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 새기는 칼럼

in kr •  7 years ago  (edited)

PC통신에 깊이 발을 담구지 않았지만, 인터넷이 일반에 시작되던 무렵부터 시작된 여러 형식의 플랫폼들을 대부분 접해왔다. 홈페이지라고 불리던 플랫폼부터, 위키피디아를 만든 위키위키, 블로고스피어로 한 때 꽤 많은 논객의 집합소였던 블로그, 시민이 기자라던 오마이뉴스부터, 이후 시작된 소셜미디어의 향연까지,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활동했던 것 같다.

위에 언급한 모든 플랫폼들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문자라는 형식, 즉 글쓰기라는 형식으로 그 외부와 소통한다. 사진이나 짧은 음성이나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미디어가 있지만, 문자를 기반으로 하는 글쓰기는, 여전히 가장 정보를 압축적으로 담아 전달할 수 있는 형식으로 살아남아 있다. 아마도 글쓰기가 그 전권을 내주는 시기는, 인간의 뇌와 뇌가 직접 연결되어 더 이상 문자라는 매개체가 필요해지지 않는 시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문자언어의 운명이 내 전공은 아니다.

스티밋이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글쓰기 플랫폼이 생겼다. 여기선 상대방의 글에 보팅하고 글쓴이는 그 보팅으로 스팀과 스팀달러를 받는다.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대해서야, 나보다 더 훌륭한 전문가들이 설명하고 있으니 그들의 글을 읽으면 될 듯 하고, 나는 그보다 스티밋에서 펼쳐질 글의 내용과 형식에 관심이 많다.

우선, 글의 내용. 현재 스티밋에 포스팅되는 대부분의 글이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관한 글이다. 스티밋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도 처음엔 그런 글을 썼다. 그런데 민중의 소리가 언론으로는 처음 스티밋에 뛰어들어 글마다 십여만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면서, 인터넷 언론이 이 곳에 뛰어들 가능성이 보인다. 이 말은, 언론이 다루는 여러 주제들이 스티밋에서 제공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형식이다. 기존 인터넷 언론은, 보수와 진보나 소규모 인터넷 매체를 가리지 않고, 신문이라는 기존의 오프라인 매체가 지닌 형식을 전승하고 있었다. 궁금한 것은, 스티밋에서도 그런 일이 펼쳐질 것이냐는 점이다. 자신들의 인터넷 플랫폼을 버리지 않은채 스티밋에 기사를 복사하는 건, 아마도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지, 스티밋으로 뉴스를 소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언론은 아마 스티밋만을 염두에 둔 새로운 형식을 고민하게 될 것이고, 곧 그 형식이 등장해 퍼져나갈 것이다. 마치 카드 뉴스가 퍼져나간 과정처럼. 종이값 상승으로 종이신문의 운명이 풍전등화인 상황에서, 트래픽에만 목을 매던 언론은 어디선가 활로를 찾아야만 했다. 스티밋은 하나의 대안이다.

블로고스피어에선,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지만, 암묵적인 글의 형식이 존재한다. 트위터처럼 짧지 않고, 페이스북보다는 조금 길고, 완결성이 있는 글. 블로그는 그런 글의 향연이다. 반면 페이스북에서 너무 긴 글의 파급력은 약하다. 한 두 단락으로 구성된 짧고 영향력 있는 글의 형식이 페이스북이 찾아낸 글쓰기 방식이다. 스티밋은 어떤 형식이 될까? 당장 보이는 건, 블로그에서 가장 많은 영향력을 받았다는 정도다. 이 곳에 글을 쓰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블로그의 경험을 지니고 있고, 스티밋의 UI도 블로그의 그것을 닯았다. 플랫폼은 형식을 제한한다. 프레임이 우리의 사고를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트위터가 지닌 문화는 그 150자라는 형식과 빠른 확장성 등에 기반한다. 스티밋은 어떨까?

스티밋에서 글을 쓰면서 약간의 고민을 했다. 만약 이 곳을 계속 사용한다면, 나는 여기에 어떤 흔적을 남겨 놓아야 할까? 한겨레 칼럼을 4년이 넘게 쓰면서, 1700여 자로 구성되는 그 칼럼 형식에 매력을 느낀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칼럼을 겨우 4주에 한 번, 공인된 언론을 통해서만 내보내야 된다는 게 아쉬울 때도 있었다. 예를 들어 과학과 관련한 이슈가 빠르게 소비되어 칼럼과 타이밍이 맞지 않을 때가 그런 경우다. 그리고 한국 언론사의 칼럼에 대한 보상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 않다. 스티밋에서 잘 확산된 칼럼 형식의 글이 얻을 수익이 아마 그보다 클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순하다. 나는 스티밋을 내가 과학자로 살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는 칼럼의 플랫폼으로 사용하겠다. 그 실험의 끝이 무엇일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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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스팀잇의 인터페이스 자체가 미디움 또는 브런치랑 상당히 유사해 보입니다. 말하자면 블로그처럼 운영되는 SNS랄까요.

블로고스피어의 보상체계를 완성하는 시스템이 될지도 모르지요. 특히 한국처럼 글 값이 인색한 곳에선 더더욱. 훌륭한 글들의 등용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페북에서 글 잘 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기대하겠습니다. 팔로우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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