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정신의 곳간

in hive-101145 •  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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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se's library

헤세의 서재를 검색했더니 얼추 맞는 것 같다. 중앙의 저 출입구에서 혹은 한쪽 책장 앞에서 삐쩍 마른 헤세가 포즈를 취한 사진들도 몇몇 있으나 헤세의 정신에 띠로리 되어 헤세의 눈으로 그의 방을 살펴보고 싶었다. 나에게는 연휴라고 부를 필요 없는 연휴기간이었지만 헤세의 서평을 모아둔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을 읽었다. 그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요즈음 부쩍 융과 헤세와 관련된 서적들만 읽고 있다. 융은 인간의 정신을 맨정신부터 가두리정신까지 포괄적으로 연구하여 학자적인 근성으로 자신을 포함한 그의 고객들의 정신에서 일어나는 상징들을 쪽쪽 빨아서 해석하고자 하였지만 헤세는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생각을 정밀하게 묘사하지만 융처럼 신비적인 요소(무의식)를 최대한 절제하고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렇다고 환상류를 무시한 것도 아니었다. 시인이며 소설가였으니 그에게 있어서 환상과 가상은 본업이었고 해석이 없을 뿐 그것은 독자들에게 툭 던져버렸다. 남(독자)의 정신까지 이러쿵 저러쿵 말해줄 필요도 없고 다만 남의 정신에 새로운 방아쇠를 당겨주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마침 그의 환상동화집이 있길래 주문하였다. 물론 헤세의 소설을 아직까지 한권도 읽지 않았다. 주로 그의 에세이만 찾아서 읽다보니 그렇게 생각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헤세는 자서전을 쓰지 않은 것 같다. 융의 경우 그의 사후 출판된 자서전(기억, 꿈 상상)이 있는데 헤세의 서평집을 읽고 곧바로 읽어나고 있다. 다만 헤세 스스로가 영혼의 자서전이라고 칭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있지만 1930년에 쓰여졌으니 50대 중반까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불러야할 것이다. 그후 한 세대(30여년)를 더 살다가 가셨으니 그의 생각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갔는지 알수 없다. '유리알 유희'가 1931년부터 1942년에 쓰여졌으니 두 작품을 함께 보아야 할것 같지만 고작해야 10년 더하기이다. 얼핏보니 두 작품에서 수도자가 등장하는 것 같은데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번역된 50대 이후의 에세이 모음집이 풍부하니 그걸로 충분할 것 같고 여러 권 읽다보니 노년의 헤세가 그려놓은 마음의 풍경에 이미 길들어져서 익숙하다.

헤세의 서평 모음집에서 읽고 싶은 책이 수두룩하지만 융의 영향 때문인지 설화 민담집류를 읽어봐야겠다는 의지가 발동한다. 언급된 것도 있지만 언급되지 않은 것 중에 비슷한 것을 정리해두었다.

켈트의 여명
삼국유사
요재지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깨비가 사라진 이유가 무엇때문일까? 헤세는 현대문명때문에 사라져가는 이러한 소박한 정신 문화에 대한 애틋함이 있고 나도 그것에 동의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생각도 든다.

사라진 것도 아니고 보여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느 한 사람의 무의식에서 드러났건 일부러 창조해냈건 환상 속의 그들은 디지탈 영상으로 바로 공유되어질 수 있으니 사라진 것도 숨어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그들이 디지털 세상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깨비와 요정류 주연의 판타지가 손바닥만한 것에서부터 대형 모니터에서 칼러풀하게 등장할 수있으니 어느 예술가의 정신에 띠로리하면 되니까 구태여 나타날 필요가 없어질 만큼 그들도 편리해졌다.


헤세의 마음을 엿보다


시작하며 | 헤세의 연금술 | 뻐꾸기 소리는 배신하지 않는다. | 인내심 놀이 | 노인의 향기 | 50세 헤세의 유머 | 헤세가 죽기 전 날 밤 썼던 시 | 바람 결의 감촉 | 다시 시작하는 가을 몸맞이 | 내몸 아닌 내몸 같은 | 색채보다 감촉 | 닮은 꼴의 헤세와 융 | 방외 화가 두 사람의 풍경화 | 헤세가 사랑한 음악 1 | 헤세 정신의 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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