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글||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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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술 한잔 하고 집에 들어갔더니 못 보던 지갑이 거실에 놓여있다. 엄마에게 뭐냐 물었더니 병원에 갔다가 주으셨단다. 엄마와 마주 앉아서 CSI로 빙의해 지갑 주인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둘.
지갑 주인은 부천에 거주하는 여고생이었다. 부천과 인덕원은 거리가 꽤 있거늘 어쩌가가. 주인은 알았지만 정작 연락처는 못 찾았다. 다음 날 소포로 보내기로 했다.

셋.
소포를 보내려 우체국에 갔더니 연락처가 없어서 안 된단다. 직원이 의아한 눈으로 연락처 모르냐고 묻는다. “연락처를 알았으면 내가 이렇게 소포 부치러 왔겠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어차피 그는 사정을 모르니 그냥 “네.”하고 말았다. 주말에 외출할 일이 있으니 그때 경찰서에 갔다 줘야겠다.

넷.
서울에서 돌아오는 길, 인덕원역 근처에 있는 지구대에 가기 위해 일찌감치 버스에서 내렸다. 멀리서 지구대가 보이나 이상하게 불빛이 안 보인다. ‘주말이라 쉬나?’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가보니 쉬는 게 아니라 지구대가 없어졌다. 급하게 검색해보니 이사 갔단다. 인덕원에서 걸어가기엔 먼 곳이었다.

다섯.
다음 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술도 마셔 피곤했기 때문이다. 집까지 걸어가려 했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생각을 바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정류장으로 가는 동안 빗줄기는 더 거세졌다.

여섯.
갑자기 내리는 이 비가 봄비인지 겨울비인지 궁금해졌다. 절기로 보자면 봄비겠지만 외롭게 내리는 게 꼭 겨울비 같다. 겨울비는 어쩐지 쓸쓸하니까. 대충 봄에 내리는 겨울비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하긴 이 비가 봄비인지 겨울비인지 뭐가 중요하랴. 내가 우산이 없다는 게 중요하지. 봄비 건 겨울비 건 젖는 건 매한가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