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in kr •  7 years ago  (edited)

딸을 사겠소/ @jjy

어떤 시골 마을에 대대로 말을 기르며 사는 집이 있었다. 젊어서는 꽤나 규모가 크고 말을 잘 기른다고 소문이 나서 근동에는 물론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말도 새끼를 잘 낳고 일꾼들도 말을 잘 돌보았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말을 기르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일손이 딸리다 보니 점점 버거운 일이라 말을 팔고 규모를 줄여나갔다.

이제 집에 아무도 일꾼이 남지 않았고 부부는 노인이 되어 말을 두 마리 씩이나 기르는 것도 무리였다. 더 이상 말을 거둘 수가 없는 지경이 되자 정이 많이 들었지만 둘 다 암말이니 얼마 지나면 또 새끼를 낳을 것 같아 한 마리를 팔기로 했다.

생김새와 크기 털의 색깔도 아주 똑같이 닮아 쌍둥이 같은 그 두 마리 말은 공교롭게도 모두 암컷이었다. 한 마리는 어미이고 다른 하나는 딸이라고 한다. 그런데 주인 부부가 나이가 들어 정신이 가물가물해서 아무리 말을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어느 말이 어미인지 딸이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말을 사기로 한 사람이 기왕이면 젊은 말을 사야 한다고 새끼를 낳지 않은 말을 사기로 했다. 바로 딸을 데려가기로 한 것이다.

생각하다 못해 어느 말이 어미이고 어느 말이 딸인지 맞추는 사람에게 사례를 하겠다고 했다. 모두들 이리저리 궁리를 했고 각양각색의 답이 나왔다.

“입을 벌리고 이빨을 살펴보아 숫자가 많고 튼튼한 말이 딸이다.”
“발을 들고 발굽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지.”
“무슨 소리야! 말은 원래 천성이 달리는 거 아니겠어? 달리기를 시켜보는 거야.”

그러나 말만 무성했지 아무도 수긍할 만한 답이 없자 노부부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을 사가기로 한 사람은 계속해서 독촉을 했다. 이대로 가면 거래가 무산 될 판이었다. 바로 그 때 마을에서 외떨어진 작은 집에 사는 아이가 찾아왔다.

“말 두 마리에게 말죽을 한 그릇만 주면 알 수 있어요.”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느냐?”
“두 마리 중에 나중에 먹는 말이 어미입니다.”
“어째서 그런고?”
“제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그렇게 하시니까요.”

모든 사람들은 탄복을 했고 말을 사기로 한 사람은 무사히 어미가 아닌 딸을 데리고 갔다. 그 영특한 소년에게는 사례가 아닌 후한 상이 주어졌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었고.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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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years ago (edited)

깜짝 놀랬습니다.
딸을 사겠다니... ㅎㅎ

옛 어른들로 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는 이렇게 지혜가 되는 이야기가 많이 있지요. @jjy님이 이토록 멋진 대문으로 시작을 하셨으니 특유의 필체로 많은 사람들에게 정한수 같은 맑은 샘물로 잔잔한 감동을 주시기 바랍니다. 거듭 축하드리며 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 주시어 대문을 그려 주신 율님에게도 깊은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렇게 멋진 대문을 달았습니다.

엄마 생각 나네요.
뭉클하고 갑니다

보고 싶어요.
우리 엄마

감사합니다.
평안한 주말 지내세요.

옛 이야기 중에는 영특한 소년들이 특히 많았죠 ㅎㅎ

오늘도 재미있는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그래도 주말엔 평화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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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글 읽을때마 느끼지만 잘쓰시는것 같아요^^ 그림도 직접 그리셨어요?

무슨 수로 저렇게까지요.
cheongpyeongyull님의 작품입니다.

공감...................^^

감사합니다.
이제 소나기는 그만 왔으면 좋겠어요.
새벽부터 퍼붓는 바람에 컴도 못 키고
이제야 답을합니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