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왜 허전할까.

가을은 왜 허전할까./cjsdns

전화가 온다.
070으로 시작되는 전화다.
받고 나면 벼베기기 끝난 논을 바라보는 것처럼 허전해지는 쓸데없는 전화다.
여러 차례 받아 보았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내게는 필요 없는 투자를 권유하거나 여론 조사 같은 전화다.
특히 여론조사는 기껏 시키는 대로 번호를 눌러 가다 보면 연령이나 사는 지역이 자기네 조사와는 해당사항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끊는다.
그럴 때는 슬며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려 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070 전화는 무조건 안 받는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뭔 놈의 문자가 외국 발신이라면서 이리도 많이 오는지 여러모로 수상쩍다.
외국 발신이라는데 우리나라 인천 공항에 와있다고 하는 문자에 여러 이유에 링크가 있는 것들은 아예 열어보지도 않는다.
메일고 마찬가지이다.
뭔가 클릭하라는 대로 하다 보면 스마트폰 해킹이 될 염려가 있어 수상쩍은 것은 안 열어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텅 빈 가을 들판처럼 마음을 스산하게 하는 것 들이다.
이제는 가을 하면 풍성한 가을 이런 생각보다는 허전함이 먼저 다가오니 이것도 병이 아닌지 모르겠다.
여하튼 가을보다는 봄이 좋은 봄보다는 여름이 좋은 그렇다 보니 겨울은 아주 싫은 계절이다.

시실 오늘 이야기는 아침에 나가 걸으며 본 벚나무에서 느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가로수로 심긴 벚나무를 보니 바람에 낙엽이 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세히 보니 이마 나무 잎들은 누렇게 많이 변해 있고 푸른빛의 잎들도 생기는 다 잃어버린 모습이다.
한마디로 좋은 계절 다 갔구나 싶었다.
4월에 벚꽃이 한창일 때 화려함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보였다.

꽃이 필 때엔 어느 것이나 다 예쁘다.
그렇지만 벚꽃보다 화려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열매는 시답지 않다.
과실 크기에 비해 알맹이 씨앗은 왜 그리 큰지 먹어보려 해도 먹을게 별로 없다. 그 씨앗이 용처가 있는지는 몰라도 과육은 식용으로 하기에는 너무 보잘것없어 늘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허전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나의 세월도 가을에 접어들어 그런지 모른다. 여름처럼 살고 싶어도 봄처럼 살고 싶어도 이미 가을로 접어든 것을 부정할 수 없어 그런지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가을에 할 수 있는 것은 꼭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걸 해야 한다.
그걸...

감사합니다.
2024/09/03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