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유토피아는 없다.

in kr •  6 years ago  (edited)

선생님, 어떻게 해요.
어디로가요?
이제 어디로 가요?



정말 머리가 아프다. 현재 우리 학교에는 4명의 졸업생이 일을 하고 있다. 시청에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받아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12월이면 그것도 끝이다. 아이들은 이제 갈 곳이 없다.

어떻게 해야하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나는 대답해 줄 수 없다.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크게 두 곳이다. 하나는 장애인 복지관, 그리고 보호작업장 정도... 발달장애(지적장애/자폐성장애) 학생들이 취업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운 좋게 취업한 친구들은 상위 5% 정도의 학생들 뿐이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즐겁게 시간만 때우고 오면 될까? 과연 학생과 그 가족의 생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호작업장도 마찬가지다. 급여가 거의 없다. 보호작업장에 다니고 있는 보호자와 상담해보니, 지난 달엔 3만원이 통장에 찍혔단다.

월 3만원? 장난치나?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특수학교, 특수교사들 조차도 아이들의 미래는 잘 모른다. 아직은 먼 이야기만 같다. 그리고 책임져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취업 여부는 무조건 기업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다.



집이 조금 어려워서요...
빨리 취업했으면 좋겠에요.

돈은 적어도 힘들지 않은 곳 없나요?
통근 버스 있나요?

.
.
.

나는 특수학교에서 취업과 현장실습을 담당한다. 가끔은 보호자나 담임교사의 이런 요구가 나는 황당하다. 정말 헛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현실을 알고 있나?
한국에 유토피아는 없다.

사업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기업은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그것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그 이익은 기업과 직원을 먹여 살린다. 사업체에서 미쳤다고 장애학생들, 특히나 발달장애 학생들을 쓸까?

그냥 지체장애나, 청각장애... 혹은 경증 장애인들만 쓴다. 기업은 학교가 아니다. 기업은 선행사업을 하는 국제 기구가 아니다.



특수교사는 희망을 준다. 우리는 그런 직업이다. 아이들과 부모님의 축처진 어깨를 토닥여준다. 그래야 한다. 하지만 취업 문제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큰 단절이 찾아온다.

아이고~ 어머님 걱정마세요~
누구는요~ 잘해요~ 청소도 잘하고요~
착하고 말도 잘 듣고요~ 잘 될겁니다.

잘 되긴 뭐가? 뭐가 잘 되는지? 학생들의 취업처가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돈을 받는지 알고나 하는 얘기일까? 나는 취업에 가까운 학생과 학부모에게, 담임교사가 저렇게 상담하면 참 기가 찬다.

희망을 주는 것과, 희망고문을 하는 것은 다르다. 취업이 되는지? 얼마나 힘든지? 취업률은 얼마인지? 받게 되는 소득은 얼마인지 정확하게 조사도 하지 않고서 말이다.



나중에 알게 된다. 막상 졸업할 때가 한 달, 두 달 가까워 오면 알게된다.

아이들이 갈 곳이 없구나
유토피아는 없었구나.

그것은 학생의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보호자의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특수교사 잘못이 아니다. 이것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다.

우리는 장애학생, 장애인에 대한 문제를 개인 혹은 가족만의 문제라고 치부한다. 나와는 1도 상관 없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남의 문제이고, 그 장애인과 그 가족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복지는 장애인을 도와주는 호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확한 통계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장애의 문제를 통계적으로 본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어떤 가족에서나 발생될 수 있다. 그 확률은 대략 3~10%까지 해당한다. 후천적 장애로, 당신의 부모님도 언제든지 지체장애가 될 수 도 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그것을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예산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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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단 하나다. 강력한 법제도다. 발달장애(지적장애, 자폐성 장애)의 의무고용률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용률을 6% 이상 강력하게 집행해야 한다.

나도 공장에서 일 많이 해봤다. 도서관, 노래방, 노가다, 지하철, 아파트, 통신선, 사물함, 키보드 등 내가 경험한 공장, 사업처에서 일이 가능한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더 많은 "수익"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모두 구매했고, 세금도 공평하게 내고 있다. 따라사 기업은 이러한 사회적 책무를 외면해선 안된다. 외국인 노동자를 값싸게 부릴 돈으로, 당신의 친구의 아들을 고용할 생각을 왜 하지 않는걸까? 장애인은 여러분 중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답답한 마음에 아이들을 교내 카페로 불렀다. 커피와 아이스티를 사주며, 다음 직장을 찾아보자고 권한다. 하지만 답이 없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럼 끝도 없는 퍼즐을 맞춰보지만, 여전이 답이 없다.

하.... 한 숨이 나온다.
오늘은 너무나 적막한 날이다.

아이들은 오늘도 내게 묻는다.
.
.
.

선생님, 저 이제 어디로 가야해요?



희망을 바라 봅니다.

희망을 바라 보며, 영상 하나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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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해요? 라고 물을때 어떻게 대답 해주시는지 궁금 하네요....
얼마나 입 여시기 힘드시겠어요.....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할수 있는 말은 없네요 ...

스팀 고래의 꿈.jpg

Awesome

남일이라 생각하고 살았네요ㅠ

한계까지 이윤을 뽑아내려 하는 경쟁의 폐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ㅠㅠ

3만원...?
정말 모르고 살았네요..
저 뿐만 몰랐던건 아닌 것 같고..
바뀌지 않는 세상이.. 한심스럽기만 하네요

정신장애든 신체장애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죠. 내 가족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당연히 국가적 차원에서 지적장애나 발달장애를 지닌 사람들도 일할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해야 하는데, 특수학교 세웠으니 우리 구에 뭐뭐 해달라고 딜하는 거에 말리는 교육청의 태도를 보면서 특수학급 설립 반대하는 주민들과 국가의 인식 수준이 같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꼈네요. 갈 길이 정말 먼 것 같아요.

  ·  6 years ago (edited)

모두 함께 살자고 세금내는 것인데, 그걸 경제논리로 보는건 모순이죠. 국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강력한 복지법으로요.ㅠㅠ

현실이지만 마음 아프고 답답하네요.

어디로 가야해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지
안타깝습니다.

어려운 문제네요

정말 어디로 가야할까요..
글 잘 읽고갑니다

현장에서 직접 접하시면 정말 마음이 아프실것 같아요.
답이 없어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오스 계정이 없다면 마나마인에서 만든 계정생성툴을 사용해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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