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朝가 興(본조가 흥)하고 麗朝가 廢(려조가 폐)함은
天(천)이요, 人(인)이 아니거늘
彼(피)가 天功을 貪(탐)하여 己功을 作(기공을 작)하고자 할 새,
威化島(위화도)의 回軍을 因(회군을 인)하여
事大 二字(사대 두자)를 一大義理(일대의리)로 看做(간주)하여
前代의 史家(전대의 사가)에
自尊한 者(자존한 자)는 燒(소)하고 卑劣한 者(비열한 자)만 留(유)하며,
甚至於(심지어) 前史의 章句(장구)를 改纂(개찬)하여
敎(교)는 詔(소)라 하며
陛下(폐하)는 殿下(전하)라 하여,
아무쪼록 忠實(충실)한 事大奴(사대노)가 되라 하였도다.
李仲心 萬運(중심 이만운)이 曰,
我國의 史는 李勣(이적)이 平壤을 克(평양을 극)하고
高句麗의 史籍(고구려의 사적)이 唐보다 勝(당보다 승)함을 忌(기)하여,
一炬(일거)에 焚(분)하며
忽必烈(홀필열)이 高麗를 壓制(고려를 압제)할새,
凡(범) 古來의 史書에 自强自立한 事跡(자강자립한 사적)이 有하면,
一一이 抹摋(일일이 말살)케한 故로 若是(약시)히 殘缺(잔결)하였는즉,
李勣(이적)과 忽必烈(후빌라이)는 我國史(아국사)의 第一大 罪人(제일대죄인)이라 하였더라.
新史氏曰(신사씨왈),
噫(희)라 不可하다. 鄭河東(하동 정인지)의 罪(죄)가
李勣(이적)·忽必烈(후빌라이)에 過(과)하니라.
<출처: 大東帝國史敍言[신채호],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貪(탐): 욕심내다
因(인): 계기가 되다
看做(간주): ~라고 여김
燒(소): 불사르다
留(유): 뒤지다
甚至於(심지어): 심하게는
章句(장구): 문장의 단락
改纂(개찬): 고쳐서 만들어내다
敎(교): 임금이 명령하다
詔(소): 알리다
陛下(폐하): 황제에 대한 경칭
殿下(전하): 왕족에 대한 경칭
이만운(李萬運): 조선 정조 때의 학자(1723~1797). 자:중심(仲心).
1790년에『증보문헌비고』의 초고를 완성하여 임금에게 바쳤다.
克(극): 점령하다
忌(기): 꺼리다. 미워하다
李勣(이적):당나라 장수, 본명은 이세적, 이세민의 이름을 피하기위해 ‘세’를 빼고 이적이 되었다.
一炬(일거): 횃불하나
焚(분): 불사르다
壓制(압제): 눌러서 속박함
忽必烈(홀필열):Hū bì liè[후빌라이], 쿠빌라이(1215~1294: 원나라 5대 세조)
凡(범): 무릇
自强自立한 事跡(자강자립한 사적):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고 독립적으로 행동한 이야기
抹摋(말살): 아예 없애버림
若是(약시): 이와같이
殘缺(잔결): 내용들이 빠져있음
噫(희): 아!
過(과): 뛰어넘다
옮기면
조선이 일어나고 고려가 망한것은
왕이요, 개인들이 아니거늘
저들이 왕의 자리를 욕심내서 그 공적을 세우고자 할때,
위화도의 회군이 계기가 되어
큰것을 섬긴다는 두 글자를
가장 큰 올바른 길로 여겨서
고려시대의 역사책들중에
스스로를 높이는 자는 불사르고 비열한 것만 찾았으며,
심지어 이전 역사기록의 문장들을 고쳐서 만들어냈던 것이다.
임금이 명령한다는 敎(교)를 알린다라는 詔(소)라 하며
황제를 칭하는陛下(폐하)는 왕족을 칭하는 殿下(전하)라 하여,
아무쪼록 충실하게 큰것을 섬기는 노예가 되라 하였도다.
[증보 문헌비고를 쓴] 중심 이만운이 말하길,
“우리나라 역사는 당나라 장수 이적이 평양을 점령하고
고구려의 역사 자취가 당나라 보다 훌륭한것을 경계하여,
햇불 하나로 불사라 버렸으며
忽必烈(홀필열)이 고려를 눌러 속박할때,
무릇 예전부터 이어져온 역사책에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고 독립적으로 행동한 이야기가 있으면,
하나하나 아예 없애버린것 때문에 이처럼 역사책에 내용이 없으니,
이적과 忽必烈(후빌라이)는
우리나라역사의 가장 큰 죄인이다.”라고 하였더라.
신사씨왈,
“안타깝다. 그렇지 않다. 고려사를 편찬한 정인지의 죄가
이적, 후빌라이보다 더 크니라.”
<출처: 大東帝國史敍言[신채호],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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