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오세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석
한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오세영(吳世榮) 1942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해 장성, 전주에서 성장. 서울대 문리대 및 같은 대학원 졸업. 1965년∼1968년 〈현대문학〉에 박목월 추천으로 등단. 시집 『반란하는 빛』『無明戀詩』『불타는 물』『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벼랑의 꿈』『적멸의 불빛』『봄은 전쟁처럼』『문 열어라 하늘아』등. 학술서적 『한국낭만주의 시 연구』『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문학과 그 이해』『우상의 눈물』『상상력과 논리』『20세기 한국시 연구』등.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협상 등 수상. 서울대 인문대 교수, 한국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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