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세이] 생각한 것을 만나는 시간

in coinkorea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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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바브웨는 2008년에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1 달러의 환율이 무려 35 조 짐바브웨 달러에 달해 정부는 결국 통화를 포기하게 된다.

 짐바브웨에서 1년 정도 사신 분의 경험담을 읽어보니, 2007년 입국할 때 콜라 한 캔에 짐바브웨 달러 5000달러(천원)가 필요했고, 2008년 출국할 때 카페트를 20억 달러(3만원) 주고 샀다고 한다.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이 살인적으로 치솟을 때는 커피가게를 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짐바브웨에서 수확된 생두를 샘플로 받아서 볶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커피에 비해 향미도 없을 뿐더러 바디감도 없어서 이디오피아 구지 사키소로 대체했던 기억이 있다.

 버스를 타려면 100조 달러를 내야한다는 말을 듣고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백조달러짜리 지폐 사진을 캡쳐해서 내 블로그에 올려두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에 미국은 물론 일본, 유럽이 찍어댄 돈이 범람하던 시절이었으므로 종이돈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이 지폐를 갖고싶었다.

 나는 시중에 돈이 2배 풀렸으면 내 수입이 2배가 늘어야 현상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았다. 시중에 돈이 3배 풀렸으면 내 수입이 3배가 되어야 하는 건 당연했다. 돈은 매개체다. 돈은 모아서 보관해야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치가 올라갈 대상과 교환해서 없애야 하는 장애물이었다.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으므로 비과세 적금을 해약하고 실손보험 1개를 제외한 모든 보험을 해약했다. 내가 해야할 유일한 일은 지금은 바닥인데 일 년 후, 그리고 십년 후 가치가 올라갈 것이 무엇인지 살피는 일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작년 봄에 우연히 럭시라는 카풀앱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 때 만난 카풀 기사님이 모 장기렌터카 영업사원이었는데, 목적지에 도착하자 자신의 명함과 봉투를 나에게 내밀었다.

 "선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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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싱긋 웃었다. 나는 봉투 안에서 빳빳한 지폐를 꺼냈다. 그것은 짐바브웨의 백조달러짜리 지폐였다. 몇 년 전에 전두엽에 입력해 놓은 지폐가 출력되었던 것이다. 남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적도와 바다를 건너 내 손으로.


투자에세이


당신의 돈이 맞나요?
우산없이 폭풍우에서 젖는것처럼 돈버는 시기가 있다
시간은 행복한 사람의 편
초심자의 행운
당신은 아침에 신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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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생소하기까지한 tillion ㅎㅎ 재밌게 읽고 갑니다:)

재미있으셨다니 감사합니다^^

멋진 에세이 감사합니다... 술술 읽혀요..

술술 읽힌다니 감사합니다^^

20억달러가 3만원이라니.. 참.. ㅋㅋ
말로는 자주 들었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긴 한가 보네요..
재밌는 에세이 잘 읽고 갑니다!ㅎㅎ

재미있으셨다니 기분좋네요. 감사합니다^^

멋진 글이네요.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소개에 쓰신 루시드 드리머가 인상적이네요. 저도 미천하지만 루시드 드림을 꾸거든요. 관련 글 올려주시면 감사히 읽겠습니다. ㅎㅎ 팔로우하고 갑니다~~

루시드드림 꾸신다니 반갑습니다^^
저도 팔로우했습니다.

어머 화폐의 인플레이션이 정말 심각하네요. 돈을 들고다니는것도 일이었을듯 하네요. 정부가 통화를 포기할만큼이면 나중에 어떤 단위가 나오게 될지 ...

그런 의미에서 암호화폐와 스티밋을 알게되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플레이션 헷지역활을 할 수 있어서요^^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오치님 감사합니다^^ 편안한 하루되세요.

재밌는 에세이 잘보고갑니다!
짐바브웨 100조달러라니..ㅋㅋ 현실로 존재하는 금액인가싶네요ㅋㅋ
팔로하고 종종 찾아뵐게요!~ ^ ^
좋은밤 되셔요!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할게요^^

엄허나 수치로 보면 어마어마함데 실제 금액은 ..ㅋㅋ

정말 그렇죠^^

통찰과 과감의 냄새가 스물스물 나네요.

나는 시중에 돈이 2배 풀렸으면 내 수입이 2배가 늘어야 현상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았다. 시중에 돈이 3배 풀렸으면 내 수입이 3배가 되어야 하는 건 당연했다. 돈은 매개체다. 돈은 모아서 보관해야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치가 올라갈 대상과 교환해서 없애야 하는 장애물이었다.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으므로 비과세 적금을 해약하고 실손보험 1개를 제외한 모든 보험을 해약했다. 내가 해야할 유일한 일은 지금은 바닥인데 일 년 후, 그리고 십년 후 가치가 올라갈 것이 무엇인지 살피는 일이었다.

탐욕과 공포와 맞서는 그리고 과감함의 줄타기에서 성공하셨나요?

간간이 비바람이 몰아치긴 해도 순항중입니다^^

우연치 않게 발견한 보얀님 글에 빠져서 쭉 ~ 정독하고 왔습니다. 투자에 있어서 겪었던 경험들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약소하나마 보팅을 드리고 싶은데 옛 글들에는 보상도 없으니 ㅠㅠ 최근 글로 드리고 만족하고 갑니다~! 응원할게요~!

oming2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기쁩니다.^^
저도 팔로우하고 응원할게요.

십년 후의 가치는 자기 자신을 따라가는 일, 그게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해요. 성실. 그건 자기 본성을 따라가는 거라죠.

맞아요.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진짜 가치있는 것이 드러납니다.

^*^

오호라.
전두엽에 입력해놓은 지폐가 출력되다니요!

chaeeunshin님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