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팀) 그대여, 이젠 편히 닻을 내리시게-순간을 영원으로(#64)

in artisteem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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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과 함께 간 여수 신덕 해수욕장. 아주 작은 해수욕장입니다. 복잡하지 않고 가족 단위로 쉬어가기 좋은 곳이지요. 해수욕장으로 정식 등록된 곳이 아니라서 마을에서 관리한답니다. 편의시설도 주차장과 화장실 이외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 식구는 이런 곳을 좋아합니다. 돈이 흥청망청 도는 곳은 그만큼 쓰레기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습니다. 여기는 대부분 간단한 먹을거리 정도는 싸옵니다. 해변에 쓰레기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적당히 즐기기에 좋습니다. 물놀이도 적당히, 모래찜질도 적당히, 재미 삼아 바위에 붙은 굴을 까서 먹는 것도 적당히.

저는 바다로 놀러가더라도 그 일대 주민들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까운 민박집에 짐을 풀고, 민박집 주인이 알려준 대로 밤 산책을 합니다. 마을 앞 방파제에서 맞는 밤바다는 많은 그리움을 품고 있습니다. 여기는 바다가 일상입니다. 불 꺼진 바다와 잠든 배. 참 고즈넉하니 좋습니다. 우리끼리 나누는 이야기도 저절로 소리를 낮추게 됩니다.

다음날. 저는 새벽형이라 일찍 일어납니다. 해변 따라 산책 겸 운동을 합니다. 대부분의 집들은 잠들어있지만 바다는 쉼이 없습니다.

조금씩 여명이 밝아옵니다. 통 통 통. 고기잡이를 떠나는 배들. 썰물이라 물이 조금씩 빠지고 있더군요. 마침 우리가 묵는 숙소 주인장이 모는 배도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주인아저씨는 하는 일도 참 많습니다. 이른 아침에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고, 이 고기로 횟집을 운영하고, 집 앞에 농사도 짓습니다. 우리가 묵은 펜션도 관리합니다.

썰물은 또 다른 삶을 보여줍니다. 해변에 서서히 드러나는 낯선 물체. 가까이 다가가보니 바로 닻이더군요.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오랜 세월. 배를 지켜주고 어부들의 삶을 지켜주던 닻. 제 몫을 다 하고 마을 가까이 닻을 내렸습니다. 이젠 배 대신 바다풀이 엉겨 붙어 또 다른 생명살이 터전이 되네요.

버러진 것조차 다 쓸모가 있는 바다에서
모진 풍파를 다 이겨냈던
그대여, 이젠 편히 닻을 내리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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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넘 좋네요.. 닻이 할일을 다 했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고마워요.
대상이 좋아서^^

마지막 문장에서 가슴이 찌르르해 집니다
버려진 것조차 쓸모 있게 만드는 바다의 힘..

바다는 다 받아주네요^^

사람 많고 다들 가보는 곳 말고 사람도 적고 유명하지 않은 곳을 좋아해요. ^^

제대로 된 쉼이 가능한 곳이지요^^

저와 비슷한 성향이신게 이 글을 읽으며 느꼈습니다. 좋은 시간 되셨겠습니다.^^

그러게요.
여러모로^^

저는 이렇게 멋진 필력이 없어서
분위기 있는 사진을 올려도 글로
표현해 내는게 많이 힘든데 멋진 글로
사진을 더 돋보이게 하시네요 멋집니다..

엊그제 부터 스팀잇 승인받고 시작한 뉴비입니다ㅎ
팔로우&좋아요&보팅 남겨놓고 갈게요~
맞팔로 앞으로 쫀쫀한 소통하고싶어요^^
좋은 하루되세요~~

환영합니다.

정말 마음 편히 내리시게..

^^

좋은곳에 다녀오셨네요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사진 분위기가 글이랑 어울려요. 저도 한적한 바다에 가고 싶어지네요!

고마워요.

멋진글 잘보고갑니다.

고맙습니다.

통 통 통. 고요한 바다 위에 울려퍼지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네요. 자연의 품 속에선 닻마저도 ...

새벽을 깨우는 소리들은
다 좋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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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님 이기에 알수 있는 닻의 수고로움 이네요...
의기양양 펼쳐져 있는 그것보다 낡았지만 찬란 했던 시간들을...

고마워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

간만에 콜라보래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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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북적대고 흥청망청하는 곳은 질색인데, 저와 취향이 비슷하신 것 같습니다^^ 새벽형인 것만 빼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