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을 꿈꾼 소년의 이야기 2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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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물론 의대생도, 명문대 학생도 되지도 못했습니다. 성적도 신통치 않았고, IMF로 인해 형편이 더 힘들어진 터라 등록금이 제일 싼 지방 국립대로 진학했습니다.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니 엄마가 흐뭇해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만날 사고만 치던 아들이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갔다는 사실이 대견하셨나봅니다. 하지만 소년이 장학금을 위해 많은 대가를 치렀습니다.

소년의 고3 시절은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아침 6시에 학교 가서 밤 12시에 집에 오는 학교생활에 질릴 대로 질려버렸습니다. 앉아서 하는 거라곤 그리도 하기 싫은 공부뿐이었으니까요. 소년에게 고3은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소년에게 장학금은 그 지옥의 훈장인 셈이었죠. 소년은 그 지옥에 대해 보상 받고 싶었습니다. 다른 대학생들이 그렇듯 정말 실컷 놓았습니다. 낮에는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밤에는 술을 마시면서 정말 놀고 싶은 만큼 놀았습니다.

처음 맛보는 자유는 정말 매혹적이었습니다. 부모를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대학시절이 좋았습니다. 소년은 대학을 가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연애. 여자를 제대로 만나본 적 없는 소년이었기에 연애에 대한 동경이 컸습니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섹스에 대한 호기심도 한 몫 했겠지요. 그렇게 소년은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그리고 그 뒤로도 몇 번의 뜨거운 연애를 하게 됩니다.

많은 연애는 많은 추억을 낳았습니다. 찬란하게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고, 가슴 시리게 아픈 경험도 있었습니다. 전쟁같이 싸우면서 헤어진 경우도 있고, 다른 여자에게 더 끌려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별을 통보받고 집에서 혼자 울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소년은 적지 않은 연애를 경험했습니다. 소년은 많은 연애를 통해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가지요. 그렇게 소년은 조금씩 성숙해져가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연애를 통해 어른이 되어갔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연애의 본질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니까요. 소년은 그렇게 대학 시절의 대부분을 열심히 연애를 했고, 그 경험을 통해 소년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을 합니다. 소년의 엄마, 그리고 많은 주위 사람들이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했지만, 먼 훗날 소년은 알게 될 겁니다. 울고 웃었던 그 연애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생 수업이었음을 말입니다.

소년에게 대학을 졸업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주위에서는 하나 둘, 그 지겨운 지옥 같은 고3 생활을 또 다시 하라고 합니다. 이젠 그 대상이 대학이 아니라 취업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소년은 아직 삶의 방향성에 확신이 없었습니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학점을 억지로 채우고, 영어 아니 토익 공부를 했습니다.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회사를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불안해서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가는 길로 가지 않는 것이 불안했던 것이지요.

한편으로 소년은 돈을 많이 벌고 싶었습니다. 졸업을 하면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기왕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했습니다. 학과 공부도 하고 토익도 열심히 했습니다. 2007년, 소년은 운 좋게 매서운 취업한파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대기업에 취업을 하게 됩니다. 분명 운이 좋아서였습니다. 소년보다 더 오래, 더 열심히 취업을 준비했던 친구들 보다 더 돈을 많이 주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 소년은 다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때 취업이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운이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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