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저 비로

in kr •  7 years ago 

좋은 시란 읽어주는 이가
바쁘게 살아서 마음에 쌓아 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대신 끌어내서 백지 위의 링에 올려
치열하게 맞서고 피 터지게 싸워서
시원하게 이겨내서 시를 보는 이의
쌓아 둔 감정들을 씻어내 주는 것

그런데 나, 지난 시에 많이 아팠는지
겁먹고 요즈음 몸을 사리고 있어
시다운 시를 쓰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링을 떠나야 하는 걸까 하고 있는데.......

모두 제 갈 길 가느라 바쁜 출근 길
버스 차창을 두드리다 흘러내리는

저 비가, 이른 아침의 비가

나도 아픈데, 힘든데, 링 위가 무서운데,
아닌 척, 괜찮은 척하며 마음에 쌓아 둔
비겁한 시인의 서글픔을 씻어내 줍니다.

오늘 시는 그래서 저 비로 대신하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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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asdiy님께서 그려주신 소중한 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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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바빠서 선생님 시를 다 읽지 못해 그런지...
오늘 시가 왜 이리 어렵죠?
비처럼 서글프시다니...
그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아이고... 바쁘신데 들러주셨네요...
친한 친구끼리는 오히려 무소식이 희소식이죠
지켜보고 있으니....ㅎ.ㅎ

이 시 마지막 연을 쓰기 위한 시? 구요...
그 위론 다 변명이네요...,ㅜㅜ,.ㅎ.ㅎ.

감사합니다.

저에게 저 비는 그냥 우울한 비네요..
아침부터 누구랑 싸워가지고 기분이....

어떤.....가.....
구리 공영 주차장으로 보내세요
퇴근 길에 콱......
다크서클 블루, 블랙 투톤으로....ㅎ.ㅎ
저녁 맛있게 드시고.... 기분 푸셔요.

시다운 시를 쓰지 못한다는 시가 오히려 팍팍 와닿습니다. ㅜㅜ
백지 위의 링에 올려 치열하게 싸워 감정을 이겨낸다는 것...
정말 적나라하게 와닿는 표현이에요.

감사합니다.
이제

접어야

하나

싶습니다.

으엉 아니되옵니다 ㅜㅜ 나름 즐겨보고있었는데용

감사합니다. 시도 들풀처럼 스스로 나는 거라 생각합니다. 저라는 척박한 땅에서도.......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