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그 열병과 상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 by Tiziano

in kr •  7 years ago  (edited)

첫사랑에 관련된 영화는 많고도 많다.

그만큼 많아도 또 컨텐츠가 재생산될만큼 첫사랑은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이다.

이제까지 본 첫사랑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첨밀밀,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할람 포 였는데 이번에 그 어떤 영화보다도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를 보고 말았다.

Call me by your name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1983년 이탈리아 북부의 크레마라는 작은 마을에서 17세 소년 엘리오Elio는 부모님과 함께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며 여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마침 고고학자인 아버지를 도와주러 미국에서 조교수 Oliver가 오게 되고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방을 내어주게 된다.

그때까지만해도 소년은 몰랐다.

이 만남이 엄청난 사랑의 열병으로 번져 되돌릴 수 없는 상흔을 남기리라는 것을 말이다.


흔히들 첫 눈에 반한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자기 사랑을 한 눈에 알아보는 것이다. 2층에서 창 밖으로 아래를 바라보던 엘리오는 택시에서 내리는 올리버에게 자기도 모르게 첫 눈에 반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신경이 쓰인다. 모든 사랑의 첫 번째 단계이다.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신경이 쓰이고 그 신경을 딴 데로 돌리려고 해봐도 신경이 쓰인다. 

밤에 잠도 안 오고 뭘 안 먹어도 허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잠 잘 신경, 먹을 신경이 온전히 다 그 사람에게 가 있는 것이다.

이 순수하고 가련한 소년은 그게 사랑인줄도 모르고 올리버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마음졸이고 안절부절 못하고 아파하고 상심한다.


작렬하는 이탈리아의 여름, 그 뜨거운 태양 아래 상대방의 마음도 서서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영화배우같은 외모의 24살 올리버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천진한 어린 연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망설인다.

자제하고 참고 또 적당히 끊을 줄 아는 그의 태도는 불같이 달아오른 엘리오를 힘들고 지치게 한다.

현실적인 제약을 생각하며 애써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하려던 올리버는 의도적으로 엘리오를 피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져만 가는 자기의 감정 또한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어떤 오해와 난관이 있더라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결국 맞닿게 되는 법이다.

엘리오는 마음 절절한 편지를 올리버에게 주게 되고 올리버 역시 자기의 감정을 인정해 버린다.


현실적 난관, 구체적인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온 마음으로만 다 하기에 첫사랑은 순수하다.

그래서 더욱 이루어지지 못하는 법이고 결국 완성보다 아름다운 미완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 17세 소년 엘리오를 보노라면 누구나들 잊고 지냈던 자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계산할 줄도 모르고 현실적인 제약도 생각하지 않고 그 펄펄 끓는 몸과 마음을 모두 상대에게 내어주는 그런 모습 말이다.

한 번 그런 사랑을 한 이후에는 그렇게 하려고 해도 안 된다.


하지만 이 짧은 한 여름 밤의 꿈에도 끝은 있다.

시간이 흐르고 올리버는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를 기차역에서 애써 태연하게 보내고 엘리오는 상실의 아픔을 온 몸으로 맞이한다.

뜨겁게 생동하는 핏줄을 손도끼로 단숨에 끊어버렸는데 어떻게 아프지 않겠는가?

펑펑 울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런 그를 보며 엘리오의 아버지는 명언을 남긴다.

"일생에서 그런 상대를 만나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야. 하지만 지금 마음이 아프다고 그것을 몽땅 잘라내버리면 나중의 인연에게 줄 마음이 없어진단다. 그 기쁨과 슬픔을 모두 간직하렴."


이 영화는 엘리오 역의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가 그 따사로운 이탈리아의 햇살만큼 빛나는 영화이다.

마지막 엔딩컷의 클로즈업은 가히 오스카 최연소 남주 후보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


작가 임경선의 말로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싶다.

"애틋한 순간을 놓치지 말고 느껴요. 사실 그게 전부잖아요."


-by Tiz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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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리뷰보니까 이 영화 더 보고싶어집니다. 보고싶은데 도대체 상영관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아요. ㅠㅠ 우리나라도 이런 영화가 많이 상영될 수 있도록 극장시스템이 좀 정비됐으면 좋겠어요.

서울에서는 은근 많은 곳에서 상영을 하던데 다른 지역은 상영관을 찾기 어렵더군요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 않으셔도 보시겠지만ㅎㅎ 한 번 보고나면 약간의 후유증을 앓게 됩니다ㅎㅎ

:)

처음보는 영화네요.^_^ 이런 잔잔한 영화를 보며 여유를 즐기고 싶은 주말입니다.ㅎㅎ

잔잔하지만 후폭풍이 매우 큰 영화입니다 ㅎㅎ

아 꼭 보고팠던 영화예요- 리뷰 감사드려요! ㅎㅎ

이 영화가 마음을 좀 후벼파놔서 며칠동안 일이 손에 안잡혔네요 ㅎㅎ

마지막 말 감수성 폭발하네요...

그렇습니다ㅎㅎㅎ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마음을 너무 후벼파놔서 저 며칠동안 일상생활 불가네요 ㅎㅎ

저 나이때 사랑하게 되면 열병을 앓는데 나이든 지금도 그럴까요? 아니면 어린 시절의 전유물일까요? 잘 보고 갑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웬만해서는 그러지 않겠지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ㅎㅎ

개털님 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저도 있었지요.. 그를 그리며 몇곡을 썼었지요.

예전에 그분과 관련된 글을 본 듯 합니다ㅎㅎ

아. 그분 아니에요...

아 네... 넘겨짚어서 죄송합니다...

저 순수를 우리는 잊을 때가 많아요
그렇지만 진심으로 사랑이란 걸 하게 되면
반드시 회복되는 것 중 하나가 순수이지요

누구나 겪어 봤던 저 빛깔의 사랑이기에
다들 공감하리라 생각 돼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맞아요

나이가 들어도, 굳이 첫사랑이 아니더라도 정말 자기 사랑을 알게 되면 다시금 그 모습이 그대로 나오더군요ㅎㅎ

진짜 사랑 앞에서야 체면 차릴게 뭐가 있겠습니까 ㅎㅎ

오늘도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sunghaw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