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벨스의 아내 마그다의 빗나간 사랑

in kr •  6 years ago 

마그다의 빗나간 사랑

유태인과 인연이 깊은 여자였어 . 마그다 릿셸이라는 독일 베를린 태생의 이 여자는. 활기 넘치고 명랑했다는 이 여자는 부모운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었지. 왜냐면 어려서 부모가 이혼을 했고 아버지랑 살았지만 또 엄마가 큰 부자랑 재혼을 해서 그 그늘에서도 살게 되거든. 이 명랑한 소녀는 친아버지와 의붓아버지 모두와 살갑게 지냈다고 해. 이 의붓아버지 리하르트 프리드랜더는 유태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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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발랄한 마그다에게는 당연히 많은 사랑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 중 한 명은 또 한 번 유태인이었어. 하임 아르솔로프라는 열정적인 청년이었지. 그런데 마그다의 매력이 넘쳤던 건지 아니면 취향이 그랬던 건지 아버지뻘 되는 부유한 사업가와도 사귀게 돼. 귄터 칸트라는 스무살 연상의 사업가였지. 처음에는 무슨 키다리 아저씨와 쥬디처럼 사귀다가 둘은 결혼에 골인하지. 바로 아들도 낳고.

하지만 둘의 성격은 그다지 맞지 않았다고 해. 얘기했지만 마그다는 활발하고 사교적인 여자였고 나이 많은 남편들이 젊은 아내에게 흔히 그러는 것처럼, 귄터 칸트도 아내의 그런 면을 그닥 기꺼워하지 않았던 거지. 또 남편도 사업상 바쁜 처지로 살뜰하게 마그다를 챙길 처지도 아니었어. 자연스럽게 마그다는 젊은 남자에게 눈을 돌렸고 자연스레 이혼한다. 원수로 헤어진 건 아니어서 둘은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해. 이제 마그다는 그야말로 날개가 달린 셈이야. 괜찮은 미모에 자유로운 신분(?) 거기에 남편이 좀 딸려 준 재산까지. 이 자유부인은 대서양 건너까지 염문을 뿌리고 다녔고 미국의 후버 대통령 가문의 젊은이가 마그다에게 혹해서 목을 매기도 했지.

그렇게 잘 지내던 유한부인 마그다, 의붓아버지가 유태인이었고 한때 사랑했고 결혼과 이혼 뒤까지도 종종 만났던 남자친구 하임 또한 유태인이었던 이 여자, 유태인과 인연이 깊었던 마그다는 어느 날 독특한 경험을 하고 그 열기와 매력에 흠뻑 빠지게 돼. 나치 당 집회를 구경갔다가 그만 열성적인 나치 지지자가 돼 버린 거야. 무엇보다 히틀러를 영웅으로, 또 남자로서 사모하게 돼. 하지만 히틀러는 자신은 여자와 사랑을 나눌 처지가 아니라면서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주지.

약간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었고 “하느님은 왜 나를 사람들에게 경멸당하고 조롱당하는 인간으로 만들었는가? 나는 인간을 사랑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증오해야 하는가?”라고 탄식하기도 했던 애정결핍증 환자이기도 했던 사람. 여자는 꽤 많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당하거나 해서 권총 들고 자살하네 마네 했던 찌질함과 여심을 사로잡을 문장력과 말솜씨을 두루 갖춘 남자. 장차 여자들 뿐 아니라 독일 전 국민의 혼을 빼놓게 되는 요제프 괴벨스가 그였지. 꿩 대신 닭이랄까 마그다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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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고 노발대발한 사람이 바로 마그다의 소싯적 애인이자 유태인 하임이었다는군. 그때까지도 둘은 관계를 유지해 왔나 봐. “어떻게 당신이 나찌와 사귈 수 있단 말이야? 나를 만나온 15년 세월은 뭐냔 말이야.” 분노한 하임은 심지어 마그다에게 총을 겨누기까지 하지. 권총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그 앞에서 마그다는 냉정히 경찰을 불렀고 더 차갑게 얘기했다고 해. "이 미친 놈 끌고 가 주세요." 시오니스트 유태인 청년과의 인연은 그걸로 끝나고 말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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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는 결혼할 때도 양다리였지만 결혼 뒤에도 양다리였어. 아니 문어발다리라고나 할까. “우리는 유태인 자본가들이 자기 수하의 여자들을 건드린다고 욕했는데 괴벨스가 지금 그러고 있다!”고 나치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나올만큼 여자들을 탐했지. 마그다 역시 만만한 여자가 아니어서 한케라는 남자와 맞바람을 불사했고. "네가 하면 나도 한다." 고 어깨를 펴긴 했지만 이런 분야의 인내력(?)은 여자가 약한 듯해. 체코 여배우와 남편이 대놓고 벌이는 현장을 목격한 다음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이젠 끝이야!를 선언하게 되지. 그러나 남편만큼이나 중요한 남자가 중재에 나선다. . 바로 아돌프 히틀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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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와 마그다는 둘 다 열렬한 히틀러 숭배자였지. 괴벨스의 표현을 빌려 볼까? “내가 알게 된 이 남자는 누구인가? 반은 인간이요 반은 신이다. 진정 그리스도인가? 아니면 세례 요한?” ‘반인반신’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멘트다 그지? 마그다 역시 그랬어. 현숙한 아내와 많은 아이들이라는 나치의 이상적 가정을 설파하던 히틀러의 뜻을 따라 아이도 여섯 명씩이나 낳고 그들의 이름에 전부 히틀러의 H를 넣어 헬가, 헬무트 등등으로 지을 정도였어. 외국어에 능통했던 그녀는 외교가에서 장가 안간 히틀러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도 했지.

이 히틀러가 이혼을 막고 나서. “니들이 이혼하게 되면 우리 체면이 뭐가 되냐. 마그다. 당신이 참아. 그 체코 여자는 추방해 버리겠어. 그리고 애들은 당신이 맡아서 괴벨스 녀석은 당신 허락을 받고서야 애들을 보게 하겠어. 1년 뒤에 그래도 못참겠다면 이혼을 허락해 주지.”

자신의 영웅 앞에서 마그다는 맥없이 고개를 끄덕여야 했지. 마그다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히틀러와 나치즘이라는 허상의 포로로서의 연대감으로 부부생활을 이어나가게 된다. 괴벨스 역시 구제불능의 바람둥이이긴 해도 아이들에게는 끔찍한 아빠였고 이 부부는 모범적인 나치 당원 부부로서 독일 천하에 알려지게 돼.

2차대전 종전이 다가왔어. 복수심에 불타는 소련군이 베를린을 죄어들어왔고 독일군은 지리멸렬하여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지. ‘반신반인’ 히틀러는 애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해 버리지. 히틀러는 괴벨스에게 살아 남으라고 명령하지만 괴벨스는 여기에 따르지 않아. 그리고 이건 마그다도 마찬가지였지. 그녀가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 하랄드에게 보낸 편지는 남자 하나 잘못 만나고 존경하는 사람 잘못 선택한, 한때의 유복한 여자의 서글픈 광신을 읽게 한다.

“지난 토요일에는 총통께서 나와 아이들을 도피시키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남았어........ 일생에 걸쳐 알아 왔던 모든 대단하고 아름다운 가치들과 함께 우리들의 영광스러운 이상은 이제 죽었단다. 총통과 국가사회주의(나치즘)가 없는 세상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네 동생들을 나와 함께 데려가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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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에겐 마지막 선택만 남았다. 죽음으로 총통께 충성하는 것. 하랄드,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 너에게 내가 평생을 걸쳐 알게 된 것을 말해주고 싶구나. 충성! 너 자신에게, 너의 국민에게, 너의 국가에! 우리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거라. 그리고 항상 우리들의 모습을 기억해 다오…… ”

독일을 재앙으로 밀어 넣은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여섯 아이를 독살하고 자신도 죽는다. 재앙의 한가운데에서 마그다의 의붓 아버지와 동창들 다수가 수용소 가스실에서 최후를 마치지. 일설에 따르면 남편에게 그들의 구명을 부탁했다고도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비참하게 죽어갔어. 마그다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누가 뭐래도 마그다는 끝까지 남편과 총통의 길이 옳다고 봤고 그 스스로를 애국자로 여겼고 자신의 애국을 위해 아이들에게 독을 먹이는 모진 엄마 역할을 불사하지. 1945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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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이란, 또 사랑이란 인류의 역사를 이끄는 주요한 견인차 중의 하나였다. 세상 사람들의 통념과 그때까지의 상식을 넘어서는 신념이 결국 역사의 변화를 가져온 건 분명한 사실이지. 그러나 잊어서는 안되는 건 그 변화가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고 때로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야. 무언가에 대한 애정 역시 마찬가지야. 사랑은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감정 중 하나지만 대상과 과정이 엇나간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흉기가 되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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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다의 5월 1일이 그 증거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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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서 탐욕이 저지른 죄악을 능가하는 것이
바로
'하나의 이념'에 의한, 만행이 아닐까 삽네요

바탕이 잘 못된 신념은 정말... 무섭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종종 보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