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buskers/unlimited] 유령은 백 엔이야

in hive-102798 •  last year  (edited)



'사고 싶다. 사고 싶어'



소년은 유령 열쇠고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머리를 만지면 눈에서 불이 들어오는 유령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 그게 뭐라고. 소년은 매대에서 그걸 보자마자 마음이 꽂혀버렸다. 그런데 그게 뭐라고. 열쇠고리 따위가 천 엔을 하다니.



'비싸다 비싸'



여행 중에 무언가를 사기란 마음 같지가 않다. 동전 하나도 세어가며 예산 규모를 따지는 소년의 한 눈은 바로 눈을 감아버렸다.



'보지도 말아야지. 이런 건 낭비라고.'



낭비와 마음 사이에서 승리하는 것은 언제나 밝은 눈이다. 밝은 눈은 주머니 사정을 명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밝은 눈은 얼마나 밝은지, 저 어둠 속 주머니 끝에서 찰랑이는 동전의 숫자까지 꿰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 계획이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배분된 계획. 승리는 딱 떨어지는 소비. 그것이다.



허나 마음의 눈은 그렇지가 않다. 마음의 눈은 셈에는 어둡고 좋은 것에는 자석처럼 달라붙는다. 좋은 것. 좋아서 갖고 싶은 것. 그 눈은 천장까지 물건이 가득 쌓인 창고 더미 속에서도 '좋은 것'을 발견한다. 순간 후광이 발현하여 자석처럼 마음의 눈을 끌어당기고는 눈꺼풀을 확 뒤집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각막에다 화상을 입힌다. 실루엣 그대로, 감아도 보이고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를, 생생한 그림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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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마법행전 2부 7장 유령은 백 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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