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대 공대"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자괴감을 많이 느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공대에 간 친구들 중에서 꽤 상당수가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사실 전공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평범함(?)을 느껴서 의전원이나 경영 등으로 빠진다는 이야기 ]
사실 이건 단순히 "서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공대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은 항상 나왔고 나는 이것이 "평범함"이 아닌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점에서 과학고나 영재학교 출신들이 살아남고(이들은 이미 비슷한 방식의 교육을 2-3년 먼저 접한다) 결국 이들의 상당수가 학계에 남아 학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나는 이런 문제가 "평범한"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시험=암기"로만 생각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떠먹을 것"만 추구하기 때문에 오는 현상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너무나 좋은 교육을 받았기에, 스스로 책과 자료를 통해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공할 능력을 잃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을 통해 대학을 간다. 문제는 이 수능이란 시험을 포함한 대부분의 시험들은 "암기 테스트"라는 점이다. 수능은 수학"능력"시험이지만 실제로 기초적인 지식과 그것의 응용만으로 한정된 시간 아래서 정답을 맞추긴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모의고사를 풀고 기초적 내용에 시험에 자주 나오는 유형과 형태를 연습하며 "기본지식+ 거기서 생긴 부산물" 까지 암기하여 그것들을 이용하여 문제를 푼다. 기본지식만 생각하면 양은 별로 되지 않지만 그 기본 지식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란 여러가지 다양한 사고도 해야 하고 한정된 시간에 생각만 할 수 없기에, 결국은 누군가 잘 다듬은 그런 지식과 스킬들을 암기하여 시험장에서 그 스킬과 지식들을 사용한다. [인터넷의 유명한 생물 강사는 자신의 스킬과 풀이법들을 공개하는데 그 과목 한 권에만 주 교재가 3권이고 800페이지가 넘는다. 물론 그것을 다 암기할 필요는 없고 응용 방향만 학습하면 되긴 하지만, 순수 기초 지식만 가지고 분별력 있는 어려운 문제(요즘은 이걸 킬러 문제라고 부르나보다)를 쉽게 푸는 것은 머리가 좋아도 쉽지 않기에 사실상 시험에 나올만한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훈련하고 익히라는 의미에서 저렇게 양이 많아 진것이다.]
이런 것들에 최적화 되어 있는 학생들은 이과계열에 진학하여 대학교 2학년이 되면 일부는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암기 성향이 짙은 학과로 전과를 하거나 상경대나 일반 취업을 생각하며 진로를 트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과외하던 것을 이용하여 강사가 되는 친구들이나, 시험을 잘 보는 스킬들을 이용하여 공무원이나 변리사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교에 가서 평범함을 느꼈다" 란 말을 하며 자신이 중고등학교 때 전교권에 놀았는데 그 많은 애들이 모인 대학교에서 잘하지 못했다는 것을 정당화한다.
일정 부분은 맞는 것이 있겠지만 나는 온전히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결국은 방법론이고 나는 이들이 대학 수업을 고등학교 수업처럼 암기로 퉁치려고 했기에 대학 생활을 실패(학업을 의미한다) 했다고 본다.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용어를 숙지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답을 도출해내는 방식이 대부분의 자연과학과 공학계열 수업의 진행방식이자 시험 형태이다. 물론 자연과학/공학계열에서도 구체적인 분야에서는 의도치않게 지엽적이고 암기 위주의 시험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 대학교 수업은 사교육이 그렇게 발달되어 있지 않으며(임용고시와 각종 자격시험 등으로 특정 분야에는 사교육 시장이 조성되어 있다), 수업 자체도 지식을 떠먹여 주는 그런 스타일의 수업이 아니다. 대학교에서 적응하는 것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왔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라고 본다. 또 대학교에서의 학업의 지표를 학점만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공부한 방향이 교수님의 taste 에 맞을 뿐이지 진정 자신이 그 과목을 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놈의 족보)
어짜피 학교 수업에는 책 한권 다 다루지 못하고, 책 한권의 연습문제의 티끌만 손대며, 강사/교수가 생각하는 중요한 내용만 다루고 나머지 부분들은 숙제나 자습으로 넘기기에, 의외로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낸 학자들 중에는 학부/대학원 학점이 안 좋은 경우도 종종 등장한다.
아무튼 길어졌는데 이 문제의 시작점은 의대 vs 서울대 공대 이야기를 하며 "평범함" 이야기였고 그 카톡방 친구들은 상당수가 공대에 과학고 출신들도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며 티키타카가 많이 이루어졌다.
여담으로 공대 다니면서 의치원 가는 애들이 공대에서 적응을 잘 못해서 의학/치학 전문대학원에 간 것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ㅋㅋ ㅋ걔네들은 의대가고 싶은데 의대에 못가서 공대에서 생물/화학 관련 전공으로 공부해서 의치전 간 거다.
기본 과목들인 생물/화학 관련 전공 학점이 좋지 않고 실력이 없으면 시험에 통과 할 수 도 없다. 즉 걔네들이 공대에서 적응하지 못한게 아니라 그 친구들은 애초부터 의전원을 염두해두고 공대에 진학한 친구들이지 공대가 어려워서 의전원에 간 친구들이 아니다.
특히 과학고/영재학교에서 의대 입학을 막는 경우가 생기면서, 또 의전원이 처음 생기면서 많은 친구들이 설포타-> 의전원 루트를 타왔고 심지어 의대 편입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심지어 한 졸업생은 학사 졸업 후 의대 편입 후기를 학교 공식 게시판에 올리며 자신 처럼 학사 졸업후 의대로 편입하라는 글들을 남기기도 했다. (이게 한 10년도 훨씬 넘은 이야기다. 내가 대학원 중간 쯤 됬을 때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었고 몇명 가기도 했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험=암기테스트, 공부=암기력 이라고 보기에 어떻게 보면 저런게 평범하다고 말해도 무리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저런 말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항상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지금이라도 키우라고 말을 한다. 이러한 능력은 단순히 공부만이 아니라 뉴스를 보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등등 자신이 실제로 가치판단을 하고 생각해야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히 여러가지 테크닉의 암기만으로 주식투자를 하면 백중팔구 실패한다. 테크닉의 원리의 이해와 어느정도 자신의 결과를 분석하고 보완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결국엔 뭘 하든 나름의 자신의 답을 찾는다.
사회생활을 하고 어느정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식이 필요하고 그런 지식을 "교육"하고 시험을 통해 "테스트"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받아들인 지식을 무조건적인 참으로 생각하고 그 지식의 기원이나 응용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없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만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수동적인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사람들이 "평범함"을 느꼈다고 말할 때 사실은 너는 "평범한" 것이 아니라 "수동적인 방식"의 삶을 살아온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됬든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맞든 그르든 우리는 그져 받아들이는 삶이 아니라 능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나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종교에 대해선 살짝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 (하지만 종교학, 종교사상사 관련 공부는 항상 한다, 개인적으로 이전의 근대 이전에서는 신학자->과학자 로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났다면, 근대에서는 과학자-> 신학자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신"을 어떻게 정의하는가는 다 다른 이야기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삶이란 대부분은 대기업 취직을 이야기 하고 대기업에 취직 하려면 결국은 암기 위주의 시험에서 계속 살아남아야 한다. 대기업의 인적성 평가도 IQ 테스트 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 IQ테스트도 주어진 문제 셋에서 여러가지 법칙들을 발견하여 연습하면 고득점 받기가 쉬운 시험이고, 인적성 시험의 강의들도 보면 여러가지 팁들을 많이 알려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평범함"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주구장창 나올 것이고, 이런 점에서 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다. 너무 길어지고 할말은 계속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서 차마 위를 올려서 글을 정리할 엄두가 안난다. ㅋㅋㅋㅋ 이런
오늘도 두서없는 이런저런 사족이 많은 글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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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뭔가 한방에 바뀔 수 있는 방법은 없을 듯 합니다.
그저 진보하며 앞으로 나갈수만 있으면 좋을텐데
그마저도 그리 쉬운일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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