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박완서 소설집 <나목 / 도둑맞은 가난>을 ‘종이책’으로 읽는 20대 초반의 남성을 만났다. 얼굴 표정이 피아니스트 조성진 같다. 부드럽고 차분하다.
바로 건너편에는 이어폰 없이 유튜브 정치 방송을 ‘자랑스럽게(과시하듯)’ 보는 60대 남성이 있다. 방송 소리는 좀 시끄럽고 이리저리 들썩이는 몸짓은 부산스럽다.
오늘의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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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계에 의하면, 만 19세 이상 한국 사람 53%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통계와는 좀 다르게, 물론 예외적인 경우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대학 1학년 수업을 진행하면서 글을 잘 쓰는 학생들을 점점 더 많이 만나게 된다.
발표하는 내용 자체도 유니크하다. 어떨 때는 본인이 직접 쓴 시를 넣는 등 문학적인 표현을 섞기도 하는데, 건조한 설명문 형식보다 훨씬 더 글이 설득력 있고 논리적이다. 문장의 기술적인 완성도도 좋아서 가독성도 높다. 발표에서 계속 이런 글들이 보여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한 학생에게 한 달에 몇 권 정도 책을 읽느냐고 물었다. 잠깐 생각하더니 2~3권 정도는 읽는 것 같다고 답한다. 위 통계에 잡히지 않은 세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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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예전에 재직했던 대학의 교수들이 생각났다. 대학 홈페이지 전체를 새로 만드는 일을 맡았다. 각 학과의 학과장들에게 본인 학과를 설명하는 홍보글을 3~4줄 정도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2~3명을 제외하고 모두 ‘기술적으로’ 문장이 어색했다. 홈페이지에 그대로 올릴 수 없었다. 다시 써 달라고 부탁했지만 큰 차이가 없었다. 전부 뜯어고치느라 꽤 시간이 많이 걸렸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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