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중독의 몇 가지 근거

in kr •  7 years ago 

스팀잇 중독 증세가 만만하지 않네요. 어쩌면 앞으로 더 심해질지도 모를 거 같아, 제 짧은 경험이지만 우선 한번쯤 정리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고 싶은 중독은 부정적인 것만이 아닌, 긍정적이 부분이 더 많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다른 근거가 더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스팀잇 중독1.jpg

우선 한마디로 인터넷 중독에다가 블록체인 중독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은 이제 광범위하여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여기서 다시 몇 단계를 더 나아가는 중독이라니....

중독이라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뇌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 뇌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합니다. 이를테면 알코올 중독은 술에 대해 점점 내성이 생겨, 더 자주, 더 많이 마셔야만 하는 거지요. 술 없이는 일상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스팀잇은 중독성이 강한 거 같아요. 첫째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는 중독입니다. 월드와이드 웹은 정보 혁명으로 사람들을 중독을 시켰지만 정보 범람으로 피로를 누적시키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 플랫폼은 정보를 걸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중독 증상을 부릅니다. 뻔한 정보나 스팸정보는 점점 힘을 잃을 것이며, 반대로 영양가가 많은 정보나 영감을 주는 지혜는 영향력이 점차 증대될 테니까요. 물론 이것은 장기적인 관점이자, 사용자가 어떤 정보를 선택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지긴 하리라 봅니다.

배움 중독은 오래 된 중독 가운데 하나입니다. 공자가 말한 3락 가운데 하나가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입니다. 뇌 세포는 끊임없이 깨어나고, 변화하고, 성장하고자 합니다. 스팀잇에서는 올려다보면 다 고수들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맞춤형 배움으로 나아가겠지만 지금 단계만으로도 충분히 중독성이 강합니다. 배움이 없이는 일상이 안 될 정도입니다.

둘째는 ‘보상 중독’입니다. 이를테면 페이스 북이나 인스타 그램 중독은 ‘좋아요’라는 심리적 중독에 머무는 편입니다. 여기 견주어 스팀잇은 암화화폐라는 돈 보상이 주어집니다. 물론 저는 아직 한 달도 안 된 뉴비라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요? 보상 중독 때문에 자꾸 보팅을 확인하게 됩니다.

보상 중독은 다시 좀 복잡한 양상을 보입니다. 우선 ‘기대 중독’입니다. 자신이 올린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올리게 됩니다. ‘적어도 한 사람은 보팅을 해줄 거야.’ 기대 중독은 스팀잇 끈을 이어주는 강력한 접착제입니다.

그 다음은 ‘자뻑 중독’입니다. 자신이 생각한 정도의 보상이 생겼을 때 오는 만족감입니다. 첫 술 한 잔을 목구멍에 털어 넣고 나서 뇌가 알딸딸해질 때 오는,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요?

가끔은 ‘황홀 중독’도 있습니다. 야구로 치자면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홈런을 친 겁니다. 리스팀이 네 개 이상 되면 만루 홈런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저는 아직 경험이 없지만 은근히 기대를 하게 됩니다.

‘거울 중독’도 있습니다. 아무런 보상이 없는 글에 대해서도 중독 증상이 생기더군요. 스팀잇이 아니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스팀잇은 보상 체계를 갖기 때문에 보상이 없는 것에 대해 자신의 콘텐츠는 물론 다른 유저들과 관계 맺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아직 뉴비라 이 거울 중독이 강렬하다 싶습니다. 여러 블로그를 탐색하면서 변화와 성장을 꽤하게 됩니다. 거울 중독은 ‘일 중독’과도 연결됩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 아니라, 이루고 싶은 꿈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이는 자칫 술과 같은 약물 중독과 맞물릴 수도 있겠습니다. 배움과 성장 그리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도파민이나 세로토닌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안 된다고 느낀다면 약물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마음 거울’을 누구나 하나씩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는 ‘관계 중독’ 또는 ‘사람 중독’입니다. 이건 조금 치명적이다 싶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중독입니다. 가족을 비롯한 오프라인 관계에서도 관계 중독이 생길 수도 있지만 스팀잇에서는 조금 긍정적인 중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블록체인 방식이라 서로를 대하는 자세가 한결 고무적이라고 할까요? 남의 저작권을 존중하려고 하고, 인용을 할 때는 기꺼이 출처를 밝히며,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해서는 기꺼이 닉네임을 앞장 세워 고마움을 밝힙니다. 댓글 하나를 달더라도 정성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앞으로 가족을 비롯한 오프 관계에서도 이 방식을 잘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며칠 전부터 저는 ‘저도 모르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스팀잇을 해보라고 자꾸 권하고 있더군요. 중독이 된 거지요. 예전 같으면 “술 한 잔 할래요?” 였는데, 요즘은 “스팀잇 해보지 않을래요?”이러고 있습니다.

분권화, 공유, 개방, 나눔이라는 큰 흐름이 주는 관계 맺음은 되돌리기 어려운 중독입니다. 앞으로 이보다 더 나은 자극이 나오지 않는 한, 스팀잇 관계 중독은 계속되면서 또 더 커지리라 봅니다. 스팀잇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제가 가입인사를 하자, woo7739님이 제게 0.2스팀 달러를 주면서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 지를 알려주셨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면서 거기다가 슬쩍 돈까지 쥐어주더군요. “와우! 이건 뭐지?” 저도 스팀 달러가 조금 더 쌓이면 뉴비들에게 꼭 해보고 싶은 나눔으로 자리매김하더군요.

넷째는 ‘게임중독’ 증세도 큽니다. 게임이란 어떤 규칙을 정하고, 이에 따라 승부를 겨루거나 즐기는 놀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로서는 여기 규칙을 다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벅차더군요. ‘명성도’ 하나만 해도 적지 않는 도전꺼리입니다. 무엇보다 여러 가지로 온오프를 쉽게 넘나들 수 있게 만든 규칙은 즐김을 넘어,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게임이란 할수록 요령이 늘어나고, 레벨도 올라갈 테니 중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끝으로 위의 네 가지가 서로 상승작용을 하여, 시간을 잊게 하는 ‘시간 중독’입니다. 뇌는 시간을 잊고자 합니다. 아니, 시간이 주는 속박에서 자유롭고자 합니다. 뇌가 시간을 자각하는 순간, 삶이 분리되어 스트레스가 뚫고 들어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도 좋아하고, 스포츠도 다양하게 즐기고 또 좋아합니다. 근데 스팀잇을 하고부터 보름 동안 영화 한 편 본 게 전부입니다. 심지어 운동시간을 빠뜨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한테 눈총을 받을 때도 가끔 생기네요.

이 글을 정리하다 보니 저 자신의 중독 상태가 조금은 객관화 되네요. 이제 스팀잇을 하려면 시간을 어느 정도 정해야겠습니다. 하루 한 두 시간, 그 이상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합니다. 뜻대로 될지?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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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중독이고요.
본인 각자가 알아서 시간을 정해서 글을 쓰든 읽든 스스로가 판단해서 정하리라 믿습니다.

그러게요. 인터넷 중독처럼 사회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요?

물론 이죠.

저도 스팀한다고 해야하는 공부를 안하고 있네요 반성하면서 보팅 팔로우 하고 갑니다^^

고마워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저는 스팀잇에서 너무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댓글에 적지만 보팅을 해봅니다.

초보인데 중독 되고 싶어요

그 간절함에 감동이 되어 적지만 보팅합니다^^ 중독 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그러게요 중독까지 저도 될지 몰랐는데 만나면 온통 스팀얘기에 코인얘기에 글에 ~ 게임도 싫어하는난데 중독이 맞네요 맞아 ^^

중독이 어디까지 갈까요?^^

사람의 뇌는 보상에 민감하죠.
스팀잇은 여러가지로 보상을 줍니다.
댓글도 일종의 보상이고, 그 댓글에 악플이 없이
선플만 있다는 것도 대단하죠.
지갑에 들어갔을 때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생겨 있는 것도
점점 보상의 노예로 만들게 됩니다.
최신 피드에 나오는 재밌어 보이는 글들도 일종의 보상이죠.
참... 무섭습니다. ㅎㅎ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겠지요? 보팅에 리스팀에, 늘 고맙습니다. 저도 하루빨리 복을 나누어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어쩌면 이 스팀잇이라는 생태계를 만들때 창조자가 이러한 중독을 가지게끔 생각해서 만들었을 수 도 잇단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포스팅인거같아요! 팔로하고 종종 찾아뵐게요!

고맙습니다. 스팀잇을 만들면서 스스로 취하지 않았을까요?

중독에 빠진 1인 입니다.
휴대폰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접속이 가능해서 더 쉽게 중독이 된 느낌이네요.

중독 안 되는 스티미언이 몇 명이나 될까요? 댓글 보면서 갑자기 궁금증이 생깁니다. ㅎ

어느 정도 공감되네요. 결국 스스로 조절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스팀잇에 글을 올리다가 문득 지나치게 보상이나 반응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되물을 때가 많네요ㅎㅎ 그저 꾸준히 한 층 한 층 쌓아간다는 식으로 마음을 잡고 있습니다 ^^

꾸준히 한 층 한 층^^ 좋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정말 공감 가네요. 특히 보상중독 ...
폰을 손에서 놓질 못 하고 있어요 ㅜㅜ

고맙습니다. 저도 오늘부터는 컴으로만 스팀잇을 하자고 했는데... 잘 안 되네요 ㅜㅜ

  ·  7 years ago (edited)

우와 스티밋 중독에 관한 한 편의 논문이네요 훌륭합니다
배움 ㆍ보상 ㆍ거울 ㆍ관계 ㆍ게임 ㆍ시간 중독 등 공감합니다

결국 긍정적인 행복 중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 마음 속으로 원하는 대로 '마치 ~~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꿈꾸면 되지요
그리고 부정적인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바로 종이책을 읽으면 신기하게도 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고맙습니다. 아주 정성스럽게 글을 읽어주셨네요^^ 종이책 읽기에 저도 공감합니다. 더불어 운동이야말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좋은 길인 거 같아요.

팔로우하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중독은 되지만 미래의 고래가 되기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저는 너무좋네요 ^^
팔로우하고가겠습니다 ^^

중독된 고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자못 궁금합니다. 설마 플랑크톤을 잊지는 않겠지요 ㅋ

요즘 왜 이리 환자들이 많아요~ 가즈앗!!!

너무 재미있는 댓글입니다. 유머 감각이 좋으시네요. 팔로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따뜻함을 좋아하는 따뜻함을 찾아다니는 운김입니다.

.....글을 읽으며 소름 돋았습니다... 설연휴 쉬는 날이란 핑계로 요 몇일 스팀에서의 활동시간을 엄청 늘렸는데..... 제가 바로 중독이었습니다.
주의해야겠습니다... ㅎㄷㄷ

따뜻한 운기님, 안녕하세요. 저도 글로 정리해보니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 아무리 좋아도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겠지요. 이제는 스팀잇에 접속하는 순간, '아, 중독 시간이구나' 이렇게나마 자각을 하려고 합니다. ㅎ

스팀잇...중독성이 강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늘 스팀잇 생각이네요^^

그러게요. 무서운(?) 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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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좋은글많이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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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함께 노력해요

ㅋㅋㅋ 흥미로운 분석입니다. 중독 조심해야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적당히 해야하는 데 쉽지 않습니다.^^

대단한 필력이시네요
중독이라는 단어하나로 이렇게 풀어나가시다니
필력이 부럽습니다

과찬입니다. 그저 제 생각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도 전 한동안 스팀잇 중독자로 살 예정입니당 ㅎㅎ

좋네요. '스팀잇 중독자로 살아가기' 이런 제목으로 포스팅 하나 해보시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