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겨울치레

in krwrite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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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치레 @jjy

올 해는 큰 추위나 폭설이 없을 거라는 말에
마음을 놓고 살았다.
그러나 안심의 대가는 혹독했다. 겨울의 막바지에
몰아닥친 추위는 마음까지 얼어붙기에 충분했다.
곳곳에 동파사고가 일어나고 밤엔 잠자리에서도
한기에 떨었다.

원래 몸살감기에 속수무책인 나는
몇 차례나 되걸이를 하는 감기를 끼고 살면서
목이 아파 전화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차일피일 미루다
독감 예방주사도 맞지 않았으니 감기의 모든 증상이
돌림노래처럼 지나갔다.

추위와 감기치례 속에서 꿋꿋이 버티시는
팔순도 훌쩍 지난 우리 어머니는 늘 방안에만 갇혀 지내시기
답답하신 나머지 일을 내셨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체조를 따라하면서
한 번에 스무 번 씩 삼 세트를 하시고
혼자 며칠을 그렇게 하시더니 드디어 병을 만들어 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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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다리가 아파 못 걸으시겠다고 하시더니
급기가 병원으로 한의원으로 병원 순례를 하시면서
못 살겠다고 하신다. 이렇게 아플 바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하시며
아들딸에게 번갈아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셨다.
그런데 병원에 가셔서는 사실대로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그냥 무릎이 아프다고 하셔서 상관없는 치료만 받으시고
집에 오시면 주사도 약도 듣지 않으니 이러다가
평생 못 일어나고 돌아가신다고 눈물바람 섞인 푸념을 하셨다.

드디어 어머니를 어린 아이처럼 타일러 무리하게 운동해서
아픈 부위를 정확하게 말씀드리라고 했다.
그래도 조급하신 마음에 딸에게 전화를 하니
딸은 병원으로 전화를 하고 간호사로부터
무슨 말을 들었는지 한 참 바쁜 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끝에 남편은 가게 일은 다 내던지고
무조건 병원으로 약국으로
한 바퀴를 돌아 왔다. 어머니를 붙들고 병원과 약국에서
들은 얘기를 하며 안심을 시키기에 이르렀다.

안방에서는 연신 전화벨이 울리고
한참 통화 하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이쪽에서 전화를 걸어 아프다고 울먹이며
사정을 늘어놓는다. 이번에는 작은 아들이
무슨 안마기를 사온다고 하는 말이 흡족 하셔서
언제 눈물바람이었는지 잊고 자랑이 늘어진다.
그래도 병원에 전화해서 따따부따 하는 딸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지 아침 일찍 또 병원을 가신다며
집을 나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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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사정이 어떠하든
우리는 아픈 어머니 생각 보다 비싼 주사
돈이 아까워 안 맞히고 안마기도 하나 안 사드리고
어머니를 오래 고생시키는 못된 아들며느리로
낙인을 하나 더 찍는 계기가 되었다.

날씨는 조금 풀리는 듯도 하지만 정국은 어수선하고
북쪽에서는 여전히 으름장이다. 덕분에 우리 동네 공기는
여전히 한랭전선이다.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리고
미처 받지 못하는 것을 알았는지 전화벨이 요란하다.

전화를 받는 남편이 얼굴을 나 있는 방향으로 돌리고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내용인즉 고종사촌이 세상을 떠
알려주는 동생의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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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모 대학병원 장례식장을
밤이 되어 찾았다. 아직도 생시인 듯 너그럽게 웃는
고종사촌 오빠의 영정 앞에 절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얘기를 나누다 이렇게 안 좋은 일로 만나지 말고
겨울 지나고 날 좋을 때 한 번씩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다음날 아침을 먹으며 어머니를 달래기 시작한다.
아쉬운 나이에 못 살고 가는 사람도 있는데
조금만 참고 지내면 어머니도 형제간들 만나서
봄나들이 다녀오시라고 했다. 그 말이 그렇게 좋으셨던지
어머니 얼굴에 어느새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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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셔서는 사실대로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나이드신 분들이 그러시는거 같습니다.
통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관심이 소중한 것이겠지요.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주변사람들의 관심으로 부터 멀어져 간다는 것이니
어떻게든 그것을 되돌리고 싶어지나봅니다.
건강하시길 빕니다.
감기에 자주 걸리시는 분들은
대개는 기관지가 약하시던데요.
모과와 수세미를 가까이 하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면
제가 자세히 말씀을 드리는데
바빠서 혼자 가시면 제대로 진료를 못하시고
집에 오시면 병원에 가도 소용 없다고 하십니다.
모과차는 한 번씩 끓이는데
수세미청을 몇 번 먹어 봤는데 느낌이 없어서...
감사합니다.

Is it only photography!!Or something else.I don't understand whole blog without photo.I hope your next blog we will got in english!!
Thank you

감사합니다.

자식들의 우당탕탕 관심 속에
어머님의 마음이 흡족해지셨군요~~^^

네 이집 저집으로 전화 돌리실 때
곧 무슨 일이 생기겠구나 직감합니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면
물결도 잔잔해 지지요.

조금만 참고 지내면 어머니도 형제간들 만나서
봄나들이 다녀오시라고 했다. 그 말이 그렇게 좋으셨던지
어머니 얼굴에 어느새 봄이 오고 있다.

이 문구를 읽고, 제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문학적으로 너무 좋은 느낌을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연세드신 분들은 아기가 된다고 하지요.
딱 맞는 말입니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기 ㅎㅎ

잘보고갑니다. 글도 잘쓰시지만 사진도 너무 예쁘게 잘찍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사진은 그냥 주변 풍경을 한 번씩 담아봅니다.
솜씨는 아직 멀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