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페스트 소고] 영어에 대한 고민에 참가를 주저하신다면

in sct •  5 years ago  (edited)

연어입니다. 제 발표를 절반 정도는 정리한 것 같습니다. 아래 참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3회 정도 더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 당신이 스팀페스트 참가를 망설이는 이유, 영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아쉬울 수 있는 사실입니다. 영어에 조금만 자신이 있으면 '그까짓꺼 한 번 참가해 볼까?' 하실 분들도 많으실테죠. 그럼 제가 용기를 내실 수 있도록 도움을 좀 드릴까요?

(1) 비영어권 출신에 나름대로 영어를 익힌 사람들
(2) 비영어권 출신에 유학 등으로 원어민 수준에 올라선 사람들
(3) 영어권 출신으로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

자, 이 중에 저처럼 비영어권 출신이면서 그냥저냥 영어를 익혀온 사람에게 가장 대화하기 쉬운 상대는 어느 부류일까요? 바로 (1)번. 즉, 저와 같은 부류입니다. 일종의 Easy English를 구사하기 때문이죠.

Easy English란 가능한 1,500 단어 이내, 왠만하면 5,000 단어 이내 수준의 어휘를 사용하고 간결한 문장을 이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영어를 말합니다. 제가 스피치 때 사용한 영어였죠.

반대로, 가장 이야기 나누기 어려운 상대는 어느 부류일까요? 저는 단연코 (2)번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번 스팀페스트에서도 느낀 부분이고요.

먼저 (3)번 부류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저는 미국인들이 이런 측면에서 확실히 대화 매너가 좋다고 느낍니다. 뭐랄까 나의 얘기가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상대가 얘기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체크해 가면서 대화에 임한다고 할까요?

이들은 상대의 영어 대화 능력이 부족하다 싶은 것을 느끼면 바로 그 수준에 맞는 어휘, 속도, 문장으로 대화에 임해줍니다. 그리고 '내가 당신의 말을 잘 알아듣고 있다'는 메세지를 충분히 전달해 줍니다. 더 집중해 준다고나 할까요. 물론 이것도 어느정도 대화 매너가 있는 사람들에게 한정된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문제는 (2)번 부류인데, 이 친구들은 일종의 '물만난 고기'입니다. 좋게 얘기하면 영어로 충분한 의사 전달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겠지만, 안좋게 얘기하면 자신의 영어 실력을 한껏 뽐내기에 정신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 친구들이 영어권과 비영어권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군요.


■ 어떻게 접근하고 대화에 임하면 될까요?

혈혈단신이 아니고 같은 한국 커뮤니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필요할 때 약간의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그러나 가능하면 옆 사람의 통역을 통해 대화에 참여하기 보다는 직접 부딪혀 보십시오.

천운님께서 불가리아에서 오신 이웃분과 대화를 나누는데 처음에 도움을 좀 드리다가 슬쩍 빠져봤는데요, 한참동안 즐겁게 대화를 나누시는 것을 멀찌기서 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꽤 많은 정보도 얻으셨더군요. 대화를 하고자 하면 어떻게 해서든 서로 듣고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한 명의 유창한 영어 실력자가 있는 것보다 평범한 영어 수준을 갖춘 여러명이 있는 것이 대화에 더 큰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전자의 경우엔 한 명에게만 의존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그 한 명이 전달자 수준으로 전락하던가 유일한 대화 상대가 되어 균형있는 대화가 어렵게 됩니다.

그것보다는 한 두 마디씩이라도 여러 명이 골고루 얘기를 나누면 대화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전달하고픈 것도 충분히 할 수 있게 됩니다. 설령 상대의 얘기를 한 명이 다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각자 이해한 조각들을 함께 맞추면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죠. 이번에 SCT팀이 큰 효과를 본 방식이기도 합니다.


■ 다수의 한 그룹에 끼어들어 대화를 건네기가 더 쉽습니다

두 명이 1:1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리는 상대적으로 끼어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단일 언어로 보이는 그룹에 모여있거나 섞여 있으면 오히려 대화에 참여하기 쉽지요.

저의 경우 7명의 일본인들이 얘기하는 자리에 끼어들어 이야기를 시작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도 영어로 전 세계인과 대화를 나누려 왔겠지만 처음 자리라 어색해서 서로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요.

그 때 한국인인 제가 들어가서 '니혼징데스까~'라고 설레발 인사를 하며 영어로 얘기를 시작하면 그 7명 모두 저를 상대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1타 7피의 순간이죠. 그리고 이 7명 중 몇 명은 나중에 자신들이 알게 된 다른 친구들도 소개해 줍니다. 한 명씩만 소개 받아도 1타 14피가 되겠지요?


■ 첫 자리에서 최대한 많이 인사를 나누십시오.

처음에 만나는 자리는 다들 서먹해 합니다.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 정도만 대화를 시작하고 있지요. 그 때 최대한 많이 얼굴을 익히고 다녀야 합니다. 경험상 첫 날 안면을 익힌 사람들이 나중에 보면 70%에 해당되는 비중이 됩니다.

첫 날 최대한 많이 얘기하고 다니지 않으면 다음 날부터 오히려 얘기를 건네기가 어려워지죠. 왜냐하면 어느 정도 끼리끼리 친한 그룹이 생겨버리니까요. 그래서 첫 날 대면 자리에 드링킹이 있나 봅니다. 알콜의 힘을 살짝 빌려 서먹함을 빨리 없애 버리자구요.


■ 관심과 스토리를 나누십시오.

결국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영어'라는 언어의 실력보다 이야기를 나누는 스킬과 마음가짐입니다. 우선 상대방에게 관심을 보이십시오. 그것이 진심이면 더욱 좋습니다.

  • 어디서 오셨나요?
  • 어떻게 스팀잇을 알게 되었죠?
  • 이번 스팀페스트에 처음 참여하시나요?

쉽게 물어볼 수 있는 얘기들입니다. 이런건 @jacobyu님이 아주 잘하시던데요. 그렇게 말을 트며 얘기를 시작하면 상대의 정보와 스토리를 얻게 됩니다.

특히 중요한 건 스토리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상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게 되지요. 자신의 출생, 국적, 결혼, 하는 일 등등. 예를 들어 정말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도 알게된 상대방의 스토리 예입니다.

  • 저에게 "한국에서 오셨다고 들어서 너무 반갑습니다."고 인사를 건네온 헐크호건급 체격에 스키니한 머리가 무시무시한 미국 백인 남성분이 있습니다. 미군 출신인 아버지 때문에 한국 용산에서 태어나 세 살까지 자랐고, 덕분에 살면서 많은 한국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아직도 종종 한국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합니다. 팔에 굉장한 문신을 하고 있어 물어보았더니 자신의 핏줄이 스코틀랜드라서 스코틀랜드 신화와 관련된 문신이라고 하더군요.

  • "저는 독일인이고, 아내는 인도네시아 출신입니다." 부산한 방콕 아침 전경을 보며 아시아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히 사는데 아무래도 아내는 아시안 출신이 아닌 것 같다는 농담을 하더군요. 서로 유학중에 만났고 어떻게 인생을 함께 하였는지 제가 물어본 것도 없는데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유독 우리 그룹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싶어하던 아시안 얼굴의 미국인이 있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닌 아버지는 오키나와, 어머니는 도쿄 출신으로 오키나와에서 태어나자마자 1살때 미국으로 건너가 살았다고 합니다. 일평생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아시아를 비롯해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같은 생김새에 자신의 모국에서 살아온 저희 같은 아시아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기쁨 같았지요.

이런 인생 스토리를 캐치하는데 정말 몇 마디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끌어낼 수 있게 된다면 그 이후 사람대 사람으로서 좀 더 진솔한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지요. 여기에 필요한 것은 영어 그 이상이며, 어떻게 보면 언어를 뛰어넘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 배경 지식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개발자 분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스팀페스트에는 꽤 많은 개발자 분들이 참여하고 있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겉으로 봐서는 전혀 개발자인 줄 모르겠다는거에요.

하지만 이 분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스팀 블록체인과 여러 프로젝트에 대한 주제가 오르내리기 쉽죠. 여기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으면 대화는 의외로 더 수월해집니다. 오히려 이 부분은 저에겐 어려웠네요. 말을 이해하면 뭐합니까? 무슨 얘기인지 알아 먹어야 하는데 ㅋ

또 유명한 이웃분들이나 상대방과 얽힌 재미있는 내용들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직접 서로에 대해 얘기하기 어려울 때는 역시 제3자를 끌고 들어오는게 좋은 방법이죠. 여기에 @slowwalker님, @clayop님, @ramengirl님은 단골 대상자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slowwalker님의 명성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구요.


■ 상대를 칭찬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 주세요.

제가 가장 잘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첫 만남에서 성공적인 대화란 상대가 나에 대해 마음을 더 열고 기억하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네, 저는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라 정말 상대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칭찬 말이지요.

이런 칭찬이 잘 전달되면 상대의 눈빛과 표정이 달라집니다.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 서양 친구들의 반응은 매우 직접적이고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엔지니어에겐 이런 칭찬이 잘 전달될 수 있지요. 이런 식입니다.

  • 오늘 드디어 당신을 만나게 되었다. 너무 반갑다. 당신이 해온 작업들은 우리 스팀잇에 너무나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나는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그런 점에서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고 앞으로도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동서고금(?) 엔지니어들에게는 이런 아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작업한 것에 비해 감사와 칭찬을 직접적으로 들을 수 없는 현실. 그러나 누군가가 그 작품에 쏟은 헌신과 열정을 인정해주고, 그 작품을 넘어 제작자에게 직접적으로 감사와 칭찬을 건네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스팀페스트에는 많은 엔지니어들이 참여합니다. 이들은 어쩌면 자신이 만든 작품에 가려진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칭찬해 주세요. 그리고 가치를 인정해 주시고, 의견을 묻고, 의견을 전달해 주세요. 그리고 연락처를 물으십시오. 대개는 디스코드 주소를 주고 받겠죠. 이제 꾸준히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얻은 셈입니다.

이런 얘기를 주고 받는데 그닥 어려운 영어는 없을텐데요?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그렇습니다.


■ 정리합니다.

여러분이 특별히 발표를 하거나 비즈니스 측면까지 깊이 파고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 Easy English로도 소통은 충분합니다. 최소한 참여자의 2/3는 당신과 이야기를 나눌 준비와 배려를 갖춘 사람들이죠.

일단 얘기를 트기 시작하면 어떻 주제와 상대를 대하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만큼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공간이죠. 그런 흐름에 이제 몸을 맡기면 됩니다. 주변 친구들이 계속 도와줄거고요.

혹시 Easy English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나중에 제가 써두었던 글들을 한 번 소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500자의 단어가 많다고요? 1부터 10까지만 해도 벌써 10 단어인데요? ^^

서두에 적어둔 제 스피치 수준의 단어와 문장, 그 정도면 스팀페스트에서 충분히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제가 보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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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yeon.sct님이 jack8831님의 이 포스팅에 따봉(5 SCT)을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ㅠㅠ

fenrir78님이 jack8831님의 이 포스팅에 따봉(10 SCT)을 하였습니다.

아앗. 감사합니다. ^^ 근데 대체.. @fenrir78님 아이디를 어떻게 읽는게 정답인가요?

그냥 다른 분들은 펜리 또는 실세님라고 불러주시니 ㅋㅋㅋㅋ 편하신 걸로!!!

언어는 문화
언어는 소통

전부가 아닌
단지 도구일뿐~!

마음~! 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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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을 잘 짚어주셨습니다. ^^

1타7피 ..ㅋㅋㅋ 마냥 부럽습니다. ㅎㅎ 천운님 불가리아어도 하세요? ^^

저도 천운님께 궁금한 부분입니다. ㅎㅎ 한참 정겹게 대화를 하시던데.

1차 목표를 1500단어로 삼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감사합니다.

네! 응원합니다. ^^

왠지 영어공부를 위해서 새로운 미드를 정주행해야하나 심히 고민됩니다. ㅋㅋ 글로벌연어님 이번 스팀페스트 활약 정말 눈부셨어요! 앞으로도 화이팅입니다~ ^^

영어는 더 배우려 한다기 보다 이상하게 배워둔 것을 날려버리고 단순화 한다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응원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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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님 이번 스팀페스트에서 활약 정말 눈부셨습니다 +_+ 직접 그자리에서 느꼈다면 좋았을텐데... 너무너무 아쉽습니다ㅠㅠㅠㅠ 영어 = 자신감인데 연어님은 둘다 100점 만점~!!

"저는 독일인이고, 아내는 인도네시아 출신입니다."

하핫 이분은...!!! jaki01님이네요^~^

네! @jaki01님 맞습니다. 우연히 같이 Grab타고 다녀서 인연이 되었지요. 여기저기서 라멘걸님 찾고 난리였는데, 중국 친구들은 중국 친구들대로, 일본 친구들은 또 일본 친구들대로, 거기에 동남아 친구랑 허거거거걱... 대체 인맥을 얼마나 뿌려두신 겁니꽈. ㅋ

ㅠㅠㅠㅠ 못가게 되서 너무 슬퍼요ㅠㅠ 내년에는 꼭 갈 수 있기를!! 연어님도 꼭 뵙고 싶어요^~^

제가 과연 몇개의 단어를 알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드네요
일단 잘 몰라도 자신있게 하는게 중요한것 같습니다^^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죠. 자신감이 꼭 준비된 내면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나도 사람이고 너도 사람이니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냐는 식으로 ㅎㅎ

현실에선 (2)가 (1)에 밀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1)도 쉬운 건 아니지만 비즈니스에서 언어는 수단일 뿐이라, 언어 자체가 흔히 목표가 되곤 하는 (2)보다 잘 먹힙니다.

적극 공감합니다. 말이 먼저가 되면 의외로 대화는 가벼워지죠. 결국 사람의 마음과 기억에 남는건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