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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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jjy

모진 시집살이를 견디던 며느리가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오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점점 시집살이는 심해지고 따뜻한 말
한 마디 하는 사람도 없는 천덕꾸러기로 살아야 하는 신세가
서러워 밤이면 뒤란 우물가에서 혼자 울었습니다.

혼자 우는 밤이 늘면서 시어머니가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시어머니야 그렇다 치더라도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감싸주기는커녕 시어머니와 짝짜꿍이 되어 소 닭 보듯 하는 남편이
더 서운했던 차에 시어머니가 집을 비우는 일이 생겼습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더니 그 동안 그렇게 무심하던 남편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아내를 여왕처럼 앉혀놓고
온갖 서비스를 하며 그동안 자신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던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고 미안해하며 아내에게 사정을 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두 손을 잡고 애원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무심하고 어머니의
구박에 맞장구를 치면서 화를 돋우었습니다. 너무 속이 상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무작정 길을 나섰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걸음이
버스 터미널에서 멈췄습니다. 친정으로 갈까 생각을 했지만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 친정으로 가는 게 면목이 없었습니다.

얼마를 걸었는지 힘도 없고 다리도 아파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얼마쯤
가는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지만 한 참 기다리다 보니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가니
백발노인이 벌써 며느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눈을 감고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시어머니를 한 달 안에 없어지게 하는 약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약을 먹일 동안 절대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면 효험이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미운 시어머니가 없어지는데 그까짓
한 달 화 안 내고 참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음식 타박을 하면서도 식사는 잘 했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아무리 구박을 해도 약속도 있고 어차피 한
달이 지나면 이런 지긋지긋한 구박도 끝이라고 생각을 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시어머니도 며느리가 이래도 웃고 저래도 웃으니
들볶는 일도 시들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며느리가 없는 틈에 몰래 며느리 방엘 들어가 보니 변변한 옷 한
벌도 없고 남들 다 다니는 해외여행도 못하고 시집살이를 견디며
나이 드는 생각을 하니 측은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처음 결혼해서
들어 올 때만해도 곱던 얼굴이 가꾸지도 못하고 일만 하며 살아서
그런지 피부도 칙칙하게 변하고 동갑내기 딸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게 좀 안 됐다는 생각입니다.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며느리 데리고 쇼핑도 하고 바람도 쐬라고
용돈을 주면서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며느리는 어리둥절해서 따라
나서기는 했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며느리에게 미용실에 같이 가지고 하시는데 시누이들하고 다녀오신지
며칠 지나지 않아 선뜻 대답을 못하니 어서 가자고 독촉을 하더니
미용실에서 시어머니의 머리가 아니라 며느리의 머리 손질을 하게
하고 계산부터 합니다.

며느리는 불안해 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원수 같던 시어머니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살아 계시는
동안 조금이라도 잘 해드리려고 정성을 쏟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친 딸처럼 아끼고 사랑해주었습니다. 예전의
고약하고 포악스런 시어머니는 어디로 가고 천사 같은 시어머니와
사는 나날이 행복했습니다.

이젠 시어머니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장 그 집으로 찾아 갔습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안 되니 제발
살려 달라고 눈물에 콧물까지 흘리며 빌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백발노인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 약은 영양제였다.
너를 구박하던 시어머니를 변하게 한 것은 약이 아니라
너의 정성이었다.
이제 못 된 시어머니는 없어졌으니 착한 시어머니와 행복하게
살아라.”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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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형태의 유머군요. 재밌습니다

결국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사랑에 진것이지요.
그깟 영양제가 사람을 변하게까지 하겠습니까
좋은 날 되세요.

  ·  7 years ago Reveal Comment

정중히 사양합니다.

저의 소원은 20년 가까이 말도 제대로 안붙이는 동생과 대화좀 해보는 것입니다.

치포치포님은 충분히 가능하실 것 같습니다.
님의 장기 실톡으로 초대하시면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