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껍질

in kr •  6 years ago 

my little Tarzan.jpg

요즘 타잔은 본의 아니게 유치원에서

종일을 놀다가 오후 늦게서야 집에 돌아옵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타잔맘의 살폿한 움직임에

타잔이 피해아닌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지요.

종일반으로 시작하기 전 날,

타잔맘은 누누히 타잔에게 이릅니다.

"내일부터 며칠동안은 유치원에서 좀 오래 있다 와야 해.

엄마가 좀 바쁜 일이 생겨서 말야… 친구들하고 잘 놀 수 있지?"

“싫어요…싫어으…”

자꾸만 싫다고 하는 녀석,

그래도 알아 들었겠거니 했습니다.

원래의 귀가 시간이 훨씬 지나 오후에 짬을 내어

유치원에 전화했더니 선생님이 그러십니다.

“어머님~ 오전반 끝나고 00이두 차를 타겠다고 해서 난리가 났었어요”

갑자기 식은땀이 솟습니다.

어제부터 그렇게 세뇌를 시켰건만

녀석은 ‘진짜’ 싫었던 모양입니다.

저녁 늦게서야 품에 안긴 녀석은 엄마를 쳐다도 안 봅니다.

가슴이 싸아하게 내려 앉습니다.

언제였던가요…

타잔이 말도 트이기 훨씬 전 8개월 즈음,

‘연중145일 출장맨’ 타잔아빠가 모처럼의 휴가를 내왔습니다.

육아위로 여행계획까지 세워서 말이죠.

쭈쭈 타잔을 어머님께 맡기고 3박4일을 푸욱~ 쉬러 갔습니다.

하지만 엄마들의 마음이 그런 건지

떠나 있는 제 마음도 그리 편치는 않더군요.

여행 마지막 날,

아침부터 서둘러 쭈쭈 타잔을 데리러 갔더니

이 녀석 엄마를 외면하는 겁니다.

얼굴을 이리 들이대면 저리 돌리고 저리 들이대면 이리 돌리고…

확실한 외면이었습니다.

생기다 만 제 맘에도

어린 저를 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난 엄마가

원망스러웠던가 봅니다.

타잔맘이 여행 간 사이 며칠동안

타잔은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하는군요.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쭈쭈 타잔의 그 표정,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이번에 또 타잔이 똑같은 표정을 짓는 겁니다.

며칠을 보내면서도 이런 마음이 들진대,

맞벌이를 하는 부부의 종일반 아이들은 어떨른지…

또 그 부모들은 어떨른지…

아이와 미래를 둘다 놓칠 수 없기에 무엇이던 해보려는 제 욕심이

그야말로 저만의 욕심인 건 아닌지…

다행히 이런 엄마의 저린 마음을 알았는지

종일반 둘째날 부터는 웃으며 씩씩하게 옵니다.

친구들하고도 더 친해졌는지 누구누구 못듣던 이름까지 대며

자랑한다고 수첩도 들고 가고 나눠먹는다고 사탕도 들고 갑니다.

오랜만의 단비에

타잔의 스누피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갔습니다.

“배 안고파? 오늘 간식은 뭐 먹었어?”

“으응~ 만두껍질”

유치원에서 부모들에게 나눠준 메뉴판엔

'수제비’라고 써 있네요. ^^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맞아요, 아이를 떼어놓는 게 쉽지 않죠. 그런데 그것도 둘째 생기고 몇 번 반복하다보니 그냥 어련히 잘 적응하겠지 하고 넘기게 되네요 ^^

만두껍질 맞네요 ㅎㅎㅎ
아이들의 어떤 행동을 볼때면 그동안 내가 "아이"와 "사람"을 서로 다른 단어인 것 처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