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ning Diary] 열 여섯 번째 날 - 친구의 노력은 나를 울게 했다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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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를 봤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보다 고생을 더 많이 한 친구다. 좋은 성적에 좋은 대학을 갔지만, 더 좋은 대학을 가고 싶었던 친구였다. 피트 시험을 준비해 좋은 대학원에 들어가겠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 친구가 피트 시험에 떨어져서 나에게 울음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했을 땐, 정말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가슴 아프지만 자신이 감당해야하는 크기이기에. 너무 벅차지만 어쩔 수가 없었기에. 그냥 무작정 들어주는 수 밖에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친구가 나로 하여금 뭉클하게 만들었던 건 또 다른 행동이었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이 친구는 매우 성실하다. 휴가를 나와서 어디를 놀러 가자 해도 거부를 하며, 휴대폰도 꺼놓고 세상과의 단절을 꾀했던 친구다. 그렇게 피트 공부를 열심히 해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으며 나에게 꺼낸 말이다.

"나, 재수하려고. 좀 더 나은 대학 가야지. 이건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실패의 충격이 얼마 가시기도 전에 나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정말 존경스러웠다. 이게 그 '회복 탄력성' 이라는건가 싶었다. 내가 전역을 하고, 이 친구에게 물어봤다. 한참을 망설이다, 몇 개월간 꺼져 있던 친구의 휴대폰의 잠을 깨우려 전화를 걸었다. 수능의 결과가 나온 날 쯤이었다. 나에게 말했다.

"1등급 차이야."

이 말인 즉슨, 고기 등급 매기듯이 아이들 등급을 매겨서 그에 맞는 A,B,C,D 등급의 학교에 들어가게 하는 이 교육 시스템에 패배했다는 뜻이었다. 자기가 원서를 넣은 대학교에 다 떨어졌단다. 그것도 단 '1등급' 차이로. 그걸 듣는데, 세상이 이런가 싶었다. 한 등급 차이가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엄청나게 큰 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이다. 아니면, 벌써 자신의 한계를 정해놓은 사람이던가. 숫자 1등급 차이가, 열심히 살았던 친구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인생의 길을 막아야 하는가 싶었다. 좀 원망스러웠다. 그냥.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던가. 우린 고작 스물 남짓이었다. 나는 군대, 그 친구는 고시원에서 뭔가를 많이 잃었다. 세상 탓 하기엔 너무 어리광이다. 그냥 안고 더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걸 잘 알고 있다. 서로의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이미 속으론 다 울고 있었기에.

어제 만났을 때 그리 웃음이 밝았다. 속이 시커멓게 탔어도, 제 나름대로 무언가를 또
다시 짓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 친구가 아플까 쉬이 말을 꺼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내가 걱정이 되었던가, 자기가 먼저 물꼬를 트었다. " 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는데.." 다행이었다. 뭔가 다른 좋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나마 낫지 않겠는가.

친구와 샤워를 하면서 내가 뜬금 없이 말했다.

"야 있잖아. 우린 다 널뛰기를 하고 있는 거야.
"응?"
"나나, 다른 애들은 이렇게 막(다리를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도움 닫기 하다가 찔끔 날았어. 그런데 너만 지금 앉았다 일어났다를 X나게 하고 있는 거야. 우리 찔끔 날 때 더 높이 날으려고 다리 근육을 다지는 거지."
"..."
"그러다 언젠가 다리 운동만 X나게 하다가....(뜸을 들인다.) 널뛰기 판이 부서지는 겨."(언젠가 네 실력이 준비가 되었을 때 네가 쌓은 탑만큼 높게 날아오르겠지.).
"(웃으면서) 야이, X새끼야. (내 등짝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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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 봄은 좋은 시간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은 정말 따듯한 것 같습니다.
한식님도 따듯함에 담기시길.

서로가 서로에게 멋진 친구네요~ ^^
마지막에 써놓은 @sirin418님이 친구에게 한 이야기는 흐뭇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머를 꾀했는데, 통했나요?ㅎ

우정이 애틋해보여요 !! ㅎㅎ 친구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아주는 시린이님 있어서 친구분은 행복할듯 합니다. 널뛰기 비유는 정말 짱짱 원래 오래 묵을 수록 나중에 더 빛나는 건 맞는거 같아요 ㅎㅎ 모두 각자 꽃피는 시기가 다른거 뿐이라고 생각하시면 좀 더 마음이 편할거에요 ㅎㅎ

'시린' 입니닼ㅋ 이름을 바꿔야하나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멋진 것 같습니다. 하얗게 불태웁시다. 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이팅!

지금 움츠리고 있는건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해서 인거죠~^^
화이팅 입니다~!!!!!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로 보상 받으실 거라고 믿습니다.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널뛰기 ... 멋집니다...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