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내 머리카락은 열등감의 산물이다.

in kr-youth •  7 years ago  (edited)
  1. 13살 때 일이다.
    나는 당시 굉장히 소극적인 아이였고 숏컷을 했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으며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기피했다.
    5학년때 까지는 먼저 다가와 준 아이들이 있었기에 혼자는 아니였다.
    그러나 6학년이 되었을 때 친한 친구들은 모두 다른 반이 되었고, 그래서 나는 반의 가장 구석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그림만 그렸다. 그런데

  2.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반에서 제일 시끄럽고 소위 '논다'는 남자애가 나를 두고 놀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 반응 없던 몇몇 남자 아이들이 그 주도자와 함께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괴로웠다. 2/3 가량의 아이들은 모두 방관자였으며 그 때부터 나는 단 한 번도 학교에서 웃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3. 학교에서 받은 모든 스트레스를 집에 와서 풀었다. 누가 말만 걸어도 아, 왜! 가 나왔다. 모부는 그런 날 보며 무슨 애가 저렇게 버릇이 없을까, 혀를 찼다. 매일 밤 학교에 가기가 두려워 울면서 잠 들었다. 그건 결국

  4.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자해나 자살 시도는 하지 않았다. 어쨌든

  5. 당시의 나는 못생겼다, 음침하다, 더럽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그렇게 1년을 어찌어찌 버티다가 겨울방학이 되었다. 별 생각 없이 머리를 길렀다. 대충 어깨선 조금 위에까지 길렀다. 겨울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에 갔을 때 한 여자애가 나한테 말했다.

  6. "그게 훨씬 낫다!" 그래서

  7. 그 애를 잊을 수 없다. 16살을 마지막으로 그 애를 볼 수는 없었지만 잘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8. 그 후로 쭉 머리를 기르고 있다. 중학생 땐 두발규정이 있었기에 늘 일정 길이가 되면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고등학생이 된 후로는 자유롭게 길렀다. 그렇게 해서 기른 내 머리는 지금 배꼽까지 온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날 너무 더웠어서 10센티 정도를 자른 적은 있다. 그 이후로는 가끔 잔머리 정리하러 미용실에 간다.

  9. 그리고 내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데, 나는 그 '음침했던' 내가 싫어서 13살을 기점으로 서서히 변하려고 노력했었다. 시행 착오도 몇 번 겪었고, 바뀌려는 과정 속에서 나를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10. 지금의 가 있다.

  11. 나는 나를 사랑한다.

  12. 긴 머리와 메이크업은 코르셋이다.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불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13. 나는 립스틱 페미니스트이며
    내 긴 머리카락, 아름다운 내 얼굴로 내가 누구인지 상기한다. 그러나

  14. 나는 여성들에게 말한다. 코르셋을 벗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르셋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이것도 코르셋이야?" 는 하면 안되는 말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야 할 일을 남에게 미룸으로써 벗을 수 있는 코르셋은 안 벗느니만 못한 거라고.

  15. 아무리 래디컬한 페미니스트이더라도 다른 여성에게 코르셋을 벗을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삭발을 하고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페미니스트가 말했다.

  16. 화장을 하고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 자매님 마음대로 하라.
    코르셋을 채운 것은 자매님 자신이 아니라 사회와 남성들이다. 나는 그저 전선에서 싸우는 래디컬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고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 뿐이다.
    그러나 생각하라. 코르셋은 무엇인지, 그것은 누구로부터 왔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17. 여성들이 코르셋을 자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계란으로 바위치고 있는 것이 아니게 된다. 그 계란들이 쌓이고 쌓여 후대의 여성들에게 발판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래서

  18. 이번 생의 내 목표는 그 발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내 머리카락은 열등감으로 빚어진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여성스러워' 지고 싶었다.
여성스러워지고 싶어 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나는 사랑한다.


얼굴에 붙힌 거 쌈무 아님. ㅎ
음,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 지 감이 안오는뎅 어쨌든
저는 예쁜 제가 좋아여.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거랍니당.
그냥 과거 이야기 좀 해봤어요 공부하다가 집중 안 돼서 :)
그나저나 다음주 월요일 시험 실화? 전공 4과목 실화? 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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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4과목인가요.. 잘 마무리 하시길!

앗 4과목을 한번에 보는건 아니고 4일에 나눠서 봐요.. ㅎㅎ 고통 분산 시스템ㅋㅋㅋㅋ
월요일 전공 2과목, 화요일 전공 1과목, 수요일 교양 1과목, 목요일 전공 1과목... 하하하하하하

4번에서 순간 움찔했네요.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는 삶의 자세가 굉장히 멋져요 ㅎㅎ 시험도 잘치셔유 ~ ㅋㅋ

고마와용 (_ _)~~!!! 흫흐 얼른 공부 마저 하고 자야겠어용

이번엔 기필코
위니만큼 기르게쓰😍

하튜하튜 XD 단발병 한 번 오면 답도 없다던데~~!

나는 나를 사랑한다.

자기를 너무 사랑하면 이기적이고 강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지만, 자신을 적당히(?) 사랑하면 자존감도 충만해지고 인생을 살아갈때 좋은거같아요 ㅎ 위니님 화이팅!

항상 고마워요 노코~~ :)

반성합니다. 요즘에 올려주신 글을 한두편 밖에 못 보았네요. 댓글 달기에도 부족한 지식 습득이라 댓글도 못달았었습니다. 모든 글을 다 읽지는 못했으나 간간이 읽고 있다는 것은 전해드리고 싶어 여기다 댓글 답니다. 오늘도 이 포스팅을 보니 위니님 페미니즘 글을 깜박하고 있었네~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아무튼 이 댓글은 잘 지내는지 안부 인사겸 제가 그래도 종종 읽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댓글입니다. 시험 잘 보세요. 파이팅!

오랜만입니다 @flightsimulator님! 잘 지내셨나요? :)
이렇게 오랜만에 뵈니까 기분이 좋네요! ㅎㅎ 저는 공부중이랍니다... 잠깐 쉴 겸 스팀잇 들렀어요 ㅎ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

네 저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저도 오랜만에 이렇게라도 인사드리니 좋네요. 시험 공부 잘 되어 시험 결과도 잘 나오기를 응원합니다. 시험 끝나고 또 뵈요~ ^^

에이 웃는모습이 제일 예쁘면서 다 감추고 입술만 보여주는거는 반칙 아닙니까!!!

오마니님 스팀잇에서 뵈니 넘모 반가워요 으어ㅓㅇㅇㅇ엉엉ㅇ엉 ㅠㅠㅠㅠㅠ 후후 제 웃는 얼굴이 예쁘긴 하죠 ^_^

와 배꼽까지!
진지하게 잘 읽다가 마지막에 쌈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헿 귀여워요

헿 쌈무~! 저걸 쌈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스모모언니가 처음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7 years ago (edited)

아 진짜? ㅋㅋㅋ 그렇게 보이길래... (배고파서)ㅋㅋㅋㅋ

위니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그 자존감이 높아서 항상 부러웠는데, 이런 이야기도 있었네요.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자신을 잘 아는 위니가 대단해요!!!!

꺅 피기펫언니 고마워요 XD~~~ 칭찬은 위니를 춤추게 한다! 두둠칫-

멋집니다^^ 그 마음 끝까지 유지하시길.. 저는 다음 주 전공 6과목 ㅎㅎ.. 무사히 생존해서 29일에 보시죠

ㅎㅎ... 인규오빠도 화이팅~~~~~~!!!!!! 다흐흑 겨수님..

조용히 보팅 놓고 갑니다.. 총총..

감사합니다 센세... 따땃하군요.....

쌈무 맛있겠다.
그나저나 머리 정말 길군요...

쌈무에 닭갈비 뙇~~~ 캬

@위로해

@winnie98님 안녕하세요. 모찌 입니다. @ganzi께 이야기 다 들었습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잖아요. 힘든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일도 있대요! 기운 내시라고 0.4 SBD를 보내드립니다.

위니구팔 요즘 글이 안올라오는거보니
시험기간이군요 🖒

될 수 있으면 오늘 글 올릴게요! 반가워요 피터박님 :)

쌈무돋넴

쌈무ㅋㅋㅋㅋㅋㅋㅋ커여운 위니쨩
오랜만에 들어와요 위니님! 위니님 어디가써 어디가써!! 했는데
시험기간이구나 ㅠㅅㅠ
셤 잘보고 와용! 기다릴게 위니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