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세계에서 목격되는 그레샴의 법칙

in coinkorea •  7 years ago  (edited)


토마스 그레샴

남미에 살다 보면 정말 재미있는 경제 현상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물론 원해서 접하는 일들은 아니지만 지나고 보면 책에서만 보던 경제이론들을 실제로 체험하게 되어 확실히 머리속에 각인되는 효과는 있죠.
경제 위기를 당할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통스럽고 힘들게 보내왔지만 자신들이 겪은 일들 속에서 역사속의 경제학자들이 책속에 이론으로 담겨있는 여러가지 법칙들이 현실화 되는 것을 알게 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재미있는(?) 체험과 함께 머리 속 깊숙이 새겨지게 됩니다.

아르헨티나가 국가 부도를 맞이하고 극심한 경제 위기를 보내던 시기에 경제 활동의 침체와 세수 부족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 “시” 가 아닌 경기도와 같은 “주” ) 정부는 공무원들의 월급을 지급 불능 상황에 처하게 되죠. 궁여지책으로 시정부는 지폐와 매우 비슷한 모양의 채권을 발행합니다.

실질적으로 유사 화폐라고 볼 수 있는 형태 였지요.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이 유사화폐(채권)로 월급을 지급받았고 시중에는 국가발행 화폐인 페소와 지방정부 발행 유사화폐 가 유통되었고 그 채권의 이름이 파타콘 이었습니다. 파타콘은 화폐와 거의 같은 생김새에 화폐의 액면가를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2, 5, 10, 20, 50, 100 페소권에 대응하는 같은 액면가의 파타콘 채권을 만들어 유통했습니다.

물론 채권이기 때문에 만기일이 있었고 만기일 이후에는 약 7~8%의 이자를 지급했습니다. ( 인플레이션이 이자율을 가뿐이 넘기는것은 함정 )

파타콘, 화폐형태 채권

레콥, 화폐형태의 채권


페소, 진짜 화폐

그에 더하여 중앙정부 에서도 레콥 이라는 지폐형 채권을 발행하여 공무원들 월급으로 지급하였고 시중에는 파타콘, 레콥, 페소, 달러 이렇게 4 종류의 화폐가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이 파타콘이나 레콥은 엄밀히 는 화폐가 아닌 채권이었기 때문에 상인들에게 화폐처럼 지급하고 물건을 구입할 수는 있었지만 지방세라 던지 부가가치세라 던지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웃기는 상황인 것이죠. 국가가 발행하여 월급대신 지급하여 상인들에게 돈처럼 사용하라고 강요하긴 했지만 자신들은 세금으로 오직 진짜화폐인 페소만 받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인, 상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죠. 결국 모든 유사화폐와 진짜화폐 모두 사용했었지만 유사화폐는 재빨리 내손에서 없애기 위해서 유통시키고 진짜 화폐는 세금 납부용 이나 달러 구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남겨두게 됩니다.
결국 그레샴의 법칙이 벌어지는 것 을 목격 할 수 있게 됩니다.

잠시 그레샴의 법칙이 어떤 이론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레샴의 법칙이란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라는 것인데 좀더 쉬운말로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 라는것이죠.

이것은 영국에서 1558년전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보낸 서신에 언급된 금융전문가인 토마스 그레샴이 정의한 이론으로 당시 유통되던 금화나 은화가 국가의 필요에 따라 때때로 품질이 낮은 ( 금이나 은 함량이 적은 ) 화폐을 제조하여 유통하게 되고 사람들이 처음에는 멋모르고 저 품질 화폐를 사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화폐들의 차이를 알게되고 순도높은 화폐는 자신이 보관해버리고 저질 화폐만 유통하게 되어 결국 저질화폐만 시장에 남아서 유통되고 고품질 화폐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이 이론을 깊이 파고 들어가면 금본위제도와 저품질 화폐로 인하여 생기는 인플레이션등 좀더 심도있는 화폐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학문적 글이 아니니 이정도에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쉽게는 우리 일상에서도 빳빳한 새돈은 내가 기지고 있고 싶고 헌돈 낡은돈은 빨리 사용해 버리고 싶은 심리와 비슷한 일이죠. 그래서 시중에 새돈은 잘 않돌아다니고 헌돈만 많이 유통되는 것도 그레샴 법칙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5만원권이 시중에 구경하기 힘든 이유가 다들 보관용으로 금고속에서 잠자기 때문이었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죠. 표기 액면가는 같은 화폐이지만 용도가 제한된 나쁜 화폐 (유사화폐)는 빨리 유통해버리고 진짜화폐는 보관하려고 하여 시중에 나쁜 화폐의 유통량만 늘어나게 됩니다. 점점 진짜화폐는 구경하기 힘들어지게 되죠.

그리고 이 화폐형 채권의 만기일 직전에는 이자소득을 노리고 화폐형 채권이 좋은화폐로 돌변하는 현상을 보게 되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화폐형 채권은 시장에서 사라져갔습니다.

제가 아르헨티나에 살게 되면서 정말 수많은 경제 현상을 목격하고 체험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경제학적인 심리현상과 경제 이론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목격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좀더 화폐경제학에 대하여 깊은 고찰을 하게 되었고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된 것을 아르헨티나에게 감사(?) 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실제로 겪어야 할 정도로 경제가 엉망인 이런 곳에서 살아남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 수업료가 공짜는 아니었던 셈이죠.

이런 경험들로 화폐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 암호화폐의 현상들을 여러 각도 에서 바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암호화폐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최근 가파르게 가격상승이 있는 비트코인을 보고 있자면 이러한 급격한 상승에 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한가지는 다른글에서 언급한 유동성의 부족을 들을수 있겠고 ( 트리핀의 딜레마 )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여러가지 원인중에 그레샴의 법칙도 한자리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세계에는 대장코인인 비트코인이 기축통화로 자리잡고 있지만 현재 비트코인은 저축용 통화로 디지털 골드라는 소리 까지 듣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비트코인은 사람들이 구입을 하고나서 보관만 하지 잘 유통을 않 하게 되죠. 계속 구입만 하면 당연히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시중에서 유통량은 줄어들게 됩니다.
유통량이 줄어들면 최근 처럼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급격한 가격상승 릴레이를 펼치게 되는 것이죠.
이더리움이나 다른 알트코인들은 가격이 정체 되어 있거나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추측이 있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상승 이슈가 있을 때 마다 알트코인을 내다 팔고 비트코인으로 이동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그렇지만 그레샴의 법칙에 대입하여 볼 때 실제 유통량은 알트코인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즉해볼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거래 볼륨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볼륨이 크지만 거래 횟수 만큼은 알트코인이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즉 유통 횟수는 비트코인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수 있죠.
오늘 날짜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거래횟수를 살펴볼까요?
2017년 10월 20일 비트코인의 트랜젝션 횟수는 총 309,357번 이루어 졌습니다. 그럼 이더리움의 트랜젝션은 총 546,837번 있었습니다. 무려 176%나 이더리움이 많다는 것을 알수 있죠.
( 자료참조 Bitcoin.info / etherscan.io )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거래의 절대액수는 비트코인이 크지만 횟수 즉 유통은 이더리움이 훨씬 많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알트코인들 까지 모두 더한다면 비트코인과는 비교도 않될정도로 많은 트랜젝션이 이루어 지고 있겠죠.

지금 현재도 그런데 앞으로는 어떨까요? 그레샴의 법칙에 의해 비트코인은 믿을만한 화폐, 디지털 골드 로 평가되며 더더욱 많이 보관되어 유통량이 줄어들고 나머지 저평가되는(?) 알트코인 들은 유통량이 많아 질것입니다.
위 통계는 실제 거래에 사용하는 용도로는 알트코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알트코인들의 대장격인 이더리움이 지향하는 방향이 실사용에 적합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화폐의 기능중 하나인 교환기능에 중점되어 그 용도로 사용처가 늘어나고 점점 많은 트랜젝션(유통횟수)이 있을 것이 라고 생각되어 지는 군요.

모두들 마켓켑과 거래 볼륨만을 보고 있지만 트랜젝션또한 매우 중요한 지표 입니다. 사용자들간의 거래 횟수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죠. 거래 횟수가 많다는 것은 실사용이 많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고 미래에 유망한 암호화폐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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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깊이 있는 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거주자이신가요? 5년 전에 우리나라 같은 캠퍼스 같은 개념이 없어 보였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와 길거리에 흔한 개인 깜비오를 보면서 생소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또르띠니 카페는 다시 가고싶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여행오셨었나 보군요. 매력이 많은 도시이죠.
어디에서나 좋은 점을 찾으면서 살면 나름의 행복을 찾을수 있습니다.
혹 또 오시게 되면 또르띠니에서 커피 한잔 사드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