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말고보통] 소비의 자유 VS 삶의 자유

in kr •  7 years ago 

img_8134_sting762.jpg

  • 돈만 많으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돈이 많으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나는 ‘그렇다’라고 답하겠다. 하지만 ‘그렇다’의 전제조건이 오직 ‘소비의 자유’일 뿐이라는 것만은 분명히 하고 싶다. 그러니 ‘자유로워지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답하겠다. ‘소비의 자유’를 구가하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헌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임금’과 ‘상품’ 사이의 불공정한 거래를 인정하고 있음을 기억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생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불필요한 ‘소비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어리석다. ‘소비의 자유’는 결국 우리의 자유로운 시간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니까. 철학자, 이진경은 자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돈이 많아 노동하지 않고 살아도 되는 사람은 자유로울까?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니 자유로울 거라고? 그렇다면 우리 옆에 사는 부자들은 모두 자유로울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노동하지 않고 돈을 펑펑 쓰고 사는 이들이 자유롭다면, 자유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할 ‘꺼리’도 되지 못한다. 자유의 크기란 쓸 수 있는 돈의 크기, 살 수 있는 상품의 종류나 양이 되고 말테니까. 사실 우리는 잘 안다. 그들이 그 돈에 얼마나 매여서 살며, 그 돈에 치여 가족들끼리 얼마나 치고받고 싸우며 사는지. 그들이 부러울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자유를 부러워하는 게 아니라 돈 쓰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자유란 돈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것이지 돈을 실컷 쓰는 것이 아니다."

이진경의 주장은 옳다. '돈이 많으면 자유롭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그 돈으로 자유롭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돈에 매여 아주 부자유스러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을 너무 흔하지 않은가. 돈 그리고 자유라는 것에 관해 숙고할 때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지점에 대해 이진경은 이리 답하고 있다. “자유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지 돈을 실컷 쓰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돈 그리고 자유를 지혜롭게 바라보는 관점이다.

돈을 실컷 쓰는 것, 그러니까 ‘소비의 자유’ 역시 자유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직 그것만이 진정한 자유라고 믿기 시작할 때, 인생은 어김없이 꼬이기 시작할 것이다. 소비의 자유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지금처럼 병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소비의 자유’를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한다면, 결코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된다. 소비의 자유를 위해 어김없이 자유시간을 헌납해야 할 테니까.

  • 소비의 자유 VS 삶의 자유

나는 이제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 돈? 당연히 그다지 못 번다. 직장인이었을 때 비하며 형편없는 수준이다. 당연히 예전에 만끽했던 ‘소비의 자유’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대신 하루 종일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글을 쓰고 싶을 때 쓰고,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보고, 아이들과 놀고 싶을 때 논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가끔 낮술이 땡길 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한 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돈을 버는 최소한의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지금 정말 자유롭다. ‘소비의 자유’를 만끽하던 시절과 지금 '삶의 자유'를 만끽하는 시절 중 어느 삶이 더 행복한지 묻는다면, 분명하게 답할 수 있다. ‘지금!’

더욱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직장을 다닐 때 나는 무엇인가를 계속 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소비욕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제 그 이유를 알겠다. 직장을 다닐 때, 무엇인가를 계속 사고 싶었던 이유는 그것이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물건을 사면서 자유롭다는 느낌을 갖고 싶어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직장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자유의 결핍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하는 것뿐이었으니까. 직장인은 돈을 버느라 시간이 없으니 자유마저도 돈으로 살 수밖에 없다. 지금 내게 소비 욕구가 줄어든 이유는 분명하다. 하고 싶은 것을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다. 굳이 과도한 소비를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자유롭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적게 벌지만 내 멋대로 사는 것이 바로 '삶의 자유'다. ‘삶의 자유’를 포기하고, ‘소비의 자유’를 선택하는 것을 삶의 다양성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걸 한 사람의 개인적 선택이라고 퉁치고 넘어가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그리 생각한다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다. 아니 도시락 싸다니면서 기꺼이 이야기해주고 싶다. ‘소비의 자유’보다 ‘삶의 자유’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준다고. 그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차례다. 우리는 어떤 자유를 누려야 할까? 많이 일하고 많이 벌어서 ‘소비의 자유’를 누려야 할까? 아니면 적게 일하고 적게 벌지만 내 멋대로 사는 '삶의 자유'를 누려야 할까? 어떤 것이 진짜 자유일까? 어떤 자유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줄까?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한번쯤 고민해본 사람들에게 대답은 어렵지 않을 테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자유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지 돈을 실컷 쓰는 것이 아니다”
공감가는 말입니다.

그렇죠.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