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빳사나명상수행일지] 8일 차 - 꿈의 해석

in hive-196917 •  3 years ago  (edited)

꿈의 해석



본 글은 진안에 위치한 '담마코리아 명상 센터'에서 위빳사나 10일 명상코스를 체험한 후 적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수행일지입니다. 담마 혹은 위빳사나 명상과는 다른 필자 개인의 의견이 첨부되어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위빳사나 명상을 앞두신 분께는 이 글을 통해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명상이 끝날 때까지 이 글을 읽지 않으시길 권고 드립니다. 위빳사나 명상가분의 피드백과 체험 공유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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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악몽에 가까운 꿈을 꾸기도 했다. 꿈속의 아빠는 덩치가 커다란 승합차로 누워있는 사람들 위로 자동차를 몰고 지나가겠다고 우겼다. 나는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아 아빠를 말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빠는 기어이 사람들을 깔고 지나갔다. 사람들은 다치지 않고 멀쩡했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굳이 그런 짓을 해야만 했는지.


오랜만에 꿈에서 애인이자 동반자인 사람을 만났다. 영화를 보러 가던 길이었고 모던한 여러 채의 도시 건물 빌딩이었다. 우리가 가려는 MX관은 지하 1층에 있다는 걸 알았고 막 그 지하 계단으로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난데없이 거대한 비행기가 나타나서 저공비행을 하며 우리 가까이로 날아왔다. 피하려고 뛰어보려 했지만, 너무 갑작스럽고 비행기는 빨랐다. 거대한 비행기가 우리를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동반자를 끌어안았다. 우리는 엄청나게 상처 입고 피를 흘렸다.

골목 사이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주머니 한 분이 나타나셨다.


‘오지랖 부린다는 걸 알지만 더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어. 복합적인 상처를 치료하는 연고제는 따로 있어.. 그걸 발라야만 해…’

그러나 아주머니가 그 연고가 뭔지 알려주기 전에 꿈에서 깼다. 너무나 생생했고 그 꿈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었지만 내 의식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7일에서 8일 차로 넘어가는 밤에는 처음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새벽 4시에 일어나는 다음날 스케줄을 걱정하며 초조했을 텐데. 고엔카 선생님의 법문에서 요기들은 굳이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는 걸 듣게 되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완전히 이완된 상태로 몸의 감각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몸은 잠을 자는 것처럼 휴식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잠이 오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그저 이완하며 감각을 지켜보면 된다고 했다. 피곤하면 곧 이완된 몸에 이어 의식도 눈을 감을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몸은 온전히 휴식하기 때문에 다음날도 자고 일어난 것처럼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밤에 잠이 오지 않아도 그다지 걱정되지 않았다. 실제로 몇 시간이 잠들지 않았음에도 다른 날과 별 차이 없이 가뿐하게 일어났다.



그날 꾼 꿈 역시 생생하고 의미심장했다.

꿈에 엄마가 나왔다. 역시 실제 우리 엄마와 차이가 있다. 엄마는 내가 굿을 받아야 한다고 무당에게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굿을 하려면 천억이 필요하다고 했다. 너무 엄청난 금액이라 내가 그런 걸 받을 순 없다고 말했다. 수긍한 엄마는 그래도 지금 상태에서 자신이 나를 도울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게 집중하며 에너지 같은 걸 보냈다. 그러자 위와 심장을 투시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 눈엔 위와 심장이 형광 빛 노란색으로 선명하게 보였다.



장면이 바뀌고 나는 어린 소녀와 강을 건너 집으로 돌아가던 참이었다. 소녀의 손을 잡고 돌다리를 하나씩 건너는데 갑자기 물살이 세고 돌다리가 망가진 곳이 나왔다. 소녀에게 '나를 믿지?'라고 물으니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소녀를 번쩍 안고서 온 힘을 다해 다리를 건넜다. 절대 쓸려가지 않고 이 소녀를 보호할 거라고 굳은 다짐을 했다.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아름답고 안락한 2층 주택이며 모든 게 갖춰져 있고 햇볕이 잘 들었다. 소녀는 어느새 잠이 들어있었는데 집에 와보니 내 손에 똥이 한가득했다. 몰랐는데 뒤를 돌아보니 온 집안이 그녀의 똥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가 깨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그녀는 잠에서 깼고 상황을 파악하고는 너무나 부끄러워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말하지 말아 달라며 애원했다. 그녀를 안심시키고는 일단 그녀를 씻기기 위해 욕실로 데려갔다.


아직 수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친척 언니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가여운 그녀는 당황하고 창피해했지만, 나는 그녀를 위로했다. 친척 언니가 와서 집에 정화조가 더럽고 거대해서 전문가를 불러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화조와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그들은 조언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고 그저 내가 직접 청소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 명상, 18살 때의 나인 그녀를 조우했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 바다로 보냈고, 목놓아 그녀에게 기다려 달라고 신호를 보내며 오열했다. (18살엔 죽으러 바다에 갔다) 그녀를 살린 건 다름 아닌 나였다. 나는 그녀인 동시에 그녀와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우리는 같은 사람이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우린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그녀는 내가 될 운명이다. 그녀는 삶을 살아내야 하며 고통을 대면해야 했다.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서, 그녀는 언제나 이런 사람이 되길 꿈꿔왔다. 그러나 그녀가 그런 꿈을 꾸는 이유는 그녀가 이미 이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른다. 그러면 좋겠지만 아직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


나는 그녀를 잘 안다. 하지만 오래도록 그녀를 잊었다. 오늘 여기 명상 8일 차, 나는 영원히 그녀와 통합되었다. 나는 그녀를 기억했고 그녀를 살렸고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나를 만났고 평온과 사랑에 가득 찼을 것이고 그녀 역시 날 너무 사랑하고 있음을 안다. 삶이 너무 감사하고 아름다워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우리가 만난 덕에 이번 생에 거대한 상카라를 만들지 않고 흘러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위빳사나에 신비는 없다. 유체이탈을 한다거나 환영이 보인다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격한다거나 그런 류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적과 신비는 역시 있었다. 삶 속에 다른 층위로, 항상 거기 있던 신비를 발견하게 해 준다.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는 있다. 그러나 그건 외따로 저 멀리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게 아니다. 지금 여기 항상 있었다. 다만 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을 뿐이다. 위빳사나는 기대한 적 없는 선물을 건넸다. 내겐 그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보다 더 기적 같고 의미 있고 신비로운 삶이란 기적을 말이다.





2022년 5월 19일 목요일, by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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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잘 꾸시니 매일이 영화보는 것 같겠습니다

이런 꿈을 꾸고 기억을 하면 활력이 돋아요. 아쉽게도 집에서는 생생한 꿈을 꾸는 경우가 드물어요 : )!

'요기'이고 싶네요...

흥미진진
잘 읽고 갑니다! 다음 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