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의 초대 - 4. 서양의 과일과 동양의 과일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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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과일과 동양의 과일

서양사람과 동양사람은 서로 다른가? 라고 질문을 하면,
당연히 다르다고 말하게 된다.

여기서 다르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
특이성을 가진 소수의 예외적인 것들을 제외하고는,
문화 관습 주거 역사 사상 등등의 모든 것에서 동전의 양면성처럼
이분법적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우유로 만든 치즈와 밀로 만든 빵을 먹고
눈덮인 높은 산의 설경을 바라보면서 자라난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과
발효된 야채음식과 쌀로 밥을 해 먹고 대청마루에 앉아서 뿌옇게 안개 낀
먼 산의 녹음(綠陰)이 우거진 것을 바라보면서 자라난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서양인과 동양인의 마음 차이라는 것은, 그들의 인문 고전 문학
예술 등에서도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서양의 고전 인문학과 철학서 예술작품 등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과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가?
그것은 사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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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과는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가 먹었다고 하는 사과에서 부터 시작해서
유명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파리스의 사과,
애플사의 로고로 등장 하게 된 천재과학자 앨런 튜링의 사과,
백설공주가 베어먹고 잠을 자게 된 마녀의 사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나무 등등,
그 외에도 서양의 문학과 기록에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과일이 사과이다.
그런데 서양의 상징적인 과일인 사과와 연관된 문학적 예술적 음미(吟味)는
대부분 죽음과 연관된 것들이 많고 혹은 유혹 배신 등의 암울한 서정적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와 반대로 동양사와 동양인문고전 문학 예술등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복숭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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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각 나라별 건국신화와 관련된 기록 중에는 시조의 어머니가
태몽으로서 복숭아를 먹었거나 신선이 전해주는 복숭아를 품에 받아
안았다는 스토리들이 있다.

민담이나 설화 등에도 장생불로의 생명을 주는 과일로서 복숭아가
자주 등장한다. 혹은 복숭아를 먹게 되면 신선이 되어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하거나 아름다운 미녀를 상징하는 여성성을 나타내 주는
고전문학들도 있다.
그런데 동양의 복숭아는 서양의 사과가 가지고 있는 암울한 서정적
이미지와는 다르게 생명의 탄생과 관련된 태몽이나 장생불로의 생명력을
바라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게 들어있다.

서양의 상징적인 과일인 사과가 죽음을 의미한다면,
동양의 상징적인 과일인 복숭아는 생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서양과 동양의 차이점을 나열한다면 수많은 내용들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마음의 작용성 하나를 정확하게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본인은 당연히 한국인이고 동양인이다.
그렇다면, 서양과 동양의 차이라는 내용으로 이 글을 쓰면서 어느 쪽을 먼저
배열을 하였는가? 서양을 앞에 두었다.
이것이 동양인적인 사고방식이다. 남을 먼저, 객체를 먼저 내세운다.

반면에 서양인이 이 글을 쓴다면, "동양과 서양의 차이" 라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서양과 동양의 차이"라고 글을 쓰게 된다.
이것이 서양인적인 사고방식이다. 자기를 먼저, 주체를 먼저 내세운다.

한국인들이 구사하는 가족호칭 중에서 서양인들이 신기해하는
아주 유명한 것이 있다.
부부끼리 혹은 타인들 앞에서 상대를 부르는 상호간의 호칭인데도 불구하고,
"보람이 아빠, 보람이 엄마"
"영희 아빠, 영희 엄마"

왜 자신들의 애기 이름을 앞에 내세워서 상대를 부르게 되는 걸까?
그것은 바로 구수한 청국장찌개와 보리밥에 상추쌈을 먹고
대청마루에 앉아서 은하수가 보이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사람들의 마음 구조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양인들의 사고방식은 서양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타인을 먼저 위하는 마음이 더 강하다.
그 마음의 특성이 상징적으로 드러나 진 것이 사과와 복숭아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죽음과 관련된 사과와 반대로 생명과 관련된 복숭아,
나보다 남의 생명을 더 중요시한다는 이타적 관념이 더 강하다보니,
그것이 동양에서는 복숭아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나타났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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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기호, 형이상에 약한 사람이라 이런 관점이 마냥 신기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기반에 깔린 사유란 사고방식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는만큼 동양과 서양은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죠.

재밌게 읽고 갑니다.

네 그렇지요. 기반에 깔린 사유는 관념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니까요

ㅎㅎ 사과얘기를 하는데 띠용이 되네요 생각보다 사과라는게 서양사에서 많이 나오긴 했군요.

사과 만이 아닐거에요. 과일이나 다른 음식들 혹은 다른 여러 상징적인 요소들에서도
서양과 동양은 차이점이 많거든요.

재미난 글 잘 보았습니다.
지난 글을 찾아보게 될 만큼 흥미롭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 드립니다.

네, 그러셔요.
지난 글 들에도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을거에요

둘다 좋아 하는 과일인데.. 이런 깊은 뜻이 담겨지는 군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7 years ago (edited)

‘아름다운 미녀를 상징하는 여성성을 나타내 주는’=> 도화살이 연상되네요

양목님 글은 묘해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느낌..
동서양, 신구, 지상과 우주(또는 그 이상의 내가 명명하지 못할 무엇)
다 품어야 나올 수 있겠다 싶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글솜씨를 감추고 계셨군요~^^

동서양이 만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과일을 어떻게 나누어 먹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