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장면들이 쌓여있지만 우선 건너 뛰고 현시점, 리스본의 작은 주점에서 햄과 치즈만 달랑 들어있는 초라한 샌드위치에 맥주 두 잔째 마시고 있는 중이다. 동네 술꾼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행동은 굼뜨지만 다행히 목소리가 크지는 않다. 바람직한 술버릇이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는데 런던에서 리스본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못견디게 글이 쓰고 싶어져 잔뜩 메모를 남겼다. 시동을 걸었으니 앞으로 속도있게 움직일 것이다. 아무렴, 그렇고 말고.
리스본도, 포르투칼도 처음이다. 가려면 언제든 갈 수는 있었겠지만 기회도 마음도 닿지 않았다. 스페인에서 서성이다 그 한 발짝이 안떨어져 방향을 틀고 다른 곳을 간적도 있다. 유럽에서 남미까지 대서양을 건너는 크루즈를 타기로 마음을 먹고 뻥 안치고 수백개나 되는 루트를 검토하며 가장 마음에 둔 출발지는 사실 리스본이 아닌 포르투칼의 작은 섬 푼샬이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리스본에서 브라질로 가는 크루즈 티켓을 샀고 돌이켜보니 내가 이번에 포르투칼을 오게된 건 예정된 일이었단 생각이 든다. 늘 그렇듯이. 호스텔에서 건내는 웰컴 드링크가 자두 리큐르 ‘진자’인 것도, 알록달록한 색감이 가득한 정겨운 주점도, 샌드위치에 맥주 두잔을 마셨는데도 고작 3.6유로가 나오는 미친 물가도 마음에 든다. 도착한지 두 시간 만에 이미 포르투칼이 좋아졌다. 배 타기 전까지 포트 와인이나 죽도록 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