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연남동에 갔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데도 안 간지 1년 정도 됐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술약속을 안 잡으니 갈 일이 없는 동네였어요. 오랜만에 연남동에 간 건 박찬욱 감독님을 뵙기 위한 목적이었어요. BBC 드라마 <더 리틀 드러머 걸>을 찍고 한국에 돌아온 박 감독님이 <씨네21>과 인터뷰를 한 뒤 <씨네21> 기자들과 오랜만에 만나기 위해 연남동에 왔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전작 <아가씨>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인터뷰하고, 한국에서 <아가씨>가 개봉했을 때 대한극장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뒤로 뵌 적이 없는 까닭에 뵙고 싶었습니다.
마침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파킹찬스(PARKing CHANce) 전시회를 기념해 제작한 도록을 보내주었어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난 3월 9일부터 7월 8일까지 <파킹찬스 PARKing CHANCe 2010-2018><파킹찬스 PARKing CHANCe 2010-2018>라는 제목의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박찬욱, 박찬욱 형제 감독이 지난 8년 동안 작업한 영상 작품과 사진 작업을 조망하는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의 일환으로 도록을 출판했는데 이 도록에 제가 5년 전 박찬욱, 박찬경 감독, 박원순 서울시장을 인터뷰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대로 옮겨보자면,
서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한강? 남산? 아니면 광화문? 지난해 8월20일부터 11월25일까지 약 100일 동안 시민들과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서울의 풍경을 찍은 영상 1만1천여편을 <우리의 영화, 서울>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www.seoulourmovie.com/ko/)에 올렸다. ‘Working in Seoul, Made in Seoul, and Seoul’이라는 컨셉에 맞게 박찬욱, 박찬경 두 감독은 200여편을 엄선해 새로운 작품으로 편집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다. 상영시간이 약 1시간 정도가 될 는 2월11일 오후 3시 서울극장에서 열리는 언론시사회와 온라인에서 첫 공개된 뒤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우리의 영화, 서울>은 서울 시민이 참여한 프로젝트다.
=박원순_서울 시민과 서울에 거주하거나 관광 온 외국인들이 함께 서울을 알리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Seoul, My blank’라는 홍보 컨셉을 정해 ‘서울, 우리의 영화’라든가 ‘서울, 우리의 생활’ 같은 주제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줄 몰랐다.
-서울시로부터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박찬욱_우리는 각본을 써서 영상으로 만드는 일을 해왔다. 한 사람이 아닌 수많은 사람이 찍은 영상을 해체했다가 다시 조립한 뒤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다. 서울에 대한 애증이랄까. 명절이 되면 사람들이 고향에 간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서울이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 마음이 괜히 침울해진다. 그러다 가 외국에 나가면 서울이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고. 평소 서울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감정을 담아보고 싶었다.
-보통 시가 제작하는 홍보 영상은 도시의 밝은 이미지만 보여준다. 하지만 박찬욱, 박찬경 감독이라면 서울의 양면성을 함께 보여줄 것 같다.
=박원순거대 도시 서울에는 밝은 모습이 있는 동시에 억울하고 절망적인 모습도 있다. 전통의 도시이면서 최첨단 현대 도시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각양각색이다. 이같은 다양성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지만, 그걸 한데 담아내는 게 서울이라는 도시를 잘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찬욱시민이 올린 작품만 가지고 편집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한계였다.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담긴 영상은 있었지만 그들이 일하는 모습은 없었다. 어쨌거나 밝은 면만 보여주길 원했다면 프로젝트를 맡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단순한 홍보 영상이라면 서울시도 우리에게 맡기지 않았을 거고. 진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줄 때만 인간적인 매력이 드러난다.
-참여한 작품이 총 1만1천편이 넘는다. 영상을 고르는 게 일이었을 것 같다.
=박찬욱노골적인 홍보 영상은 제외했다. 하나의 작품으로서 재미가 있는가, 서울의 특별한 모습이 있는가가 중요했다. 작품 제목이 <고진감래>인 만큼 서울의 옛 풍경이 담긴 자료 영상도 함께 들어간다. 서울의 4계절, 다양한 공간이 담겨 있어 서울의 전체를 본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어쨌거나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전체적으로 활력을 주는 방향으로 말이다.
=박찬경스마트폰의 영향 때문인지 시민들이 카메라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더라. 프로의 수준을 넘어서는 영상이 상당했다. 박원순_보통 사람들은 시나 정부가 하는 행사를 별로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 (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니 시민들이 함께한 행사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제대로 첫발을 내디딘 것 같다.
-그중 인상적인 영상을 꼽는다면.
=박찬욱인상적이었던 영상이 많았다. 크게 두 부류가 있었다. 하나는 홍보의 컨셉을 살리면서 영화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 또 하나는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여러 이미지 조각들이 붙여진 영상. 그중 재미있게 본 건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옥상에 올라가 신문 읽는 영상이었다. 박찬경한국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 외국인 부부가 아기를 낳아 이태원에 데리고 가는 장면을 찍은 영상이다. 서울에서 낳은 아기니 ‘메이드 인 서울’인 셈이다.(웃음)
-서울시는 지난해 시네마테크 건립안을 확정했다. 현재 이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박원순_건립 사업은 확정됐으며 장소를 물색 중이다. 또 영화 촬영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는 것도 신경 쓸 일이다. 촬영 지원을 좀더 강화할 생각이다. 이 모든 사안은 이른 시일 안에 정리해 발표를 할 것이다.
-시장님은 평소 영화를 즐겨보시는 편인가.
=박원순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는 천막 극장에서 봤고, 서울에 올라와서는 재개봉관을 즐겨 찾았다. 집에서도 비디오나 TV로 틈틈이 챙겨 본다. 시장이 된 뒤 외국에 출장갈 때는 비행기 안에서 극장에서 놓친 영화를 챙겨 보기도 한다.
=박찬욱불법 다운로드는 안 하시나. (웃음)
=박원순안 한다. 박 감독님 영화 중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와 <올드보이>를 재미있게 봤다. 참, 미국판 <올드보이>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저작권 보호는 받았나.
=박찬욱리메이크 계약을 맺은 작품이다. (웃음)
오랜만에 인터뷰를 보니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을지로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결정이 생각나서 마음이 많이 복잡합니다. 굳이 개발을 해야 되나 싶네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더 리틀 드러머 걸>은 <더 리틀 드러머 걸>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벌어졌던 1970년대 후반, 이스라엘 정보국이 영국 여배우를 비밀 첩보 작전에 끌어들이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입니다. 곧 한국 관객들도 왓챠를 통해 감상할 수 있으니 꼭 보시길.
박찬욱 감독님과 나눈 대화를 공개할 순 없지만, 오랜만에 뵈니 흰머리가 더욱 희끗하셨습니다. 항상 건강하셨으면.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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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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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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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 명작이죠. 편집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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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그럼에도 당시에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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