당한 감정으로 인정받는다. 모든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호소하는 한, 다른 사람들의 재산을 자유롭게 탐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정부로 진입하는 길을 발견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재산을 탐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하에서 누구나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 (한스 헤르만 호페: 민주주의는 실패한 신인가 P.162).

민주정에선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선뜻 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기엔, 이론상 주권자는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아닌 ‘모든 국민들’이지만, 사실상 그 주권을 위임받아 이러한 끔직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국민들에게 주권을 위임받은 정치인들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그 정치인들을 뽑은 다수의 국민들만 책임을 지고 그들을 뽑지 않은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말라고 하기엔 누가 그 정치인을 뽑았고 누가 그렇지 않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비밀 투표니까요). 이렇게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문제들은 늘어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굳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때 비로소 이기적인 존재가 되기 때문이죠.

조커의 Social Experiment의 한 부분을 가져온 것입니다.

스티미언 분들은 혹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제작한 <다크나이트>를 보셨나요?(안보셨다면 명작이니까 꼭 보세요!) 그 영화에선 민주주의의 치명적인 결함이 아주 잘 드러났습니다. 바로 조커가 영화에서 사람들을 가지고 실험을 하는데, 조커는 배 실험에서 두 척의 배를 준비하고 한 척의 배엔 범죄자들을, 다른 한 척엔 무고한 시민들을 태웁니다. 그리고 양 측에 서로의 배를 터트릴 수 있는 스위치를 건내고 심리전을 벌이기 시작하죠. 무고한 시민들이 탄 배에선 스위치를 누를 것인지 말 것인지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결정하기로 합니다. 결과는 상대방의 배를 터트리는 것이었죠. 하지만 누구가 선뜻 나와서 그 스위치를 누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모습입니다. 무엇을 하기 까지 결정은 매우 쉽게 하지만, 정작 누군가가 책임을 지라고 하면 아무도 나오지 않는 것. 이 것이 필자가 말하는 익명성에 숨은 악마같은 이기성입니다.

민주주의 시스템에선 한 명이 영원히 집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A라는 대통령이 100조원의 빚을 지더라도, 후임자가 그대로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지금 대한민국의 부채가 어느정도 되는지 아시나요? 맞아요. 대부분이 빚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당장 내일 우리가 취업을 해야하고, 보조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하고, 복지를 더 다양하게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만 집중할 뿐이죠. 그래서 빚은 계속 늘어만 갑니다.

하지만 호페에 따르면 익명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군주제에선, 경제가 파탄이 나면 모두가 그 군주에 책임을 물을 것이기 때문에 군주는 경제와 나라를 다룰 때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보다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P 163).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러한 호페의 주장을 보시면 이상한 소리라고 하실 수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경제학적 데이터를 보면 호페의 말이 마냥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으실 거에요.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그의 저서 에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수많은 군주들은 전쟁으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해서 정부의 지출을 줄이는 반면, 민주정의 정부들은 그 책임감을 회피하고 다음 정권으로 미루느라 정부 부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반대로 정부 지출을 늘려서 자신의 인기를 유지하는데 집중한다는 것이었죠.

사실 이 익명(Anonymity)이라는 것이 인간을 얼마나 추악하게 만드는지는 인터넷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서로가 얼굴을 드러내면 절대로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할 말들을 모니터 속에 숨어서 내뱉는 사람들을 보면, 익명성이라는 것이 좀 무섭기는 합니다(하지만 전 모네로는 좋아합니다..ㅎ)

폭력으로써 민주주의

사실 민주주의가 어떻게 폭력적인가를 논하기 이전에 폭력을 정의해야겠죠? 라스바드의 말을 한 번 참고해 봅시다.

“폭력은 타인의 신체나 재산에 대하여 물리적 폭력을 사용하거나 위협하는 행위로 정의되며 공격과 유사한 뜻이다” (머레이 라스바드: 새로운 자유를 찾아서: P33).

만약에 국민들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라면 어떨까요? 그들은 아마 기독교적 관점을 반영하는 정책들을 실행할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동성혼을 강제로 반대하고, 낙태를 어떠한 경우에도 금지하는 법안들을 발행하여 기독교가 아닌 자들은 핍박하고 억압할 것입니다. 기독교가 아닌 소수의 사람들은 이에 반대하겠지만, 민주정에선 이들의 의견은 절대로 반영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비례대표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수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가치를 반영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소수의 주장을 반영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민주정은 항상 다수가 이끄는 곳으로 갔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러한 행위가 민주주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호페도 잘 압니다. 모든 통치행위(Governance)의 문제지만. 호페는 민주주의가 절대적으로 선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독재와 민주주의는 둘 다 폭력적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다는 것이 호페의 생각입니다.

정말로 이론상의 민주주의가 가능할까.

민주주의 사회에선 정치인들의 관심사는 딱 하나입니다. 바로 재선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은 재선이 되기 위해서 영혼이라도 팝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불가능한 약속들을 국민들에게 내놓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이 그런 약속들을 들어줄 능력이 없을 뿐더러,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는 사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죠. 미국의 위대한 저널리스트 헨리 맹켄은:

“그들 대부분은 소동이 끝나기 전에 실제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신할 것이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을 가장 많이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H.L Mencken: A Mencken Chrestomathy P. 151).

결국 민주주의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대중들이 듣고싶어 하는 말을 내던지는 정치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불가능한 약속들을 내세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챙길겁니다.

한스 헤르만 호페 그리고 블록체인(?)

이것이 바로 한스 헤르만 호페가 본 민주주의 입니다. 호페에겐 민주주의란 실패한 신 입니다. 호페의 대안은 무정부주의적 시장주의(Anarcho-Capitalism)이지만, 여러분은 다르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이 글의 취지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것에 있습니다.

질문하고 비판하고 하는 과정속에서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구성원으로써 현존하는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을테니까요. 제가 호페를 존경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우상들에 도전하는 모습 때문입니다(같은 이유로 저는 니체를 존경합니다). 저는 호페의 비판이 충분히 합리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연 블록체인이라는 이 분산화 시스템이 호페가 지적한 민주주의 마저도 가지는 중앙화의 필연성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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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주의자" 도 정부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 블록체인은 그것마저도 말씀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갑니다 .

사실 무정부주의자도 무정부주의자마다 다르긴 한데.. 저도 무정부주의를 이상이라 보지만 불가능하다고 보고있거든요. 그런데 블록체인이 해결해줄 수 있지도 않을까 생각은 해보고 있습니다. ㅎㅎ

좋은 글이군요. 보팅 및 팔로우 누르고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중우정치가 되는 것은 막아야하죠 그렇기 위해서는 언론이 중요하고... 어렵죠 민주주의

언론도 편향이 많이 되어있지요. 언론을 믿기에도 참 힘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비판적이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그 배 안에서 어느 누구도 쉽게 폭발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한 쪽은 죄수들이 탄 배임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자정작용 / 인간의로서의 선한 의지 이런 것을 느꼈는데 님은 악마같은 이기심을 보셨군요. 나중에 웨인이 조커에게 그런 말을 하기도 했구요. 조커가 구현해보이려던 것이 이기심이고, 웨인이 주장하던 것과 그 배에서의 움직임은 그 반대가 아닌가 저는 생각이 듭니다. 늘 베트맨 시리즈에서는 고담은 이기적이고 악하고 타락했기에 무너져야 한다는 쪽이 라스알굴 또는 조커 쪽이고 그럼에도 우리는 자정하고 반성하면서 나아가야한다는 쪽이 베트맨과 경찰국장 쪽인 줄 알았거든요.

저는 나중에 책임을 회피하다가 스위치를 던져버린 장면에서 선함을 보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딜레마를 아예 고민하지 않는 것이죠. 결국 민주주의적 방식은 무의미 했음을 의미했다고 봅니다. 원래 영화는 해석하기 나름이니까요 ㅎㄹ

네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민주주의가 갖는 부작용들은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알려주신 내용들에 공감하게 됩니다. 다수결의 횡포라던가 대의민주주의로서의 국회의 폭주 등 한계도 분명히 있지요.

네.. 그래서 블록체인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라스바디언님!
그동안 오스트리아 학파에 대해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특히 익명성에 숨은 이기성이란 말이 뇌리에 남네요. 이제 ‘설명’ 이 끝났다면 앞으로 어떤 연재가 이어질지 더욱 기대되네요^^

아마 또 다른 '설명' 이 이어지긴 할겁니다..ㅎㅎ 제 의견들이 나오는 순간 아마 제 글엔 헬게이트가 열리지 않을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