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구술면접 두번째 해설입니다. 이번에도 인문학 지문입니다. 우선 다음 제시문을 읽어보시죠. 해설은 그냥 문어체로 존대를 하지 않고 쓰겠습니다.
(가) 인생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인생을 오랫동안 고통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 왔다고 하더라도, 그 인생은 덧없고 의미 없는 것일 수 있다. 우리 인생은 그 자체로 귀중 하다고, 그래서 태어나서 하루하루 숨을 쉬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동물의 삶이 지니지 못한 의미를 가진다는 말에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하지만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그 말에서 위안을 얻기 때문이지 그 말이 진실을 담고 있어서가 아니다. 몇몇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 강한 애착을 가진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 사실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지는 못한다. 자기 보존에 대한 강한 열망은 동물에게나 사람에게나 맹목적으로 주어진 것일 뿐이니 말이다. 그럼 유의미한 인생이란 어떠한 인생인가? (ㄱ)유의미한 인생이 무엇을 뜻하는지 보다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인생의 사례를 고려해 어떤 특징 때문에 그 인생이 무의미하게 판단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인생의 조건을 알 수 있게 된다.
(나) 행복할 때면 우리는 항상 ‘좋은 상태’에 있는 거지만 좋은 상태에 있다고 우리가 항상 행복한 건 아니야. 좋은 상태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좋은 상태란 자신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거지. 부조화는 억지로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려는 거고. 자신의 삶, 그게 중요한 거야. 도덕 군자인 척하거나 청교도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자기 이웃의 삶에 대한 도덕적 견해들을 떠들어 대겠지만 이웃들은 정작 그의 관심사가 아니야. 현대의 도덕은 자기 시대의 기준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되어 버렸어. 하지만 나는 교양 있는 사람이 자기 시대의 기준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천한 부도덕이라고 생각해.
[문제 1] (가)의 밑줄 친 (ㄱ)을 토대로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인생의 사례를 둘 이상 고려하여 유의미한 인생은 어떠한 인생인지 자신의 의견을 말하시오. (단, 고려할 인생의 사례 중 최소한 하나는 문학 작품에서 택할 것.)
[조선생 답]
어떤 인생이 의미있는 인생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질문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그 대상이 절대적 가치가 있어서 부여하는 측면도 있겠으나, 가치평가를 하는 주체인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기에 부여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가치 없는 인생에 대한 규정을 해보면 어떤 인생이 가치 있고, 의미있는 인생인지에 대한 나름의 정의가 세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 나라 단편 소설 중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소설이 있다. 막노동을 하며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사람인데 무력한 삶에 자신이 번 돈을 모두 유흥으로 탕진하며 난봉꾼으로 살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재미없고 무력했던 삶의 활기를 찾고 그녀에게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아갔다. 그렇게 행복한 삶을 이제 시작하며 살아가는 와중에 자신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에 늘 마음 한편으로 괴로웠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뭔가 잘못된 것인데 아내를 의심하긴 너무나 싫고 괴로웠다. 그리고 분명 자신의 아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마침내 태어난 아이를 본다. 도저히 자신과는 닮은 구석이 전혀 없는 아이에게서 주인공은 발가락을 찾는다. 발가락이 닮았던 것이다.
주인공의 삶은 그녀를 만나기 전의 의미없던 삶과 그녀를 만난 후의 의미있는 삶으로 나누어진다. 자신이 가치를 부여할 어떤 대상이 있고 없는지에 따라 삶의 의미가 주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유의미한 삶이란 자신이 결국 규정하는 것인데,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자신의 많은 부분을 헌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삶이 아닐까 이 소설의 주인공을 보며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면서 무엇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삶에 있어서의 가치는 결국은 인간이다.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가치를 부여한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란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 속의 주인공 모리 교수는 루게릭 병에 걸려 몸이 점점 마비가 되며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동공을 움직여 컴퓨터로 글을 쓰며 소통하는 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가족, 친구, 제자 등 자신이 맺고 있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성공하고 싶어한다.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싶어한다. 물질적, 육체적 욕망을 마음껏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본인에게 주어져 그 욕망을 추구하며 사는 것은 의미 없는 삶일까? 그 욕망을 추구하는 것에 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는 일일까? 의미 있는 인생이란 자신이 가치 있다라고 여기는 어떤 대상. 그것이 추상적인 개념일 수도 있고, 구체적 행위일 수도 있고,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일 수도 있는데, 그런 대상을 가지고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문제 2] (나)의 화자가 말하는 ‘좋은 상태’의 인생을 자신이 제시한 유의미한 인생과 비교하여 평가 하시오.
[조선생 답]
행복할 때는 '좋은 상태'에 있는 거지만 '좋은 상태'에 있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다소 모순을 느끼게 한다. [나]의 화자가 생각하는 '좋은 상태'는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삶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구체적인 사례를 생각해 보면 조금 이해가 가는 대목이 있다. 극단적 사례일 수 있으나 자신의 가족이 흉악범이란 가정을 해보자. 내 가치관으로는 이 흉악범이 제대로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 당연히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에 합당한 행동이다. 그러나 그 가족이 처벌받는 상황을 본인이 직접 만들어야 할 때는 분명 '좋은 상태'이나 행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의미 있는 인생이란 그저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 자신이 부여한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는 의미있는 인생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합치된 삶의 모습을 스스로가 보여줄 수 있을 때 나는 '좋은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행복한 상태가 아니라 할지라도.
<첨언>
이상 제가 답변을 한 번 해보았습니다. 역시 구술면접 문제가 쉽지가 않네요. 쉽게 착상이 떠오르는 질문이 아닌듯 합니다. 그렇지만 전혀 답변을 못할 정도의 질문 역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적인 답변같지만 평소에 공부하는 국어영역의 지문들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며 읽는 훈련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는 답변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kmlee님께서 멋진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이번에도 우리 스팀잇 이웃분들의 답변이 이어진다면 생각을 다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대한민국에서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을 위해 가즈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