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룰 내용은 2017년 고려대 수시모집 융합형 인재전형 구술고사 인문계열(오전) 문항입니다. 가상공간에서 개인의 행동의 특징에 대해 논하는 내용인데, 답을 선뜻 내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답안은 편의상 문어체로 하겠습니다.
(가) 조깅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보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좀 더 열심히 달린다고 한다. 또한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때 더 열심히 아령을 들어 올린다는 연구도 있다. 도움을 요청할 때에도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부탁할 때, 사회적인 인맥을 고려하게 만들 때, 전화보다는 직접 얼굴을 보고 부탁할 때 그 요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다. 이와 반대로 성금을 걷을 때 봉투에 넣어서 내도록 하면 모금액은 확연하게 줄어든다.
(나)
- 말뚝이: (얼굴은 탈로 가리고 머리에는 벙거지를 썼다. 채찍을 들었다. 굿거리장단 에 맞추어 양반 삼형제를 끌고 한 가운데 등장.) 양반 나오신다아!
- 양반들: (말뚝이 뒤를 따라 점잔을 피우나, 어색하게 춤을 추며 등장. 양반 삼형 제 맏이는 샌님, 둘째는 서방님, 끝은 도련님이다.)
- 말뚝이: 어허, 양반이라 하니 노론(老論), 소론(少論), 호조(戶曹), 병조(兵曹)를 다 지내시고 삼정승(三政丞), 육판서(六判書)를 다 지내신 퇴로재상(退老宰相)으로 계신 양반인 줄 착각하지 마시오. 개잘량1)의 ‘양’자에 개다리소반2)의 ‘반’자 쓰 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 양반들: 뭐야아! 이놈, 양반을 모시지 않고 어디 그리 다녔느냐? 말뚝이: 아, 이 양반들, 어찌 시끄럽소. 양반 나오시는 데 훤화3)를 금하라 하였소.
- 양반들: (일제히 서로를 바라보며) 저 놈이 훤화를 금하였다네. 말뚝이: 조용하시오. 여보, 악공들 말씀 들으시오. 화려한 풍악을 버리고 저 버드나 무 홀뚜기4)나 뽑아다 불고 바가지장단 좀 쳐 주오.
- 양반들: 야아, 이놈, 뭐야!
1) 개잘량: 털이 붙어있는 채로 무두질하여 다룬 개의 가죽
2) 개다리소반: 상다리 모양이 개의 다리처럼 휜 소반
3) 훤화: 시끄럽게 지껄이며 떠듦
4) 홀뚜기: 버드나무 가지의 껍질 등으로 조잡하게 만든 피리
(다) 그는 질긴 먹이를 씹을 윗니가 없고 머리를 들이받을 뿔이 없다 낙타처럼 가죽이 두껍지도 못하고 뱀처럼 허물을 벗을 수도 없다 다만 먹물을 내뿜는 앞발톱이 있어 허공을 할퀴거나 먹이를 잡는다 고사리나 뜯어먹고 살기에는 피가 너무 뜨겁고 먹음직한 고기나 생선을 물리치기에는 배고픔을 잘 참지도 못한다 눈은 둘이나 한쪽이 유난히 어두워 빛보다는 어둠에 익숙하고 눈보다는 더듬이로 길을 찾는다 그는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나 그 소리 온전히 알아듣는 이가 없고 위험에 처할 때는 몸을 조그맣게 말아 곧잘 달팽이처럼 보이게 할 줄 아나 하나의 집에 갇혀 조용히 살지는 못한다 그는 때로 제 그림자를 베어먹고 그 속에 제 몸을 감추기도 한다
(라) 컴퓨터 네트워크가 창출하는 가상공간에서는 물리적 제한이 없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 으면 성별을 바꾸어 활동할 수도 있고 아이가 어른 행세를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가상공 간 속의 ‘제한 없음’은 개인의 정신적 자세, 생활 태도, 행동 양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 대도시의 보행자들은 몹시 붐비는 보도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놀라울 정도로 빨리 걸을 수 있다. 사람들은 빠르게 걷기도 하고 느리게 걷기도 하며 몇 걸음을 뛰어넘기도 하고 좌우를 누비며 도로를 건너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과 속도를 맞추려고 걸음을 재촉하기도 하고 늦추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속도와 보폭 을 작고 미세하게 조절하는 일이 수없이 일어난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어디로, 언제, 어떻게 걸어갈지 말해주지 않는다. 정해진 방침이나 지시 없이도 사람들은 스스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추측하여 자신의 걷는 방식을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이 방식’은 효 율적으로 작동한다.
1. (라)의 ‘가상공간’의 특성을 (가), (나), (다)와 각각 연관 지어 이야기하시오.
[조선생 답]
가상 공간에서 개인은 다양한 인격을 드러낼 수 있고, 현실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과감한 언행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는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데서 비롯된다. (가)의 사례처럼 사람은 타인의 평가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그 타인이 자신과 상관없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의식하는 행동을 한다. 그러나 가상공간에서는 (나)의 말뚝이처럼 가면을 쓰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기에 (다)의 '그'가 품고 있는 잠재적인 욕망을 마음껏 분출할 수도 있고 그러는 한편 숨고 싶을 공간이 필요할 때는 자신을 철저히 감추기도 할 수 있다.
2. (나)의 ‘말뚝이’와 (다)의 ‘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조선생 답]
말뚝이와 '그'는 둘 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존재이다. 말뚝이는 가면을 쓰고 있고, '그'는 빛보다 어두움에 익숙하며 때론 자신의 그림자에 숨기도 하는 존재이다. 다만, 말뚝이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있기에 자신이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을 마음껏 비판하며 조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그'는 배고픔도 잘 참지 못하고, 가만히 집에 갇혀 조용히 살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마음껏 스스로를 드러낼 수가 없다.
3. ‘익명성’을 주제로 (가)와 (나)를 설명하고, ‘익명성’이 개인의 행동 양식에 미치는 영향 에 대해 이야기하시오.
[조선생 답]
익명성은 개인의 감추어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준다. (나)의 말뚝이처럼 스스로가 가면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의 개인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타인을 의식한 행동보다는 자신을 더욱 잘 드러내게 된다. 사회적 관계를 고려한 행동과 그러한 제약이 없이 하는 행동은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이와 같이 차이를 나타나게 한다.
4. (마)에서 제시된 ‘이 방식’의 요지를 설명하고, (라)의 ‘가상공간’에서 어떻게 ‘이 방식’ 이 작동할 수 있을지 자유롭게 이야기하시오.
[조선생 답]
(마)에서 개인들은 타인의 행동을 예측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함으로써 붐비는 보도에서도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 이 방식은 결국 보도를 걷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타인의 행동을 예측함으로써 질서 있게 서로 가고자 하는 곳을 별 탈 없이 갈 수 있게 해준다. 가상공간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개인은 자신의 의견을 좀 더 자유롭게 별 다른 제약없이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행동과 표현을 보고 자신이 느낀 경험에 비추어 타인과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며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익명성이라는 모습으로 감추어져 있는 개인들도 스스로의 경험과 타인의 반응을 고려한 행동을 통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 시사점이 많은 지문이네요. 대충 작성하다 보니 허점이 많습니다. 여러분의 조언을 환영합니다.
지명당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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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작가님이 지명하셨으면 해야죠~ ㅋ 가즈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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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지문은 언제 봐도 어려운 것 같아요ㅠㅠ
생각을 글로 나타낸다는 건, 특히 이런 문제는 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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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한테도 무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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