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사람 같은데 휴대할 수도 있죠”
드라마 <멋진 징조들> 시즌 2에 나온 한 천사의 말.
직급이 낮은 천사가 비밀 임무를 맡고 인간 세계에 내려온다. 천국에서만 일하던 천사들은 인간 생활을 잘 모른다는 설정이라 처음 내려온 인간 세상이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다. 처음으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천사는 이내 책을 좋아하게 된다.
공감이 되는 말이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서 이 대사가 확 다가왔다. (이 말을 한 천사가 귀여운 캐릭터라 더더욱)
문득 책방에 꽉 차 있는 수많은 책을 보면서 사람이 평생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움베르토 에코도 궁금했나 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지 못했는가?>라는 에세이에서 이렇게 말한다.
“책 한 권을 읽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 하루에 몇 시간 정도 독서에 할애하는 보통 독자의 관점에서 평균 분량의 작품 하나에 4일은 걸린다고 가정해 보자. <봄피아니 작품 사전>에 실린 모든 작품에다 4일을 곱하면 65400일, 거의 180년이 된다. 그 누구도 중요한 작품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
‘보통 독자’가 4일에 한 권 책을 읽는 사람이라니. 움베르토 에코 기준으로 ‘보통’인 모양이다. 어쨌건 이 계산대로면 1년에 91권을 읽는 ‘보통’ 사람이 20살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50살에는 2,730권을 읽을 수 있다. 소설만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조금 어려운 철학책이라면 1권 다 읽는데 한 달이 넘을 수도 있다.
나이 80이 넘은 한 소설가가 평생 만권 가까이 읽은 것 같다고 (만권을 넘지는 못했다고) 대답하던 인터뷰가 기억난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직업인 전업 소설가도 만권 읽기가 힘들다. ‘진짜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천권 읽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숫자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