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아, 주머니

in krwrite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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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머니 @jjy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중에 요즘 노래는 무슨 소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잘 만 알겠는데
왜 그러시는지 그때는 몰랐었다. 연예인들도 누가 누군지
그 얼굴이 그 얼굴 같다고 하셔도 공감이 가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내가 바로 그때가 온 것 같다.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으니 따라 부르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인기 아이돌 그룹으로 불리는 한 결 같이 서구적인 외모로
시선을 끌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틈틈이 예능프로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어쩜 그렇게 말도 잘하고 재치가 넘치는지
한 마디로 팔방미인이다. 그런 아이돌 그룹 하나 키우는데
수억을 쏟아 붙는다는 말이 수긍이 간다.
태생 미인이 아니라 시대의 트렌드를 읽고 철저한 기획 관리로
탄생한 성형미인인 셈이다.

기왕 노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민요풍의 노래로
가수 이름이나 가사도 가물가물하지만 갈수록 공감이 가는
노래가 있다. 할아버지에게 쌈지 안에 용돈 삼 십 원이 있었는데
엿 사 달라, 떡 사 달라는 손자들의 재롱에 결국
빈 쌈지가 되고 만다는 노래인데 요즘은 할아버지 소리 들으려면
통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쌈짓돈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 점점 코앞으로 다가온다.

예단으로 받은 밍크코트를 입고 좋아하면서 다이아 반지 낀 손을
뻗치고 우쭐거리며 하는 말 요즘은 밍크코트 주머니에
다이아 반지를 살짝 넣어 보내는 게 유행이라는 대사는
쌈짓돈은커녕 통장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 말을 그대로 따르고 살지는 않겠지만 구태여
수저계급론이 아니어도 서민들의 주머니는 갈수록 힘을 잃는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아들이 모처럼 집에 와서
늦잠을 잔다. 잠든 아들의 얼굴은 그리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벌써 몇 차례나 하신 말씀을 처음인양 반복하시는 어머니와
노후 대책이라고는 전혀 없는 베이비부머 세대 즉 말초세대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는 아름다운 협주곡일 수만은 없다.

가끔은 지원이 부족해서 불만인 쪽과 그만큼도
못 받는 사람들이 허다하다는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더 주지 못해 마음이 아픈 핏줄로 이어지는 사랑에
목이 메는 순간이 있었다.
그 때마다 우리는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모든 죄를 주머니에 씌우고
서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밥도 편히 못 먹고 가는 아들이 길에서 오만 원 권
두 장을 내민다. 할머니 용돈이라며 직접 드리면
또 안 받으신다고 뿌리치시니까 저녁에 엄마가 드리라고 해서
잘 생각했다고 칭찬하는 말끝에 엄마도 용돈 필요하다고 했더니
그럼 아들 휘청한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아들 휘청거리지 말고
꿋꿋이 잘 살라고 하며 헤어졌다.

모처럼 길을 나섰더니 앙상한 가지가 의연하게
겨울을 나고 있다. 아무리 겨울이 길고 추워도 약속처럼 찾아오는
계절에서 주머니보다 강한 믿음을 발견한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언뜻 스친 빨간색이 바로 동백꽃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에 밝은 빛이 들어온다.

겨울의 막바지에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면
주머니 생각은 잠시 접어도 좋지 않을까...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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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write up. Well-done

휘청거리는 아(들), 주머니...
아드님이 효자시네요.

아직은 이쁜짓 하고 삽니다.
나중에 제 살림하고 살면 어렵겠지만
하긴 그땐 놓아 줘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달필 jjy맞으시네요.
행복은 작은 것에서도 ..............아~자........................!!!!!!!!!!!!

헌데 왜 kr테그 빼셨는지요.
찾아 볼수가 없네요................................넣어 주시오소서.................................^^

달필은 너무 과해요.
수고 스러우시겠지만 그 부분 어떻게 잘라주세요.
부~~~탁 해요~~~

겨울에 핀다는 동백꽃이 저리도
빨갈 수가 있을까요..?
착한 아드님 두셨군요.
평창 동계올림픽 릴레이 응원 포스팅..
숙제 마무리 했습니다~^^
https://steemit.com/kr/@cookingpapa/go-pyeongchang-5
다음 주자로 @leemikyung님과
@rosaria 님에게 성화봉 건넸습니다~
감사합니다~^^

에고 에고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이갑니다.
그렇게 방대한 자료를 동원하시고
그거 그대로 홍보자료로 써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오히려
옛것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도 적지는 않죠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지 찾아보면 있더군요..)

서로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만나면
맘상하게 되는 현상이 님 말대로 아름답지만도 않네요

팍팍해지는 경제사정이
조금이라도 나았으면 하는 바램을 해봅니다.

잘 보고 가요

조금 어려운 것도 괜찮습니다.
서로를 헤아리는데 익숙해지니까
그것만으로 보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끼리는 언제나 먼저 이해하고 사랑하는게 중요하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