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을 부르는 도시재생? 역설을 넘기 위해
이 글은 존경하는 도시재생활동가인 이주원 선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하나의 화두에 답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이주원 선생은 미국의 유명한 도시운동가 제인 제이콥스의 노력에 의해 도시의 다양성과 거주민들의 권리가 지켜졌지만, 결국 그런 도시의 다양성이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을 불러와 사실상 기존 거주민들이 밀려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런 관점은 이주원 선생이 언급하고 있는 샤론 주킨 등 도시학자들의 일관된 주장이기도 하다. 이들은 통상 도시의 고밀개발은 불가피하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그 과정의 부정의한 측면 등을 인정하더라도).
사실 이런 접근은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골목경제학자로 활동하는 연세대의 모종린 교수 같은 사람도 현재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그동안 저평가된 가치의 정상화하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즉,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재개발을 반대하거나 급격한 도시변화를 막기 위한 활동이 결국은 도시의 매력을 통한 또 다른 개발로 이어지는 역설, 그러니까 이주원 선생의 표현대로 듀플리케이션은 막아도 젠트리피케이션은 막지 못하는 역설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현상적으로 보면 역설적으로 보이는 이 과정이 사실은, 자유주의적 도시이론가인 제인 제이콥스와 샤론 주킨이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한계라는 면에서 보면 '공통적인 한계'를 가진 탓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유일한 소유권으로서 '재산권'의 성역화가 그렇다.
통상 소유권 혹은 재산권 이야기를 하면, '그것을 빼앗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사회적 산물이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것에 가깝다. 이를테면, 하나의 사회적 과정으로서 개인의 사적 재산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에 대해 주목하면서 이를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해당 재산권을 빼앗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인, '노력한 댓가를 재산으로 형성하는' 원칙에 해당 된다. 단순하게 말하면 '불로소득의 문제'가 그것이다.
이를테면, 경의선 철길이 지하화됨에 따라서 조성된 경의선숲길의 사례를 보자. 현재 경의선숲길은 원래 철길을 지하화함에 따라 상층부가 나대지로 남게 되었지만 성격은 '철도부지'인 국유지다. 그런데 이 땅을 철도시설공단과 서울시가 협약을 맺어서 도시공원으로 조성하게 된다. 이 때 들어간 예산만 450억원 가량이 되었다.
명목 상으로는 도시의 유휴부지를 시민들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이지만, 한국의, 구체적으로 서울의 도시개발은 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의 게임이 된다. 이를테면, 염리동에 위치한 코오롱하늘채의 경우에는 경의선숲길 조성과정에서 몇가지 사항을 직접적으로 요구해 관철했다.
사실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후 경의선숲길에 들어서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자체 녹지나 공용용지를 거의 마련하지 않고 최대치의 용적률로 시설물을 넣고 있다. 일반적인 곳이라면 입주자들의 불만이 있겠지만 주변에 경의선숲길이 있는 상황에서, 개발업자가 마련해야 하는 어매니티를 공공이 제공하는 셈이 된다. 그러니까 인접한 주민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을 넘어서서, 마치 자신의 사적인 소유물인 건축물의 배후지처럼 공원을 여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주변의 지가변동이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부동산114 시세자료), 경의선숲길이 완성된 2015년에서 2017년 사이에 하한가는 1억 3천만원, 상한가는 1억 4천만원까지 올랐고 2016년 6월 ~ 2017년 6월 사이엔 1억원이 상승했다. 이렇게 코오롱하늘채는 가만히 있어도 경의선숲길의 최대 수혜지역이 되었고 앉아서 재산가치를 엄청나게 불렸다. 이와 함게 지역주민이라는 이유로 경의선숲길의 조성 과정에서 '민원'을 제기하거나 직접 개입하면서 공공공원을 사적인 단지의 정원처럼 만드는데 역할을 했다.
여기에 맨 처음 말한 제인 제이콥스와 샤론 주킨의 역설이 가진 한계가 놓인다. 즉, 도시에서의 기존 소유권 구조에 대한 재구성 없이 그대로 사업의 방식만 바꾼다고 해서 애당초 듀플리케이션이나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이런 한계는 현재 서울시의 도시재생도 정부의 도시재생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다시 말하지만 도시 내 소유권 구조의 재구성이란 것은 해당 소유권을 '빼앗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기여의 방식대로 권한을 나누고, 불로소득에 대하여 정확한 환수구조를 만듦으로서 지가의 상승자체를 억제해 '자기 몫 만큼의 재산'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초과이익 환수제의 도입으로 재건축이 다 망했다는 앓는 소리가 나오지만 이건 우스운 이야기다. 한정된 토지 자원을 통해서 집을 공급하는 문제는, 몇몇 소유권자의 '사업성'을 보장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다. 더구나 이들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의 이익을 거의 독점했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재산 가치를 통해서 더 많은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하면서 재산을 증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징수할 때는 '미실현 이익'이라는 이유로 조세저항을 했다는 사실이다. 즉, 대출로는 실현되나 세금으로는 실현되지 않는 초과이익이 이들의 재산을 더욱 증식시켰다.
그리고 이 때 집값이 오른 만큼 세금을 더 내기가 힘들다며 도입한 '재산제 상한제'로 한해 수천억원의 세금을 깍아주는 효과가 났다. 그 이익은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었다. 2009년 기준으로 서울만 900억원 이상의 세금이 덜 걷혔다.
그러면 그 내지 않는 세금은 어디로 갔을까? 은행의 담보력으로 흡수되었을 공산이 크다(위의 자료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온-나라 정책연구를 통해 공개되어 있다. 재산세 세부담상한제도 개선방안 연구).
개인적으로 낙후한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수십년 동안 낙후된 주거환경에서 살다가 막상 재개발이라고 주거환경이 개선되었는데 '그곳에서 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한 순간에 집을 사서 들어왔다는 이유로 갑자기 '주민'이 되어 권리를 갖게 되는 건 타당하지 못하다. 중요한 것은 도시 정책의 효과가 애초 정책 대상이었던 바로 그 당사자에게 닿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인 제이콥스도 샤론 주킨에게도 이런 고민에 직접적으로 답한 적이 없다. 이것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단순히 정책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도시의 신성화된 소유권 구조를 '제자리 잡는 것'이 도시 정치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 생각한다. 좀 더 이론적인 맥락은 다른 기회에 정리하도록 하겠다. 18.2.23.
초과이익환수제가 도입되기까지는 많은 저항이 있을 거 같습니다. 말씀하셨듯이 사유재산의 성역화가 해소될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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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도 어차피 초기의 경로의존성이 강해서, 지속적으로 예측가능한 정책 방향을 보여주면 결국은 바뀌지 않을까 싶거든요. 물론, 이것을 지속시키는 운동 혹은 정치의 힘이 있고, 가능할까는 또 다른 숙제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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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은 공공화하고 편익은 사유화하는 행태는 계층상의 상하를 가리지 않네요... 보팅과 리스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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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그래도 상대적으로 하층의 행태는 '무임승차'나 '도덕적 해이'로 질타의 대상이 되지만 상층의 행태는 '갭 투자'니 '재테크'니 하면서 옹호되는 것이 슬프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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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서 결국 경제의 문제가 '정치'의 문제로 회귀(?)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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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런 안목이 필요하군요. 그래서 정책자는 아티스트인거 같습니다. 균형, 가치를 계획하는! 님께서 정치하신다면 도장꽝!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책입안자들이 모두가 덜 탐욕적인 균형을 설득했으면 합니다. 모두에게 이익이 간다는 이상? 자체는 환상인거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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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그렇죠. 공상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라 가능한 최선의 원칙을 만들어야 하는... 덜 탐욕적인 균형이라는 말이 너무 적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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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환수제가 재개발만 대상인 듯 하더군요.. 분양에 있어서도 도입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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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도시정치!! 팔로우하겠습니다. 저 도시행정, 도시정치 진짜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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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의 시작!
따뜻한 커피한잔으로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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