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바다출판사 펴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인시절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텔레비전용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연출 경력을 시작했다. 거장의 신인시절이라고 해서 대단한 무용담이라도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그의 연출 데뷔작 <지구 ZIG ZAG>(1989)는 일반 대학생이 해외에 나가 홈스테이를 하면서 현지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내용의 방송 다큐멘터리다. 짧은 체류 기간 안에 방송에 내보낼만한 사건을 연출해야 하는 상황이 더러 있었던 모양인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현지인이 제작진의 의도와 다른 반응을 보이거나 주인공 대학생이 제작진의 기대와 딴판이라 낭패를 당한 일화를 털어놓았다. 웃지 못할 이 실패기는 스물 여덟살의 그에게 취재 대상에 대한 ‘공작(연출)’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져주었는데, 이 질문은 훗날 그가 극영화를 만드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은 방송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신인시절부터 영화 데뷔작 <환상의 빛>(1995), 칸국제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아무도 모른다>(2004), 최근작 <태풍이 지나가고>(2016)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생각한 것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자서전보다는 자전적인 이야기가 가미된 음성 코멘터리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이 책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2008)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 그의 대표작에 얽힌 비화들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침팬지가 진행하는 토크쇼에 출연한 아베 히로시를 보고 풍채는 근사하지만 멋이 없는 주인공 료타 역을 떠올렸고(<걸어도 걸어도>), 현장에서 좀처럼 NG를 내지 않던 배두나에게 어째서 연기 NG가 없는지 물어보자 배두나가 “한국의 영화 현장에서는 나 같은 신인이 NG를 낼 여유가 없으니 거기서 단련되었다”고 대답해 감탄했다(<공기인형>). 또, 홈드라마에 DNA가 가장 짙게 배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 어릴 때부터 보아 온 홈드라마의 요소를 전부 쏟아부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은대로 썼’다(<태풍이 지나가고>). 기획부터 시나리오 작업, 캐스팅, 현장에서의 연기 디렉팅까지 그가 작업하는 방식과 그것에 대한 고민들이 상세하게 펼쳐져있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건 그가 다큐멘터리를 찍던 시절이다. 그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1991)는 미타마타병 화해 소송의 국가 쪽 책임자였던 한 관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사건을 ‘피해자인 시민’과 ‘가해자인 국가(복지 행정)’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다루지 않고,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관료의 사연을 중심으로 사건을 입체적으로 다루었다. 카메라와 대상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영화감독으로서 그의 바탕에는 저널리스트적 면모가 깔려있고, 그런 면모가 어쩌면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김성훈
박스/요건 몰랐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걸어도 걸어도>에서 시도한 것 중 하나는 감독 조수 시스템이다. 기획부터 자료 리서치, 촬영, 편집, 마무리까지 영화 공정의 모든 과정을 감독 옆에서 경험하게 하고, 감독에게 언제 어떤 의견이든 말해도 좋은 역할이다. 조감독과는 다른 개념이다.
읽어보고 싶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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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영화 중 <환상의 빛>을 제일 좋아해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닐까, 이 대사가 많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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