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서 읽기의 방식이 바뀌었는데 그러니까 두루마리 형태의 스크롤 방식에서 옆으로 넘겨 읽는 페이지 방식으로의 전환이 일어났다. 그것은 고대 왕들의 지식 경쟁에서 비롯되었다.
고대의 3대 도서관이라고 하면 50만 권의 장서를 보유했던 알렉산드리아의 대도서관과 여기 이 도시 페르가몬의 페르가마 도서관이 20만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었다. (3위는 에페수스의 셀수스 도서관으로 2만 권) 탑티어 라이벌 도서관의 장서 경쟁은 치열했는데 페르가몬 왕국의 에우메네스 2세가 장서를 집중적으로 불려 나가자, 위기감을 느낀 알렉산드리아의 프톨레마이오스 2세는 페르가몬에 아예 파피루스 수출을 전면 중단시켰다. (반도체 공급을 중단시킨 셈) 빡친 에우메네스 2세는 신하들에게 파피루스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를 찾으라고 명하고 신하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새로운 기록체를 개발하는데 그게 바로 '양피지'다.
곰팡이가 생기거나 손상되기 쉬운 파피루스에 반해 양피지는 내구성과 보존성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섬유 특성상 양쪽 면을 모두 사용할 수 없었던 파피루스에 비해 양쪽 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고 지우거나 고쳐 쓸 수도 있어 기록의 방식에 혁신을 가져왔다. 파피루스에서 양피지로의 변환은 마치 만화책에서 웹툰으로의 변화만큼 혁신적인 읽기 방식의 변화를 야기했는데, 기존 두루마리의 '내려 읽기' 방식에서 구멍을 뚫어 낱장을 묶어 냄으로써 '넘겨 읽기'의 방식으로의 혁신을 일으켰다. 덕분에 책의 내용을 검색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현저히 절감시켰을 뿐만 아니라 보관과 전달의 방식에 현격한 용이성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이유에서 양피지를 헬라어로 '페르가멘트(Pergament)', 라틴어로 '페르가멘툼(pergamentum)', 영어로 '파르츠먼트(parchment)' 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독점의 폐해는 오히려 파괴적 혁신을 불러온다. 세상 무엇도 그렇다. 자기만 소유하려는 욕심은 오히려 대체제를 불러오고 그 대체제는 기존의 것보다 더 혁신적이기 마련이다.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 독점의 패러독스이다.
양피지가 초래한 읽기 방식의 변화는 지식 축적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축적과 검색의 용이성. 상상해 보라. 도서관의 그 많은 장서들이 모두 두루마리로 되어 있다면 원하는 내용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 지금의 파일 저장 방식도 종이책의 직관적 검색에 비해 편한 것 같지만 직관 연결성을 제한하는 좋지 못한 방식이다. 묶인 책은 책장을 후루룩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직관적 정보를 제공한다. 표지와 목차, 페이지 구성에서 이미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러나 파일은 말이지, 제목만 보고 그것의 무엇을 짐작해야 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만듦새만 보고도 낚시인지 아닌지를 가늠케 하는 물성의 그것에 비하면 낚일 가능성이 훨씬 농후한 것이다. 스크롤은 더 그렇지 않은가? 후루룩 넘겨보는 책장은 몇백 페이지여도 원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데, 스크롤 방식은 휠을 두세 바퀴만 내려도 벌써 피곤해진다. 인간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그만큼으로 한정되고 그 안에서 독자의 마음을 끌어야 하니 점점 자극적일 수밖에. 그러다 결국 귀찮아져서 '읽기 비서'를 만들어 낸 것 아닌가. 필요한 정보만 얻으면 예상되는 대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묶인 책이 제공하는 정보 감수성은 그 텍스트를 해석하는 것에서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서점과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쏟아져 들어오는 시각 정보들, 책장과 책장, 책과 책 사이에서 말을 걸어오는 수많은 메시지들. 그런 무의식적 정보 캐치의 방식이 평상시에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펼쳐졌을 때 어떻게 빠르게 정보를 직관하고 대응해야 할 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쳇, 지피티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일촉즉발의 급박한 상황에 언제 물어보고 있어? 휴대폰 배터리는 언제나 빨간 불이면서. 암튼 이 도시가 개발한 지식 축적의 방식은 실제로 수많은 생명을 구하게 되는데..
[위즈덤 레이스 + City100] 093. Bergama (Pergamon)
"Wow, what an incredible piece of history! 🤩 The evolution from papyrus to parchment is a game-changer for knowledge sharing. I love how this city's innovation sparked a revolution in reading and learning. 👏 Your writing style is engaging and easy to follow, making it feel like I'm exploring the ancient world alongside you. 😊 Keep sharing your wisdom! 📚 And if you're new here, welcome to the community! 🌟 Don't forget to vote for our witness 'xpilar.witness' by heading to https://steemitwallet.com/~witnesses and show your support for this amazing ecosyst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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