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buskers/city 100] 노인을 위한 협박은 없다

in hive-102798 •  last year  (edited)

총독은 86세의 노인을 협박했다. 너의 신을 버리고 황제를 섬기면 자유를 얻을 것이라고. 그러자 86세의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86년 동안 그분을 섬겨왔지만, 그분은 한 번도 나를 부당하게 대우하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나의 왕이요, 나의 구주이신 그 분을 모독할 수 있겠습니까?"



이 말에 성이 난 것은 총독이 아니라 군중이었다. 노인의 꺾이지 않는 신념과 일관된 태도에 군중들은 잔뜩 성이 나, 노인을 맹수들에게 던져버리라고 요구했다.



"군중들을 보시오. 잔뜩 성이 나 있소. 만일 그대가 계속 거부하면 나는 그대를 맹수에게 내줄 수밖에 없소."

"그렇다면 맹수를 부르십시오. 우리는 악한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선한 것을 회개하는 그런 일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악한 세상에서 의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은 내게 참 좋은 일이오."



이 말에 군중들은 더욱 분노했다. 아니 그들은 겁을 먹었다. 그들은 이미 선택했기 때문이다. 황제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도들은 그것은 우상숭배라며 당장 멈추라고 지적질을 멈추지 않았다. 현실의 신은 자신을 숭배하지 않으면 맹수의 먹이가 되게 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내세(來世)의 신은 타협은 없다며 우상을 숭배하면 지옥에 처박아버릴 거라고 선포했다. 그러므로 군중은 선택을 해야 한다. 현실의 신을 섬기기로 한 이들은 이제 그들의 적, 그리스도인들이 굴복하는 모습을 봄으로써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안도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내세의 신이 거짓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들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그리스도인들은 갖은 고문과 박해 속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지켰다.



그리스도인 젊은이는 사나운 짐승의 밥이 되는 걸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당당하게 맹수와의 결투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죽음은 두려움에 휩싸인 군중 심리에 불을 질렀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그들의 수장인 듯 보이는 노인을 데려오라고 외쳐댄 것이다. "악인들을 제거하라. 폴리캅을 데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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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악인인가? 누가 선인가? 선택 전쟁에서 이미 입장을 정한 이들은 서로를 악으로 규정할 수밖에. 그렇다면 오히려 악은 선택하지 않은 이들일 것이다. 노인의 기세와 군중들의 분노 사이에서 갈등하던 총독은 이미 결투가 끝났기 때문에 맹수를 다시 풀어놓을 수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자 군중들은 한목소리로 "그렇다면 그를 불에 태워 죽여라!"고 외쳐댔다. 이러한 위협에도 노인 역시 기세를 꺾지 않고 답하는데,



"당신들은 타오르다가 잠시 후면 꺼져버릴 불로 나를 위협하지만, 경건치 못한 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심판과 영원한 형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소.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지체하고 있습니까? 그대들이 원하는 대로 속히 시행하시오!"



노인의 얼굴에는 확신과 기쁨이 가득 차 있었고 그의 안면에는 은혜가 충만했다. 예언이 비로소 성취되려고 하기 있기 때문이다. 그는 며칠 전 기도 중에 자신의 베개가 불타는 환상을 보았다. 그리고 신도들 앞에서 "나는 산채로 불에 타 죽게 될 것입니다."라고 예언을 했다.



그러므로 노인의 일갈은 군중의 협박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예언의 성취, 운명의 실현에 대한 대담한 환영, 그리고 그의 대답에서처럼 잠시 잠깐의 고통과 영원한 안식을 혼동하지 않는 용기 있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노인은 사도 요한의 제자 폴리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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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그 스승의 그 제자였다. 아니 청출어람 제자는 스승은 가보지 못한 순교의 길을 제대로 걸어 들어갔다. 성서에서 책망 없이 칭찬만 받았던 서머나 교회는 황제 숭배를 끝까지 반대하다가 많은 박해를 박고 수많은 순교자들을 배출해 냈다. 폴리캅은 이 서머나 교회의 지도자였고 이번에는 드디어 그의 차례가 된 것이다. 집행관들이 화형대를 만들고는 노인이 몸부림치다 떨어지지 않도록 화형대에 못을 박아 고정시키려 하자,



"나를 그대로 두시오. 불길을 참아 견디도록 내게 힘을 주신 그분께서, 그대들이 못으로 나를 고정시키지 않아도 내가 장작더미 위에서 꼼짝하지 않고 끝까지 있도록 해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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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이즈미르(서머나)의 폴리캅 기념교회



노인의 기개에 눌린 집행관들은 그를 화형대에 고정시킬 수 없었다. 노인을 체포하러 왔던 군병들조차 그의 용모와 태도에 놀라 '이런 귀한 사람을 잡으러 이렇게 중무장을 하고 왔다니..'하고 애처로워했다고 한다. 노인은 오히려 군병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하고는 잠시만 기도할 시간을 달라고 청했다. 그러고는 선 채로 신께 기도를 올렸다. 그의 기도 소리에 신도들이 감동하여 함께 기도하기 시작하자, 그를 체포하러 왔던 군병들은 이렇게 경건한 노인을 붙잡아야 한다는 사실에 큰 가책을 느꼈다. 화형대에 노인을 고정하려던 집행관들도 역시, 그럴 필요 없다는 노인의 당당함에 그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노인이 마지막 기도를 마치자, 화형대에는 불꽃이 거세게 피어올랐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화형대의 불꽃이 갑자기 아치 모양으로 흔들리더니, 노인의 몸을 비켜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인의 몸은 불에 타서 시커멓게 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용광로에서 달궈지는 금처럼 빛이 나고, 장작더미에서는 마치 몰약 냄새와 같은 향기로운 냄새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불로도 그의 몸을 태울 수 없다는 것을 안 군중들은 집행관을 시켜서 칼로 그의 몸을 찌르게 했다. 그러자 엄청나게 많은 피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화형대의 불을 꺼버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노인은 비로소 순교에 이를 수 있었다. 사도들의 12번째 순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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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레이스 + City100] 097. Izm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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