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다. 과제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고 한다. 대답을 해줬다. 그리고 다음부터 이런 일은 전화로 하지 말고 이메일을 보내라고 말했다.
처음엔 그 학생이 자기 편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 학생은 수업을 열심히 듣고 적극적으로 교수들에게 질문하는 편이다. 그런데 예전에 어떤 교수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다가 혼났다고 한다.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서 정중히 물어봐야지 어딜 예의 없이 이메일로 '찍' 보내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텔레그램, 구글 플러스, 심지어 유튜브 등 수많은 모바일 메신저들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이메일은 공적인(공식적인) 문서를 주고받는 '예의를 갖춘' 매체로 정착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구한말의 지식인'같은, 고루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60~70대도 아닌, 게다가 좀 더 열려있는 사고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 디자인 수업을 하는 선생 중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요즘에는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오히려 직접 전화하는 것을 '예의 없는(불편한)' 행동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아마도 그 선생은(교수는) '예의'와 '권력'을 혼동한 것이 아닐까.
사람마다 미디어에 대한 태도가 다른 것 같아요. 그 교수는 평소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이메일을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람 같습니다. 오히려 전화가 더 친숙한 사람이고요.
저 또한 간단한 이야기는 전화로 말하는 것이 더 편합니다. 이메일은 왠지 모르게 "익명성"이나 "간접성"이 느껴집니다. 조금은 덜 인간적이라는 느낌도 있고요.
반면 음성통화는 "직접성"이 느껴지더군요. 전화하는 사람의 개별적 특성이 더욱 묻어나는 매체이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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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매체에 대한 태도나 익명성, 간접성에 관한 내용에 적극 동감합니다. 그 교수는 아마 선생님 말씀처럼 전화를 친숙하게 여긴 것 같습니다.
그 교수에게 아쉬운 점은 매체를 친숙함이나 직간접성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예의’를 표시하는 수단으로 생각한 점입니다. 매체의 종류를 지적하며 자신의 권력을 내세운 것은 바람직한 교육자의 모습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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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교육자는 개방적이어야 되고, 더구나 젊은 사람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학생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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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학생이 전화를 걸어 질문을 한다면 좀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물론 제 학생들 특성상 전화를 할 일은 없지만요. 제 학생들은 주로 카톡 메시지로 질문을 하는데요. 문화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있을 것 같아 재미있는 이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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