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나무못

in flowerday •  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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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일을 하는 중학교 동창이 있다. 그는 노래도 잘하고 악기도 잘 연주하며 요리도 전문가 못지않게 잘한다. 못하는게 없는 친구지만 한곳에 정착해서 사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캠핑카를 제작해서 차에서 숙식을 하며 일자리를 찾아서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닌다. 요즘은 얼마전에 공사 현장이 끝나서 쉬고 있단다. 지금은 한가하겠네?라고 했더니 요즘도 나름 바쁘다고 웃으며 말한다. 제대로된 한옥을 지으려면 공정도 복잡하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면서 좋은집을 지으려면 평소에 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현재 작업하고 있는 나무못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무못은 딱딱한 줄참나무로 만드는데, 우선 뾰족한 젓가락 모양의 막대기를 천 개 내지 이천 개를 미리 깍아 놓는다. 그리고 그 막대기를 쌀이 들어있는 큰 뒤주에 넣고 몇 달을 숙성시킨다. 그러면 나무의 진이 쌀에 흡수되어 바짝 마르게 된다. 그 막대기를 전 부치는 번철 위에 올려놓고 콩 볶듯이 구우면 겉은 거뭇거뭇해지고 매우 단단한 나무못이 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공사를 하게되면 못을 칠 자리에 못지름보다 적은 구멍을 뚫은 다음 동물의 뼈에서 추출한 아교와 민어의 부레를 찧어서 만든 강력한 접착제를 구멍에 넣고서 나무못을 친다고 한다. 그러면 나무가 숨을 쉴때 같이 숨을 쉬고 물기를 흡수할 때 같이 흡수하고, 건조해서 비틀리면 같이 비틀려서 집의 수명은 거의 반영구적이 되어 화재나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은 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집을 지으려고 집주인들이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쇠못을 쓰길 원해서 그 설득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쇠못을 쓰면 얼마 안가서 녹이 슬고 칠이 변하고 나무와 호흡과 일치하지 않아서 헐거워지고 건물 수명이 백년을 넘기기가 힘들다. 우리 조상들이 만드셨던 고찰이나 한옥들이 튼튼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시대마다 최신공법이라고 만든 건물들을 수십년이 가면 하자투성이가 된다. 대표적인데 아파트일거다.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지었는데도 30년이 지나면 재개발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고 있으니 우습다.

어느 사회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현대 사회의 환경문제가 이전의 환경문제와 다른 점은 그 규모도 다르지만 최신의 기술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첨단 과학 기술이 좋기만 할까?
첨단 과학기술은 당장은 화려하고 빠르고 멋있지만 그것이 장차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이 바로 좋은 예이다. 이것말고도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우리는 겪었다. 아니 지금도 진행형이다. 물론 과학기술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 첨단의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것은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들이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구하기도 쉽고 사용하기에 편리한 쇠못보다는 만들기도 복잡하고 사용하기에도 힘들지만 일단 사용하면 더 오래가는 나무못처럼 우리 조상들의 친환경적인 과학기술과 전통을 되살리는 것도 지혜로운 것이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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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오랜 시간 경험에서 우러나온 선조들의 지혜가 효율성이란 이유로 사라지는게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