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서울시] 노동정책관만 '노동자'를 사용하는 서울시
오늘자 서울시 보도자료를 보다가 한 단어에 걸렸다. '외국인근로자체육대회'를 알리는 보도자료였다(http://spp.seoul.go.kr/main/news/news_report.jsp#view/270148). 입으로 외국인근로자체육대회라는 단어를 몇번 굴려도 붙지 않았다. 이를 외국인노동자체육대회로 바꿨다. 그제서야 이 표현의 이질감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면서 작년 박원순 시장이 2기 서울시 노동정책을 발표하면서 '노동자를 노동자라고 부르자'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03141.html). 당시 박원순 시장은,
“정부에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노동자라는 단어를 복권하자. 노동자는 사용자와 대등한 개념이지만 근로자는 낮은 사람으로 여겨진다.”
라고 언급했다. 맞다. 실제로 강효백 교수는 노동자를 근로자라고 부르고자 한다면, 그것의 댓구가 되는 사용자도 '좋을 호'를 붙여서 '호용자'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504301311181). 아는 사람은 알지만 원래부터 노동자가 근로자였던 것은 아니다. 원래 노동자였다. 1963년 박정희 군부독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1963년 4월 17일에는 「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 「노동위원회법」의 개정과 함께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도 공포되었는데, 이때 ‘노동절’의 명칭이 ‘근로자의 날’로 바뀌게 되었다. 그 후 오랫동안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기념하였으나 3월 10일 ‘근로자의 날’에 대해 많은 노동단체들은 불만이 있었고, 1987년 7~9월의 노동자 대투쟁 당시 여러 노동단체들의 연대조직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약칭 전노협)’에서는 3월 10일을 더 이상 근로자의 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선언을 하였다.
국립기록원의 기록에 따르면(http://theme.archives.go.kr/next/koreaOfRecord/LaborDay.do), 이런 용어의 변경은 그야말로 정치적 의도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즉 기존의 노동단체들을 체제 내로 순치하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지난 2014년에는 국립국어원이 트위터 상 노동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라는 말로 고쳐쓸 것을 지시하는 바람에 논란이 된 적이도 있을 지경이다.
그러면 작년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언 이후 서울시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정부에서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서울시에서 일상적인 정책용어를 개선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서울시 보도자료 창에서 작년 박원순 시장의 선언이후인 2017년 8월 1일부터 오늘까지로 기간을 한정해서 보도자료의 제목에 '근로자'를 사용한 빈도와 '노동자'를 사용한 빈도를 비교해보았다. 근로자로 사용한 보도자료는 오늘자 외국인'근로자'체육대회까지 포함하여 13건으로 나타났다.
보도자료를 낸 부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거의 모든 부서에서 관련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근로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노동자는 어떨까? 실제로 확인해 본 결과 9건이다. 실제 빈도로 따지면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저 보도자료가 모두 하나의 정책부서에서 나온 것이다. 즉, '노동정책과'에서 나온 보도자료만 노동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좀 어처구니 없는 결과인데, 서울시 조차 노동자라는 말대신 여전히 근로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부서에서 작성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 사업부서의 보도자료는 기본적으로 공보부서에서 총괄하여 배포한다. 그러니까, 충분히 메세지 관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원순 시장의 2017년 7월의 멘트는 '정부에게 요청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런 일이 하나 둘도 아니지만 그래도 '노동특별시'를 표방한 서울시가 근로자라는 용어의 제 위치를 잡아주는 것 조차 못해서야 어쩌나 싶다. 이것은 순전히 '외국인근로자체육대회' 때문이다. 한번 읽어 보라, 그리고 외국인노동자체육대회의 어감과 비교해보라. 더 발음도 자연스러운 표현을 두고 이걸 왜 못 바꾸는 지 알 수가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