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칼럼]칸에서 봉준호 감독이 소환한 주52시간 근무제

in aaa •  5 years ago  (edited)

주 52시간 근무제와 표준근로계약서와 관련된 이슈가 뜬금없이 칸에서 소환됐다. 제 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표준근로계약을 지키며 <기생충>을 촬영했다”는 말이 화제가 됐다. 주연배우 송강호 또한 <기생충> 상영 이 끝난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기생충> 현장에서) 가장 정교함이 빛나는 것은 밥때를 너무나 잘 지킨다는 거다. 식사 같은 시간들을 정확하게 지켜서 굉장히 행복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거들었다.

봉 감독은 지난 4월 초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채택한 <기생충> 현장에 대한 생각을 자세하게 밝힌 바 있다. 그는 “그게(표준근로계약서) 아주 좋더라. 해외 프로젝트였던 <설국열차>와 <옥자>가 76회 차, 77회 차로 각각 찍었고 <기생 충> 또한 예정된 스케줄에 오차 없이 77회 차에 끝냈다”고 전했다. 또 주 52시간 근 무제로 인한 제작비 상승에 따른 고충이 없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좋은 의미 의 상승이라고 본다. 이제는 미국이나 일본 스태프의 급여에 뒤지지 않더라. (감독인) 내가 고용관계에서 스태프에게 갑은 아니지만, 이들의 노동을 이끌고 예술적인 위치 에서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나의 예술적 판단으로 근로시간과 일의 강도가 세지는 것이 항상 부담이었다. 이제야 ‘정상화’돼 간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의 이러한 발언들이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만큼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영화계 주요 단체들은 당황스러움을 살짝 내비치기도 했다. 이들은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영화계에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현장에 적용해왔는데 많은 언론들이 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칸에서 쏘아 올린 ‘영화 노동’에 대한 관심

난데없이 인기 검색어가 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대체 무엇인가. 지난해 2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의 핵심 내용은 노동 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된다는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된 뒤로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는 하루 8시간, 주 5일 동안 일한다. 휴일 근로를 포함한 연장근로는 최대 12시간 주어진다. 주중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쳐 주 52시간이다. 1주에 최대 68시간 동안노동을시킬수있었던 과거의 노동환경에 비하면 무려16시간이나 단축됐다. 휴일근로 할증률 또한 명확하게 기재됐다. 노동자가 연장근로를 한 경우, 1일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8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는 통상임금의 10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투자사와 제작사, 노조가 협의해 추가수당과 휴게시간을 조건으로 한 연장 근무가 가능해 촬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할리우드와 달리 촬영현장의 주52시간 근무제는 한국에만 있는 법이다.

사실 그간 근로기준법이 세 차례 개정(1961년, 1996년) 및 제정 (1997년)되는 동안 ‘영화 제작 및 흥행업’(지금은 ‘영상·오디오 기 록물 제작 및 배급업’이다.-편집자)은 이 같은 원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특례업종에 포함되어왔다. 현장에서 근로자 대표와 합의되면 연장근무가 가능했고, 그만큼 휴게시간이 주어지며, 연장근무 수당 또한 근로자에게 지급됐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 원회는 특례업종이 연장근로의 한도를 적용받지 않고 있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 공중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있는 까닭에 기존의 특례업종 26개에서 21개를 대폭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영화산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데는 tvN <혼술남녀>의 고 이한빛 PD사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한빛 PD는 2017년 열악한 방송 노동 환경을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열악한 방송 노동 환경이 뒤늦게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26일 열렸던 임시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 병)은 “tvN 이한빛 PD가 사람들이 노동 착취당하는 걸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지 않았나. 영상·오디오기록물제작및배급업과 관련된 직종에서 일어난 일인데 이처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불합리한 노동 착취가 일어나는 곳은 특례업종에서 빼는 게 맞지 않나”라고 의견을 냈다. 그의말을들은 환경노동위 의원들 대부분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안은 그로부터 이틀 뒤인 2월 28일 국회 본 회의에서 통과됐고,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에 해당되는 영화산업은 특례업종에서 빠지게 됐다. 제작사가 촬영 현장의 노동자(스태프) 대표와 연장근무를 합의하고 연장 근무 수당을 지급해도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제작사 대표의 몫이다. 한편,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자 방송작가유니온은 “황금 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에게는 천재적인 재능과 과감한 투자, 훌륭한 배우와 더불어 영화계 자본과 영화 스태프들이 함께 인정한 ‘규약’이 있었다”며 “방송사와 제작사는 조속히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신입 작가와 스태프에게 정당한 근로계약서를 전달해야 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따로 냈다. 저임금·고노동을 조장하는 현장 시스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영화계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배경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무관하게 영화계 표준근로계약서는 이미 현장에 안착한 상태다. 영화계 표준근로계약서는 스태프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으로부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4대 보험 가입, 초과근무수당지급, 계약기간명시 등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계약서다. 2011년 영진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구성한 영화 계 노사정위원회인 ‘영화산업협력위원회’가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들어 발표했지만, 제작비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컸던 탓에 제작자들은 이 계약서를 받아들이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2015년 근로계약 체결과 근로조건의 명시(3조 4항), 임금체불이나 표준근로계약서 미작성 시 영화발전기금 재정지원 사업에서 배제(3조 8항)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현장에 곧바로 도입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약 석 달 동안 스태프 825명(제작자 및 프로듀서 포함)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및 제작인건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스태프의 74.8%가 ‘표준근로계약서로 계약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74.8%는 2014년의 35.5%, 2016년의 53.4%, 2017년의 53.3%보다 부쩍 증가한 숫자다. 이뿐만 아니라 급여의 매월 정기 지급과 4대보험 가입률 또한 증가했다.무엇보다 제작사들이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기초적인 노동관계법을 준수하려는 의지가 높아졌다고 한다. 이런 산업 상황에서 주52시간근무제는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해 7월 1일, 50~300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5~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영화산업의 경우, 촬영 현장 대부분이 특례업종 제외에 따른 최대 68시간 근로 환경에 놓이게 됐다. 보통 상업영화는 50~300인 사업장에, 독립 영화나 저예산영화는 5~50인 사업장에 해당되니 개정된 근로기 준법이 완전히 적용되기까지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6개월 의시간이남았다.다른업종에비해아직시간적여유가있는편 이지만 영화계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현장에 도입해 그 법안을 따르기 시작했다. 많은 영화인들의 우려대로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촬영 기간이 증가했고, 그로 인한 제작비가 10~20% 상승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며 제작을 진행한 제작자 A씨는 “촬영 회차가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촬영장비 대여비를 포함한 식비,장소 섭외비 등 프로덕션 진행비가 덩달아 올라간다”며 “제작비가 상승하면 손익분기점 또한 덩달아 올라간다. 그 점에서 제작비 규모가 큰 영화보다 중·저예산 규모의 영화가 제작비 상승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일수있다”고 말했다. 특히 촬영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블록버스터나 사극 장르의 경우는 미술팀, 의상팀, 분장팀, 조명팀 등이 새벽부터 현장에 도착해 촬영을 준비하는 일이 많다. <증인>을 진행한 이준우프로듀서는 “이들이 준비하는데 노동 시간을 다 채울 경우 또 다른 스태프가 현장에 투입돼 촬영을 진행하는 방식도 고민할 수 있을 듯”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길영민 JK필름 대표는 “그래서 현장이 유닛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가령, 규모가 큰 장면을 촬영할 때 오전 시간 근무자와 오후시간 근무자로 구분돼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유닛 34 + 35제를 도입하기 쉽지않은 중·저예산 영화는 규모가 큰 장면 위주로 일용직 노동자를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제작자 A씨는 “미술팀, 의상팀 같은 손이 많이 필요한 파트를 중심으로 큰 규모의 장면을 찍을 때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하면 제작을 탄력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투자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제작사에 좀 더 엄격한 프리 프로덕션을 요구하는 동시에 스태프의 경력이나 숙련도 같은 노동 생산성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촬영 기간 늘고 제작비 올라

주 52시간 근무제가 독립 장편영화나 저예산 영화의 제작에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독립영화인은 “노동 시간을 준수해 스태프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제작비가 빠듯해 이전 보다 제작 진행을 더욱 꼼꼼하게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진위와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이 함께 주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관련 영화계 현안 설명회’에 참석한 김화범 독립영화배급사 인디스토리 이사는 “제작비 10억 원 미만의 영화가 전체 개봉영화의 70%에 육박한다”면서 “작은 영화사에 대한 특례조항 가능성이 있는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로 확인하기도 했지만, 정부에선 이와 관련한 특례조항 제정 움직임이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현장에 안착하는 과정에서는 그로 인한 표준근로계약서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영화 촬영현장에서 통용 되고 있는 표준계약서는 지난해 초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과 영진 위가 내놓은 계약서다. 현재 덱스터픽쳐스, 비단길, 용필름 등 제작사 10여 곳이 전국영화산업노조와 함께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 른 표준근로계약서를 수정 협의하고 있다. 노사 간에 탄력근로제 적용 여부가 아직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고, 여러 제작사와 동시 다발로 협의가 진행되는 탓에 표준계약서 수정안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고,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분명한 건 수정된 표준근로계약서가 영화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고, 휴식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의견의 차이가 조금씩 있을지라도 영화계가 이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김성훈

*이 글은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하는 영화 산업지 <한국영화> 6월호에 실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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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g 님이 본 게시글에 500 AAA를 후원하셨습니다. 지갑 내역을 확인해주세요.

넵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작은 늘 혼돈이 오겠지만 좋은 방향이네요.

네 구성원 모두가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마음껏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펼칠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문화예술쪽은 더욱...

네, 그런데 영화를 제외하면 사실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 않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특히 방송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