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인류는 타나토스의 충동을 다룰 줄 모른다. 아니 잊어버렸다. 제의와 축제가 왜 모든 사회에서 대대로 공통적으로 지켜져 왔는지. 탈을 쓰고 변장을 하고서 양과 염소를 죽이고 도륙했는지, 그 에너지가 어떻게 대살(代殺)되었는지. 현대화된 사회는 타나토스의 의식을 모두 폐기해 버리고, 절대 선, 절대 PC만을 추구하며 거대한 타나토스의 바벨탑을 쌓아 온 지 오래다. 그리고 전쟁으로 털어먹는 거지. 만달라는 부서져야 하니까.
평행우주 말고 평형우주 말이다. +로도 -로도 나란히 뻗어 자라나는 평형의 세계 말이다. 하나의 소우주인 인간의 의식 역시 창조만큼 파괴를 나란히 쌓아 올린다. 키가 클수록 그림자가 커지듯이, 그리고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우주는 반드시 뒤집는다. 그림자가 삼켜버리는 거야. 그걸 잘 살펴야 하는데 말이지. 요즘은 결핍에 대한 이해는 많이 늘어났는데 과잉에 대한 이해는 오로지 살에만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늘어난 지방만 고민이 아니야. 늘어난 善, 쌓아 올린 善을 도대체 어떻게 해소할 거냐.
공정을 주구장창 외쳐대며 善을 쌓아 올린 세대는 무엇으로 무너질꼬. 타나토스의 힘은 어떻게 이 공정의 세대를 무너뜨릴까? 산업화의 세대가 부패로 무너지고, 민주화의 세대가 내로남불로 무너졌듯이. 이 공정의 세대는 무엇으로 무너질까? 즐겨보던 유튜버가 추석 아침부터 논란에 휩싸이는 걸 보며, 그가 쌓아 올린 탑이 학폭 피해자의 탑이었음을 상기하며, 하필이면, 피해 갈 수 없는 것인가, 인생은 역시 새옹지마인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연찮게 지금은 내려진 본방을 보았던 마법사로서는 왜 여행의 일정이 시종일관 불안정했는지, 왜 숙소의 주인은 나타나질 않았으며, 왜 숙소는 갑자기 정전이 되었는지. 문제의 발언 직전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 마을 레스토랑의 정체불명의 그 누군가가 그 말을 멈추라고, 우주가 보내오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 아니라, 그럴 만 한 일이었음을 끄덕이게 된다. 기왕에 나락을 갈 거면 가장 처참하게 깡그리 무너져야겠지. 그게 타나토스를 다루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리라. 삼손이 무너뜨린 기둥들처럼.
영화의 주인공은 현명하게 그 힘을 인식했다. 그리고 어려운 선택을 한다. 그것은 제목 그대로 '우리가 끝이야'라고 선언할 만한 일이다.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 자신을 처벌하는 선택. 그 숙제를 해야 할 때가 온다. 반드시. 그때에는 도망치지 말아야 해. 늪에 빠진 거니까. 올무에 걸린 거니까. 내가 쌓아 올린 거니까. 정직하게 무너지면 된단다.
부서지는 만달라처럼.
[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88. 우리가 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