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의 책 <뮤지코필리아>를 읽어보면 라장조 음악이 파란색으로 '보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물론 이는 신경과 전문의 출신의 저자가 겪은 특별한 사례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음악을 듣는 게 단순히 청각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 행위라는 점에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싶다. 음악은 리듬과 박자의 향연이고, 텍스트와 음을 결합해 생명력을 부여하는 마법이다. 어쩌면 그런 공감각적인 체험은 원래 당연한 것이고 일상적인 것이며, 본능적인 즐거움이자 축복일 것이다. 다만 그런 황홀경을 충분히 향유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고, 그러기에는 21세기에 음악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너무 다급하고 일차원적으로 바뀌어버렸을 뿐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네 번째 정규앨범 <Dreamtalk>는 푸른색을 닮았다. 포토그래퍼 하시시 박이 멋지게 잡아낸 앨범 표지의 사진처럼, 옅은 잠 같은 몽롱하고 푸르스름한 공기가 음악을 감싸고 있다.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은 서사의 규칙에 묶이지 않고 의뭉스러운 이들의 음악 중에서 비교적 뚜렷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그리고 앨범의 한가운데에서 가장 선명하게 빛나는 푸른색이기도 하다. 해가 지고 본격적으로 어둑어둑해지기 직전의, 무겁고 푸르스름한 색이 짙게 내리깔리는 초저녁의 이미지라고 할까.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그 어둠 속에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홀로 선, 상처 입은 육식동물이 내지르는 푸른 빛의 울음덩어리 같다.
반갑습니다
또 다른 색깔을 보고 갑니다
자주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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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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