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아닌 척]한 번 써 보는 군대이야기 (3)-소대신병

in kr •  7 years ago 

JSA는 쉽게 말해서 미군(유엔사령부) 대대 안에 있는 한국군 중대였다. JSA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치로 한국군 부대로 창설됐는데, 난 2년의 군생활 절반을 그 이전에 하고 나머지를 이후에 했다.

미군 시스템 안에 있는 한국군 부대의 생활은 한 마디로 X같았다. 한국군 체제에 편입된 뒤, 전반적인 근무 환경은 눈에 띄게 안 좋아졌지만, 이등병과 일병의 생활만은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대대신병이 끝나고 소대(한국군 창설 뒤 중대로 개편) 신병이 됐는데, 신병교관은 천사처럼 잘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근데 문제는 상병 말이었던 신병교관보다 짬밥이 되는 선임들이 틈만 나면 괴롭혔다.

말년에 '시체' 취급을 받으며 한가한 노후를 즐기다 제대하는 한국군 부대와 달리, 이곳에선 14박 15일 말년 휴가가 제대 직전에 있고 휴가를 가기 전까지 분대장 완장을 차고 절대권력을 행사했다. 미군 시스템 아래에 있는 한국군 부대의 내무부조리는 이 말년병장들에게서부터 시작됐다.

자꾸 '미군 시스템'이라고 했는데, 특별한 시스템을 말하는 건 아니고 간부들이 병사 생활에 터치를 하지 않는 문화를 말한 거다. 그 부대에도 간부들은 한국군인이었지만, 미군처럼 퇴근하면 땡이었다. 퇴근하는 길에 병사 막사에 들르거나 불시에 찾아와 내무생활을 점검하는 것 외엔 전혀 간섭을 하지 않았다.

대강 들으면 좋아보이지만, 이런 부대에서는 병장이 왕이다. 덜 성숙하고 억압된 문화에서 왕은 대부분 폭군이 된다.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사회에선 '폭력 없는 병영 어쩌구저쩌구' 하는 소릴 들었는데 다 개소리였다. 굴리고 때리고 암기 강요에 인격 모독에 부조리가 말도 못했다. 한국군으로 전환되기 전에 제대한 사람들은 달리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체제를 절반씩 경험한 나로선 미군 시스템의 한국군 부대가 엿같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외박이 잦은 부대였던 만큼, 신병 교관이 외박을 나가면 신병 신분이 풀릴 때까지 외출이 안 되는 나는 옆소대에 맡겨졌다. 옆소대엔 진짜 X같은 새키가 있었는데 이름도 기억난다. YHR. (너 이새끼 언제든 만나면 죽일 준비가 돼 있다. ㅋㅋㅋ)

Y는 분대장으로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나는 북쪽(주둔지가 아닌 근무지, 대성동)으로 불려 올라가 Y의 장난감처럼 굴러다녔다. 개념이 없다느니 빠졌다느니 버릇을 고치겠다느니 하는데 그는 나를 제대로 본 적도 없다. 갑자기 춤을 추란다. 나는 춤을 못 춘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입대할 때까지 춤을 한 번도 춰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음악도 없는데 거의 처음보는 새끼들 앞에서 출 줄도 모르는 춤을 추라니 18 어쩌란 말인가. "춤을 못 추고 춰 본 적이 정말 한 번도 없으며 노래든 뭐든 다른 걸 시켜주면 다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쌍욕과 함께 굴림이 시작됐다.

처음엔 사무실에서 제식을 엄청 시켰다. 앞으로 가 뒤로 돌아 가 좌향앞으로 가 우향앞으로 가 차렷 열중쉬어 뒤로 돌아... 로보트처럼 시키는대로 했다. 그는 내가 틀리길 바랐나본데 틀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했더니 엎드리란다. 엎었다 일어났다 팔을 굽혔다 폈다 시킨 뒤에 "관물대에 매달리라"고 했다.

관물대는 헬멧, 방탄조끼, 탄띠 등을 보관하는 나무로 된 일종의 가구다. 책꽂이 같은 형태와 크기인데 칸이 매우 크고 깊다. 거기에 매달리래서 나는 맨 윗칸을 잡고 매달렸다. 그랬더니 그게 아니라 뒤로 돌아서 매달리란다. 잘 이해가 안 되면 집에 책꽂이를 등지고 서서 맨 위를 손으로 잡고 다리를 접어서 발이 안 닿게 매달려 보시라. 맨 윗칸에 손가락을 걸 수 있는 턱 같은 것은 없다. 팔을 위로 뻗어 사마귀 권법을 하는 것 같은 손 모양을 뒷쪽으로 돌려 두께 2cm 정도의 나무판을 잡고 버티는 거다. 1분은 커녕 30초 버티기도 어렵다.

그는 내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발로 찼다. 발로 차도 내 발은 땅에 닿았다. 차도 차도 땅에 내 발이 떨어지니 머리를 때렸다. 손이 아프니 도구를 썼다. 아프진 않았는데 정말 화가 많이 났다. 눈물은 나지 않았는데 땀이 많이 났고 잠이 오지 않았다.

신병교관은 외박에서 복귀한 뒤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를 위로해 줬다. 그새키 원래 쓰레기라면서. 신병교관은 좋은 사람이었다. 입대 100일도 안 됐는데 외부 교육 일정을 이용해 당시 여친과 연락해 잠깐 얼굴을 볼 수 있게도 해 줬다. 당시엔 입대 100일 휴가 전까지는 외출이고 면회고 안 됐었다. 그러면 뭐하냐 일병때 바람나서 헤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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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그 사람 저도 욕할래(YHR)요. 으... 나쁘다...
이유도 모르고 오늘밤 엄청 귀가 간지럽겠네요.

귀가 간지럽다 못해 떨어져 나가랏

그래라 그래라ㅋㅋ

나쁜노무시키~~ 아오!!! 멱살 한번 잡아 주고 싶네요!!! x.x

멱살에서 그치면 안됩니다. ㅋㅋㅋ

와 그냥 텍스트로 보는데도..
저런 도라이가 실제로 존재하는 구나
싶네요...

저때는 선진병영문화 뭐 그런거 하면서
e편한세상(이등병이편한세상) 이런 우스개 소리도 나오던 시절이었습니다

ㅋㅋㅋ 맞습니다. 근데 이제는 정말진짜 폭행이 없어졌... 겠지요!

네 그걸 역이용 하는 후임들도 있었는 걸요..ㅋㅋ

  ·  7 years ago (edited)

편한 군대가 어디 있고 선임의 갈굼은 있겠지만,
그래도 육국의 경우 요즘에는 물리적 폭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요ㅎ
스팀에 아들 군대 보내는 아버님 이야기와
군대를 가야하는 20대 청년들의 글을 보아서 걱정하실까봐 댓글 남겨요ㅎㅎ

아 민방위 4년차의 군 시절 이야깁니다. 14년 전이지요. 그 때 본격적으로 폭력 없는 병영 문화 떠들기 시작할 때였으니 이제는 정말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고 하네요. 하기사 저 제대할 때쯤만 해도 때리는 것 없어졌으니까요.

나쁜놈무 시키 yhr !!!!!!
퇴근 시간 다되어서 급하게 읽는데도 술술 내려가면서 읽었네요. ㅎㅎㅎ
근데 yhr때문에 화가 났습니다. 나쁜노무 시키 !! 권력 오남용하는 나쁜노무 시키. 씩씩 !!!!

어으 시원해 ㅋㅋㅋ 고맙습니다!

나쁜놈무 시키yhr (2) ㅋㅋㅋ
JSA 겉으론 굉장히 멋져(?) 보였는데... 어디가나 군대는 군대군요! ㅎㅎ

멋진 부분도 물론 있습니다만 ㅋㅋ 이 연재에선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ㅋㅋㅋㅋ

어디에나 싸이코는 있는 법이지만... 와... 욕나오네요. 진짜...
사회에서는 또 멀쩡한 인간인척 다니겠지요.==;;

그렇죠 ㅋㅋ 몸조심 하고 다녀야죠 ㅋㅋㅋ 계급장이 없으니깐

오늘 제가 시호님 대신 YHR 저주하고 잡니다..... 그리고 일병때 바람나서 헤어진 그 여자친구분도 ㅂㄷㅂㄷ 글만 봐도 이렇게 열받는데요.... 시호님 진짜 고생하셨습니다 ㅠㅠ

ㅋㅋㅋ 다 지난 일이니까요. ㅋㅋ 하지만 앞으로 연재에서 더 큰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래서 군대를 다녀오면 다들 철학자가 되나 봅니다. 성선설이 맞냐, 성악설이 맞냐. 원래 착한 사람이 군대만 오면(선임만 되면) 또라이가 되는 거냐, 또라이인 사람이 성질을 드디어 드러내는 거냐..

저는 전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YHR을 용서할 수는 없죠. 그를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ㅋㅋ

YHR 이라고 하셨습니까?


진짜 이렇게 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인물이네요...
(아...생각할수록 더 열받네요...군대 잡질들 어후~)

아으 시원하네요 저의 영웅 브루스의 검나 아파보이는 발차기

  ·  7 years ago (edited)

정말 나쁜 시키라고 욕이 나오네요.
읽으면서 화가 좀 났었는데
맨 밑에 줄에서 그만 ㅎㅎㅎㅎ
중요 핵심 부분에 또 친절히 줄을 쳐주셔서 ㅎㅎㅎㅎㅎㅎ

ㅋㅋㅋ 이게 먹히는 것 같아서 한 번 더 써 봤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