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찾아와 자신이 쓴 책을 내게 주었다. 상도 받은 책이라 그가 더 멋지게 보였다. 시각 작업을 전공한 그는 혼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은 ‘시각적’이다. 내용도 그렇지만 글의 모양도 시각적이다. 글의 의미를 더욱 잘 살릴 수 있도록 글자의 크기, 간격, 기준선, 단락의 레이아웃을 섬세하게 조정한 감각적인 타이포그라피였다.
갓 스무 살의 그는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어른’이 되었다. 그는 내게 책을 주면서 ‘훌륭한 어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님들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학생들에게 강의실의 불을 켜라고 시킬 때, 나는 뚜벅뚜벅 걸어가 직접 불을 켰던 모습이 좋았다고도 말했다.
음. 이상한 교수 때문에 내가 좋게 보인 건 그렇다고 해도 ‘훌륭한 어른’까지는 아닌데요. 나의 이 말에 내가 쓴 블로그 글들 이야기가 나왔다. 그 글들에서 가늠할 수 있었다고. 물론 ‘사회적’ 인사말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봐주니 고맙고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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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업에서도 ‘글을 쓰는’ 학생이 있었다. 취미 수준이 아니었다. 그 학생은 수업 과제로 화면의 아이콘을 클릭해 들어갈 때마다 더 깊은 내면의 심리를 묘사한 글이 나타나는 UI디자인을 만들었다. 물론 그 글은 그 학생이 직접 썼다. 글을 쓰는, 글을 잘 쓰는 학생들을 점점 더 많이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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