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과 손석희는 못 되지만, 칼럼니스트가 되었습니다

제 어릴 적 꿈 중에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라디오 심야방송 DJ이고, 다른 하나는 아침에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였습니다. 사실 둘 다 제가 많이 들었던 '유희열의 FM음악도시'와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영향 때문이었죠.

유희열과 손석희를 모두 해보겠다니, 참 당찬 목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중고등학생 때 나름대로 라디오방송을 구상하며 월요일엔 영화 평론가랑 영화 수다를 나눠야지, 화요일엔 편곡에 대한 얘기만 집중적으로 다뤄볼까라고, 혼자서 콘티를 짜기도 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도 진지하게 기획하며 '윤형중의 시선분산'이란 프로그램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중요한 사안에 시선을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이 시선을 널리 분산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길어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었거든요.

대학생 때 손석희 사장(그 당시엔 교수)과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그의 수업을 청강했고, 또 그가 교수로 있는 학교와 토론교류 수업에 참여한 인연 때문이었죠. 그때 처음 만난 손석희 교수를 앞에 두고, "저 나중에 시선분산이란 시사프로그램을 만들 겁니다. 시선집중도 중요하지만, 전 오히려 시선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손 교수는 빙그레 웃더니 "그래 잘해봐라"라고 하시더군요. (잘 안 웃으시는 분을 제가 웃겼나봅니다)

제가 라디오를 많이 들었던 시기와는 다르게 이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전처럼 음악을 자주 듣지도 않고, 라디오 디제이나 진행자를 동시에 하겠다는 허무맹랑한 꿈을 꾸지도 않고 있죠. 그래도 가끔 그때 밤마다 라디오 듣던 기억이 나면 어릴 적 꿈이 몽글몽글 떠오릅니다.

갑자기 어릴 적 꿈을 왜 얘기하냐면요. 라디오 디제이나 진행자처럼 어릴 적 꿈 중의 하나를 그래도 이뤘다는 말씀을 드리려구요. 언론에 글을 연재하는 칼럼니스트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의미 부여할 만한 일은 아닌데요. 제가 언론인으로서 매체에 글을 쓰고, 칼럼을 쓰는 일도 자주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비언론인으로서 칼럼을 연재하는 경험은 처음입니다.

미디어오늘에 2주에 한 번씩 전직 언론인으로서 바라보는 한국 언론과 사회에 대해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첫 글은 정치 저널리즘을 바꿔보자, 정치인들의 말싸움을 실황중계하지 말고, 삶을 바꾸는 정책에 대한 내용으로 정치저널리즘을 채워보자, 다시 말해 '상임위 저널리즘'을 해보자는 내용입니다.

칼럼 링크를 공유할게요.
따옴표 저널리즘을 끝내려면

ps. 그래도 저를 제일 먼저 칼럼니스트로 데뷔시켜준 매체는 '스팀잇'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